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걸리자 '사표 낼게요'…수사 중인 군무원, 징계 피할 수 있나
음주운전 걸리자 '사표 낼게요'…수사 중인 군무원, 징계 피할 수 있나
법조계 '군무원인사법 따라 의원면직 불가, 가중처벌 가능성'…인명피해 없는 점은 감경 요소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군무원 A씨가 징계를 피하려 사직을 시도했지만, 수사 중 의원면직이 제한되어 실패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한순간의 실수로 음주운전이 적발된 군무원 A씨. 그는 징계를 피하고자 사직을 결심했지만, 법의 문턱은 높았다. 비위 공직자의 '꼼수 사직'을 막는 법 조항과 그를 기다리는 삼중고를 법률 전문가들과 함께 짚어봤다.
“차라리 내일 당장 출근해서 사표를 내겠습니다.”
지난해 직무태만으로 감봉 징계를 받았던 군무원 A씨는 얼마 전 음주운전으로 자신의 차량을 파손하는 사고를 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경찰 조사를 앞둔 그는 더 큰 징계가 내려질 것이 두려워 스스로 직을 내려놓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의 계획은 시작부터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
“사표 던지면 끝? 법의 벽은 높았다”
A씨가 가장 먼저 마주한 벽은 ‘군무원인사법’이었다. 법무법인 필의 배성재 변호사는 “의원면직을 신청하면 결격사유 조회를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수사 중인 사건이 확인되면 사건 종료 시까지 의원면직은 수리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잘라 말했다.
이는 군무원인사법 제33조의2(의원면직의 제한) 조항 때문이다. 이 법은 비위 행위로 감사원이나 수사기관의 조사 또는 수사를 받는 공직자가 징계를 피하기 위해 사직하는, 이른바 ‘꼼수 사직’을 막기 위해 마련됐다.
법무법인 중산의 김영오 변호사 역시 “상담자의 경우 수사기관에서 비위와 관련하여 조사 또는 수사 중인 경우에 해당하므로 의원면직을 할 수가 없다”고 단언했다. 결국 A씨의 사표는 수리되지 않고, 그는 고스란히 다음 단계를 마주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사표 대신 날아들 ‘처벌 세트’…형사처벌·중징계·인사불이익
의원면직이라는 탈출구가 막힌 A씨를 기다리는 것은 ‘삼중고’다.
첫째는 음주운전에 대한 형사처벌이다. 혈중알코올농도에 따라 벌금형 등이 내려지고, 운전면허 역시 취소나 정지 처분을 피할 수 없다.
둘째는 군무원 신분에 따르는 징계처분이다. 김영오 변호사에 따르면 군의 음주운전 징계는 혈중알코올농도 0.08% 미만일 경우 정직에서 감봉, 0.08% 이상이면 강등에서 정직 처분을 받게 된다. 특히 A씨는 이미 감봉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법무법인 심의 심준섭 변호사는 “최근 감봉처분을 받은 전력으로 인해 가중처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셋째는 추가적인 인사상 불이익이다. 징계가 확정되면 퇴직금과 연금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군무원인사법 시행령에 따라 일정 기간 승진에서도 제한을 받는다.
그래도 남은 한 줄기 빛…“인명피해 없다는 점”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한 줄기 빛은 남아있다. 바로 사고 당시 다른 사람의 인명이나 재산 피해가 없었다는 점이다.
법률사무소 강물의 안민석 변호사는 “인명피해나 타인의 물적 피해가 없는 점을 고려할 때 파면·해임·강등 또는 정직에 해당하는 정도의 비위로 판단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이 점이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A씨에게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는 “섣불리 의원면직을 신청하기보다는 징계 절차와 관련한 대응을 신중히 검토하고, 변호사와 상담하여 향후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A씨에게 남은 선택지는 회피가 아닌 정면 돌파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되,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사정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며 징계 수위를 낮추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법률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