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안 한다" 합의금 받고 일조권 소송⋯그래도 법원이 받아들인 배경
"소송 안 한다" 합의금 받고 일조권 소송⋯그래도 법원이 받아들인 배경

최근 고층 건물들이 많아지면서 주변 건물이 햇빛을 가로막아 일조권을 침해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햇볕을 쬘 수 있는 권리인 '일조권(日照權)', 쾌적한 주거환경을 위해 필수적이다. 최근 고층 건물들이 많아지면서 주변 건물이 햇빛을 가로막아 일조권을 침해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덩달아 관련 소송도 빠르게 늘고 있다.
"고층 아파트 때문에 못 살겠다"
GS건설은 지난 2007년 대구에 28층 규모의 아파트 9개 동을 짓는 공사에 들어가 6년 뒤 완공했다. 공사가 끝난 지 1년 반 정도 지난 후 아파트 주변 건물이나 부지를 소유한 주민 14명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신축 아파트로 인해 일조권 침해를 입었다"는 주장이었다. 그와 더불어 "△공사 전에는 볼 수 있었던 대구 앞산을 조망할 수 없게 됐으며 △사생활이 노출되는 등의 인격권 침해를 입게 됐고 △이로 인해 소유 건물 및 부지의 가격이 하락하는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내 집 앞에 지어진 아파트 때문에 일조권을 침해받았다면 얼마나 보상받을 수 있을까? 그리고 위 주장처럼 조망권과 인격권 침해도 인정받을 수 있을까?
대구지방법원 민사14단독(이현석 부장판사)은 김모씨 등 14명이 아파트 신축으로 자신들이 소유한 건물의 일조권과 조망권, 인격권 등에 침해가 발생했다며 시공사인 GS건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이 판사는 판결에서 "원고들이 보유한 각 건물들이 신축 아파트로 인해 최소한 하루 4시간 이상 일조권 방해를 받게 된 사실이 인정된다"며 "원고들이 이 때문에 사회 통념상 수인한도를 넘는 일조방해를 받는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수인한도란 일조권의 침해나 공해, 소음 따위가 발생하여 타인에게 생활의 방해와 해를 끼칠 때 피해를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말한다.
그러나 이 판사는 △원칙적으로 토지 소유자는 그 토지를 자유롭게 사용할 권리가 있고 △대한민국 도시지역에는 제한된 공간에 많은 사람이 거주하는 만큼 일조 이익을 절대적으로 보장하기 곤란하다는 점 등을 감안해 건설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최대 60%까지만 인정했다.
아울러 아파트 신축 전에도 총 일조시간 4시간과 연속 일조시간 2시간이 확보되지 않았던 건물이나, 아파트 공사 개시 이후 취득한 건물 등에 대해서도 건설사의 배상책임을 제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소송을 낸 원고들은 일조권 침해 정도, 이사 시기 등에 따라 1인당 116만~1366만 원(소유 부동산 시가 하락액의 30%, 40%, 60%)을 배상받게 됐다.
이 판사는 원고들의 조망권과 인격권 침해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망권 침해 주장에 대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각 건물의 소유자들에게 법적인 보호의 대상이 되는 조망권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아파트 신축으로 기존 아파트 소유자의 창문의 시야가 가려져 조망 침해율이 늘어났다는 사정만으로는 조망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례에 따른 것이다.
그는 인격권 침해 주장에 대해서도 "신축된 아파트로 인해 각 건물에 거주하는 원고들의 사생활이 수인한도를 넘어설 정도로 침해되는 피해를 보았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GS건설은 재판 때 "2012년에 원고 중 일부가 공사로 인한 소음, 분진 등 일체의 사유로 인한 피해와 관련해 건설사와 합의한 후 합의금을 수령했고, 향후 공사와 관련된 일체의 손해에 대해 민사상 청구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부제소(不提訴)합의'를 했으니 이들의 소송 제기는 부적법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합의서에 합의 대상이 '공사로 인한 모든 피해'로 특정되어 있고, 합의 당사자들은 공사 현장에 인접한 건물의 입주자들"이라며 "이 합의는 각 건물의 소유자인 원고들이 일조권, 조망권, 인격권 침해를 원인으로 하는 소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부제소합의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