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 편 다운받았는데 경찰서 오라니"…토렌트의 덫
"영화 한 편 다운받았는데 경찰서 오라니"…토렌트의 덫
'시청도 안하고 지웠는데요' 항변 소용없어…수사관 말만 믿었다간 '전과자' 될 수도

토렌트로 파일을 다운로드하면 시청 여부와 관계없이 저작권법상 복제 및 유포에 해당해 처벌받을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토렌트로 영화 한 편 다운받고 시청도 없이 바로 지웠는데, 경찰에서 저작권법 위반으로 조사받으러 오라고 합니다."
법률 상담 게시판에 올라온 한 시민의 하소연이다. 영리 목적도, 유포 의사도 없었다고 항변하면 괜찮을까? '조사만 받으면 종결해주겠다'는 수사관의 말을 믿어도 될까?
전문가들은 토렌트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지 못한 채 안일하게 대응했다가 형사 처벌을 받는 사례가 많다며 '초기 대응'의 중요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다운로드=복제, 업로드=유포"…시청 안 해도 '유죄'
A씨는 지난해 3월 토렌트로 한국 영화 한 편을 다운로드했다가 최근 경찰로부터 고소장이 접수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영상을 시청하지도 않고 바로 삭제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지만, 법률 전문가들의 판단은 단호했다. 토렌트 프로그램의 특성상 파일을 내려받는(다운로드) 행위는 그 자체로 저작권법상 '복제'에 해당하며, 동시에 다른 이용자에게 파일 조각을 전송하는(업로드) 행위가 자동으로 이뤄져 '공중송신(전송)' 책임까지 질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반향의 정찬 변호사는 "영상을 시청하지 않고 바로 삭제해도 영상 파일이 내 컴퓨터 등에 저장되었다면 위법성은 성립한다"고 명확히 했다. 법무법인 명륜의 오지영 변호사 역시 "토렌트 프로그램의 특성상 다운로드와 동시에 업로드가 이루어지므로 배포 행위도 함께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종결해주겠다" 수사관의 약속, 믿어도 될까?
A씨를 더욱 혼란스럽게 한 것은 수사관의 말이었다. 저작권 관련 전과가 없다고 하자 수사관이 "출석해서 조사 받으면 종결 처리하겠다"고 안내한 것이다.
A씨는 이를 '혐의없음'으로 이해했지만, 변호사들은 '성급한 낙관'을 경계했다. 법무법인 리온의 장승우 변호사는 "수사관이 ‘종결처리하겠다’는 말은 큰 문제가 아니니 불송치하겠다는 의미일 수 있지만, 그와 달리 토렌트 다운로드받은 것이 사실이고 이를 인정하는 경우 혐의인정으로 곧바로 (검찰에) 송치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법률사무소 율섬의 남기용 변호사도 "종결이라는 의미는 송치, 불송치 등이 있으므로 '불송치 종결'하겠다고 하지 않은 이상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며 섣부른 기대를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혐의를 쉽게 인정했다가 벌금형 전과가 남는 경우가 다수라는 것이다.
벌금 피할 마지막 카드 '합의'…금액은 얼마?
결국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최선의 해법은 '합의'다. 저작권법 위반죄는 저작권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일부 제외)에 해당한다.
오지영 변호사는 "권리자가 고소를 취하하면 공소권이 소멸되어 처벌받지 않는다. 따라서 검찰 송치 전에 합의를 성사시키는 것이 가장 확실한 해결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합의금은 통상 영화 한 편당 50만원에서 100만원 선에서 형성되지만, 사안에 따라 수백만 원에 이르기도 한다. 정찬 변호사는 "합의금이 당장 부담되면 분할 또는 기한 연장 등도 협의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경찰 조사 단계에서부터 영리 목적이 없었음을 강조하며 적극적으로 합의에 나서는 것이 예상치 못한 전과 기록을 피하는 가장 현실적인 대응책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