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3600만원 빌려줬는데" 전 연인의 배신, 돈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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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3600만원 빌려줬는데" 전 연인의 배신, 돈 받을 수 있을까

2025. 09. 18 14:57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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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이체 내역 있다면 '지급명령'부터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집안 병원비, 생활비라기에 3년간 3600만원을 빌려줬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돈은 200만원이 채 안 됩니다." 사랑했던 연인에게 거액을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해 법률 전문가들을 찾은 A씨의 하소연이다.


A씨는 전 여자친구와 교제하던 3년 동안 상대방의 딱한 사정을 외면할 수 없었다. '집안 병원비가 급하다', '개인 사정이 어렵다'는 말에 A씨는 수년에 걸쳐 총 3600만 원에 달하는 돈을 인터넷뱅킹으로 송금했다. 하지만 관계가 끝난 뒤, 돈 문제만 남았다.


헤어진 이후에도 연락은 닿았지만, 상대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매달 갚기로 한 약속을 미루기 일쑤였다.


A씨 역시 전 연인이 다른 빚도 있어 한 번에 거액을 갚기 어렵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지친 그는 결국 법의 문을 두드리기로 결심했다. A씨의 가장 큰 고민은 이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소를 진행한다면 돈을 전부 받을 수 있을까요?"


괘씸해서 '사기죄'로 고소하고 싶은데 가능할까?

배신감에 휩싸인 A씨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사기죄' 고소다. 하지만 다수의 법률 전문가는 연인 간 금전 거래를 사기죄로 처벌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서아람 변호사(변호사 서아람 법률사무소)는 "수사기관은 흔히 '연인 사이의 금전거래는 사적 채무관계'라는 태도를 취하기 때문에 사기로 인정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돈을 빌릴 당시부터 갚을 의사나 능력이 전혀 없었다는 '기망(속임수)' 행위가 입증돼야 한다.


장휘일 변호사(더신사 법무법인) 역시 "생활비나 병원비 등 명목으로 장기간에 걸쳐 돈을 빌렸고, 일부라도 갚은 사실이 있다면 '처음부터 갚을 생각이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단순 채무불이행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형사 고소가 감정적 위안을 줄 수는 있어도, 돈을 돌려받는 직접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형사 고소가 어렵다면, 돈 받을 방법은 없나?

그렇다면 A씨는 3400만 원에 달하는 돈을 포기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형사 절차 대신 '민사 절차'에 답이 있다고 조언한다. A씨가 가진 인터넷뱅킹 이체 내역이 바로 '빌려준 돈'이라는 사실을 증명할 가장 강력한 무기다.


김진아 변호사(법무법인 성진)는 "계좌이체 내역, '빌린 돈'임을 인정하는 대화 내용 등이 증거가 된다면 민사소송이나 지급명령 신청을 통해 강제집행까지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소송보다 절차가 간편하고 빠른 '지급명령'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추민경 변호사(법률사무소 온경)는 "지급명령은 법원에 계좌이체 내역과 돈을 빌려준 경위만 제출해도 결정이 내려지는 신속한 절차"라며 "상대방이 2주 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확정 판결과 같은 효력을 얻어 곧바로 재산 압류 등 강제집행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주소도 모르는데 소송이 가능한가?

A씨는 전 여자친구의 정확한 주소를 모른다. 소송을 제기하려면 소장(소송 서류)을 상대방에게 전달해야 하는데, 주소를 모르면 시작조차 할 수 없는 것 아닐까?


이에 대해 한병철 변호사(법무법인대한중앙)는 "주소를 모를 경우 송달 자체가 문제 될 수 있지만, 법원을 통해 주민등록초본 발급을 신청하거나 통신사에 사실조회를 요청해 인적사항을 특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 계좌번호 등 단서만 있어도 법적 절차를 통해 주소지를 파악하고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판결 받아도 돈 없다고 버티면 끝 아닌가?

어렵게 소송에서 이겨도 상대방이 '가진 돈이 없다'고 버티면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소송과 동시에 '가압류'를 신청해 상대방이 재산을 빼돌리지 못하도록 묶어두는 조치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서아람 변호사는 "소송에서 이겼을 때 실제 회수 가능성을 높이려면, 소송과 동시에 상대방 명의의 예금, 급여, 부동산 등에 가압류를 신청해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이주한 변호사(법무법인(유한) 한별)는 "A씨의 전 연인처럼 다른 채권자도 있는 상황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법적 절차를 시작해 집행권원(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권리)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A씨가 잃어버린 돈을 되찾는 길은 분노를 앞세운 형사 고소가 아닌, 차가운 법적 절차를 통해 자신의 권리를 증명하는 데 있었다.


사랑의 이름으로 건넨 돈이 배신으로 돌아왔을 때, 법은 감정이 아닌 증거의 언어로 답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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