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묵힌 복수…스피드스케이팅 전 국가대표에 흉기 휘두른 제자, 법원은 용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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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묵힌 복수…스피드스케이팅 전 국가대표에 흉기 휘두른 제자, 법원은 용서할까?

2025. 09. 18 10:15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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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의혹 코치에 흉기 휘두른 제자

사적 복수는 선처받을 수 있나

과거 판례 찾아보니

10년 전 성폭행 피해를 주장했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던 스승. 결국 제자는 칼을 들었다. /셔터스톡

10년의 세월이 응축된 분노가 결국 칼날이 되어 스승을 향했다.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출신 코치 B씨(40대)가 10여 년 전 제자였던 A씨(30대)가 휘두른 흉기에 얼굴과 손 등을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법은 사적 복수를 허용하지 않지만, 10년간 묻어뒀던 그녀의 상처를 법원은 어떻게 바라볼까.


사건의 발단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고등학생 시절 B코치로부터 스케이트 지도를 받던 중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알려지면서 대한빙상연맹은 2014년 B씨에게 '영구제명'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빙상계에서 사실상 퇴출당한 셈이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B씨는 재판에 넘겨졌으나, 성폭행이 아닌 특수 폭행 등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가 인정돼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는 데 그쳤다. 빙상연맹은 이 판결을 근거로 영구제명 징계를 '자격정지 3년'으로 대폭 감경했다. B씨는 이후 개인 지도자 신분으로 다시 선수들을 가르쳐 온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10년 전 A씨의 주장은 솜방망이 처벌로 끝났고, B씨는 다시 빙판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16일,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A씨는 B씨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A씨는 현행범으로 체포된 뒤 응급입원(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사람을 의사와 경찰관의 동의하에 입원시키는 조치) 처리됐다.


법원 "사적 복수 용납 못해", 그러나…

A씨는 위험한 물건인 흉기를 사용해 상해를 입혔으므로 '특수상해죄'(형법 제258조의2)가 적용된다.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 무거운 범죄다. 어떤 이유에서든 개인이 법을 대신해 심판하는 '사적 복수'는 우리 법체계에서 결코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법원은 사적 복수 범죄에 대해 일관되게 "법치사회에서 허용될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다른 흐름이 읽힌다. 법원은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를 양형에 적극적으로 참작해왔다.


배우자 불륜에 특수상해 → 집행유예

인천지방법원은 2020년 배우자의 불륜에 분노해 상대방에게 흉기를 휘두른 사건에서 "이와 같은 방식의 사적 복수는 허용될 수 없는 것"이라면서도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2020고단1470 판결).


어릴 적 성추행 복수로 공갈 → 집행유예

의정부지방법원 역시 2021년 어린 시절 성추행 피해에 대한 복수로 공갈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에게 "사적 복수가 허용되지 않는 우리 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는 범행"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2020고단4840 판결).


이처럼 법원은 '사적 복수'라는 행위 자체는 엄단하면서도, 그 배경에 피해자의 불법 행위나 깊은 상처가 자리 잡고 있을 경우 집행유예를 통해 선처 여지를 남겨왔다.


10년 묵힌 상처, 감형 사유 될까

A씨의 사건은 어떻게 될까. 흉기를 사용한 계획적 범행이라는 점에서 실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법원이 주목할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10년 전 그 사건'이다. A씨가 주장하는 성폭행 피해와 그에 대한 B씨의 미미한 처벌, 그리고 범행 직후 A씨가 응급입원 조치된 점 등은 재판부가 반드시 고려할 참작 사유다.


특히 A씨의 정신적 트라우마가 심신미약으로 인정될 경우 형이 감경될 수 있다. 과거 성폭력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복수 범죄를 저질렀을 때, 법원은 그 동기를 중요하게 고려해왔다.


A씨의 행위는 명백한 범죄이지만, 법원은 "사적 복수는 결코 용납될 수 없으나, 피고인이 겪은 과거 피해와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외면할 수 없다"는 취지 아래 집행유예를 선고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정신감정 결과에 따라 치료감호(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를 치료·보호하는 처분)가 함께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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