판결로 본 '췌장파열' 부검결과⋯재판부는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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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로 본 '췌장파열' 부검결과⋯재판부는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다

2021. 01. 05 16:29 작성2021. 01. 05 16: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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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om@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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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이 파열되기 위해선 성인이 소파 위에서 뛰어내리는 정도의 힘이 가해져야 한다는 실험 결과를 본 사람들. 모두들 "왜 살인죄가 적용이 안되는가"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법원은 어떻게 볼까. 부검결과 췌장이 파열된 사건 2개의 판결문을 확인해 봤다. /대한민국 법원⋅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끔찍한 학대로 목숨을 잃은 '양천 16개월 아동학대 사망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분노. 그 분노는 이제 "그토록 모질게 때려죽였는데도 어째서 살인이 아닌가?" 하는 상식적인 물음으로 집결되고 있다.


특히 신체 가장 안쪽에 있는 췌장이 정인이처럼 파열되기 위해서는 성인이 소파 위에서 뛰어내리며 짓밟는 정도가 돼야 한다는 실험 결과가 그런 분노에 기름을 붓고 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진행된 실험. 췌장이 파열되기 위해선 성인이 소파 위에서 뛰어내리는 정도의 힘이 가해져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SBS 캡처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진행된 실험. 췌장이 파열되기 위해선 성인이 소파 위에서 뛰어내리는 정도의 힘이 가해져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SBS 캡처


현재 수사를 받고 있는 정인이 양부모는 "폭행 자체가 없었다"는 식으로 변론을 펼치고 있다. 일종의 과실이었다는 취지다. 수사기관이 이를 넘어서서 살인죄를 적용하려면 다음 두 가지를 입증해야 한다. ①폭행이 존재했고 ②그 폭행을 휘두를 때 가해자는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다.


로톡뉴스는 검찰이 이런 입증을 해낼 수 있을지를 기존 판례를 검토해 분석해봤다. 분석 결과 '췌장파열'이라는 결과는 양부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을 만한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CASE 1. 췌장 파열로 인한 출혈⋯이 정도 폭행은 '살인'

시신 부검 결과 췌장이 파열된 것으로 확인돼 살인죄가 적용된 사건은 다수 존재한다. 지난해 5월 대법원에서 살인죄 확정판결(징역 30년형)이 난 '제주 여교사 살인사건'이 대표적이다.


종교인 김모씨는 지난 2018년 6월 제주 서귀포시 강정동 아파트에서 20대 여교사 A씨의 얼굴과 몸통 등을 마구 때려 숨지게 했다. 부검 결과 A씨의 췌장은 파열돼 있었고, 이로 인한 복강 내 출혈도 발견됐다. 피해자가 성인이라는 사실만 빼면 정인이의 부검 결과와 일치한다.


사건을 맡은 검찰은 A씨의 췌장이 이렇게까지 파열된 점에서 비춰 살해의 고의가 있는 것으로 판단,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법원은 1⋅2⋅3심 모두 "살인죄에 해당한다"고 유죄를 선고했다.


"췌장 파열로 인한 사망 사건에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명시적인 판단을 한 건 1심 재판부였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는 우선 가해자 김씨(키 172cm⋅몸무게 79kg)와 피해자 A씨(155cm⋅50kg)의 신체조건을 비교했다. 그런 뒤 "무방비 상태로 누워 있는 폭행에 취약한 왜소한 여성 피해자의 상복부를 체중을 실어 두 번씩이나 밟는 경우 치명적인 결과가 발생할 수 있음은 피고인으로서도 충분히 인지하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결과 췌장이 파열되어 과대한 출혈을 일으키게 했다면 이와 같은 정도의 폭행은 피해자가 사망할 가능성이나 그 위험성을 인식하고도 이를 용인할 정도의 폭행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지난해 5월 대법원에서 살인죄 확정판결(징역 30년형)이 난 '제주 여교사 살인사건'의 1심 판결문. /대한민국 법원
지난해 5월 대법원에서 살인죄 확정판결(징역 30년형)이 난 '제주 여교사 살인사건'의 1심 판결문. /대한민국 법원


CASE 2. 폭행으로 췌장이 절단된 아이⋯"죽일 의도 없었다"는 말은 안 통했다

지난 2017년 7월 대법원에서 살인죄가 최종적으로 인정된 '27개월 유아 학대 사건'도 비슷한 법리가 적용됐다. 아이의 배를 발로 여러 차례 짓밟은 친모의 폭행 행위를 살인죄로 처벌한 사건이었다.


당시 친모는 자신에게 짜증을 부린다는 이유로 생후 27개월 아기를 넘어뜨려 허리를 짓밟고, 두 차례 배를 걷어찬 뒤, 아이가 천장을 보고 눕자 세 차례 더 발로 아이의 배를 짓밟은 혐의를 받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아이는 췌장이 끊어지고 장간막이 파열되어 다량의 복강 출혈로 사망했다.


친모는 수사를 받으면서 "폭행으로 아이가 죽을 거로 생각하지 못한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폭행했다"며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2017년 대법원에서 살인죄 확정 판결을 받은 '27개월 유아 학대 사건'의 1심 판결문. /대한민국 법원


1심을 맡은 인천지법 부천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이언학 부장판사)는 "친모의 지적 수준과 산후우울증 등을 감안하더라도 미필적으로나마 살인의 고의를 갖고 여러 차례 피해자의 배를 가격했다는 공소사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러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심장, 장기 등 주요한 신체 기관이 모여 있는 아기의 복부를, 흉기나 다름없는 어른의 발로 여러 차례 세게 가격할 경우 치명적인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피고인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했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인정한 것이다.


이 사건 역시 대법원까지 갔지만, 모두 기각됐다. 살인이 인정됐다는 뜻이다.


두 사건을 종합해보면 양천 아동학대 사건 부검 결과로 나온 '췌장파열' 결과는 살인죄의 중요한 정황적 증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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