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한 페이닥터 퇴사, 책임은 누구에게?
수술한 페이닥터 퇴사, 책임은 누구에게?
병원장과 의사 ‘나 몰라라’…변호사들 “둘 다 책임”

의료사고 시 의사와 병원장은 공동 책임을 지며, 의사가 이직해도 책임은 유지된다. / AI 생성 이미지
의료사고를 낸 페이닥터(월급제 의사)가 “내 병원이 아니다”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병원장은 상담실장을 통해서만 연락하는 상황에 처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법조계는 집도의가 이직하더라도 병원장과 함께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 하며, 병원 직원의 과실 인정 발언도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조언한다.
"내 병원 아니다" 발뺌하는 의사…책임은 누구에게?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환자들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책임소재다. 특히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병원 소속 페이닥터일 경우, 병원과 의사 양측이 서로 책임을 미루는 일이 빈번하다.
그러나 변호사들은 집도의와 병원장 모두에게 법적 책임이 있다고 명확히 선을 긋는다.
집도의의 “본인 병원이 아니다”라는 주장은 “법을 모르는 무책임한 소리에 불과하다”는 것이 법무법인 베테랑 오승윤 변호사의 지적이다. 직접 수술하며 과실을 범한 당사자이므로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책임)에 따라 직접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병원장은 페이닥터를 고용해 지휘·감독하는 위치에 있으므로 민법 제756조에 따른 ‘사용자책임’을 진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는 “실무상 병원장(또는 의료법인)과 집도의에게 함께 청구하는 방식이 분쟁 해결에 유리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법률상 ‘부진정연대채무’ 관계에 놓여, 피해자는 어느 한쪽에 손해배상 전액을 청구할 수 있다.
수술한 의사가 이직하면 보상 못 받나?
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해 의사가 다른 병원으로 이직하는 경우, 환자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의사가 이직하더라도 사고 당시 행위에 대한 책임은 사라지지 않는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는 “집도의가 다른 병원으로 이직하더라도, 기존 수술 당시의 행위에 대한 책임이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법률사무소 한강 이주한 변호사 역시 “향후 페이닥터가 다른 병원으로 이직하더라도 사고 당시 의료행위와 관련한 법적 책임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현실적으로 이직한 병원을 찾아 소송 서류를 전달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법원에 소장을 낸 뒤 사실조회신청 제도를 활용하면 된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현재 근무지 조회를 촉탁하여 새로운 직장이나 거주지를 합법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중요한 것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인 소멸시효가 지나기 전에 소장을 접수해 권리를 보전하는 것이다.
상담실장 과실 인정, 법적 효력은?
병원 측과 소통이 어려운 상황에서 상담실장이 과실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면 이는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 변호사들은 상담실장의 발언이 법원에서 ‘자백’과 같은 확정적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병원 측의 과실을 입증하는 유력한 ‘정황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는 "상담실장의 발언이 '사실상 과실 인정에 준하는 정황증거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발언의 구체적인 내용과 상담실장이 병원을 대리할 권한이 있었는지 등이 법적 다툼의 소지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법무법인 쉴드 이진훈 변호사는 “해당 내용을 문자, 녹취, 서면 등으로 반드시 보전해 두시기를 강력히 권고드린다”고 강조했다.
모든 통화 내용을 녹음하고 문자 메시지 등을 보관해 두는 것이 향후 재판에서 병원의 초기 대응 태도를 입증하고 과실을 주장하는 데 중요한 보조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