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6천만원 빚 갚으라며 딸 사진 보낸 채권자… 법원은 무죄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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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6천만원 빚 갚으라며 딸 사진 보낸 채권자… 법원은 무죄로 봤다

2025. 12. 17 14:47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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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자에게 자녀 사진 보내며 "가 봅시다" 문자

검찰은 협박죄 기소

법원 "사진 보냈다고 위해 가한다는 뜻 아냐"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총 6천만 원 넘네요…가 봅시다."


돈을 갚지 않는 채무자에게 독촉 문자를 보내던 A씨. 그는 채무자의 딸 사진 한 장을 메시지와 함께 전송했다. 돈을 갚으라는 압박이었을까, 아니면 가족을 해치겠다는 끔찍한 경고였을까. 검찰은 이를 명백한 협박으로 보고 재판에 넘겼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전주지방법원 제3-3형사부(재판장 정세진)는 협박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의 행동이 부적절하거나 과격했을지언정, 법적으로 처벌 가능한 협박에는 이르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6년 묵은 빚, 그리고 날아든 딸의 사진

사건의 발단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지인 B씨에게 사업 자금 명목으로 2,000만 원을 빌려줬지만, 돈은 감감무소식이었다. A씨는 수년간 형사 고소, 지급명령 신청, 채무불이행자 명부 등재 등 할 수 있는 법적 조치는 다 취했다. 법원에서도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B씨는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감정이 격해진 A씨는 2021년 5월, B씨에게 "형사·민사 준비하라", "내일 소송비용 추가 청구한다"는 등의 문자를 연달아 보냈다. 그 과정에서 B씨 딸의 사진 한 장을 전송하며 "총 6천만 원 넘네요…가 봅시다"라는 메시지를 덧붙였다.


검찰은 이 행동을 문제 삼았다. 빚을 갚지 않으면 자녀에게 해를 가하겠다는 암묵적인 협박이라는 것이다. 특히 A씨가 과거 B씨에게 "조선족 애들 풀어서 똑같이 해주겠다"는 등의 과격한 문자를 보내거나, B씨 차량 바퀴에 쇠사슬을 감아 운행을 방해해 벌금형을 받은 전력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법원 "법적 절차 밟겠다는 뜻…해악 고지 아냐"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보낸 문자 메시지의 맥락을 꼼꼼히 뜯어봤다.


재판부는 "'가 봅시다'라는 표현은 앞뒤 문맥을 볼 때, 시간과 비용이 들더라도 법적 절차를 끝까지 밟아 돈을 받아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즉, 물리적 위해가 아닌 법적 대응을 예고한 것이라는 판단이다.


논란이 된 딸 사진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사진 자체가 정면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인물 사진일 뿐, 공포심을 유발할 만한 구체적인 형상이 아니다"라고 봤다.


또한 사진 전송 전후에 오간 메시지들이 주로 소송 비용 청구 등 법적 절차에 관한 내용이었던 점을 들어, 사진 전송만으로 자녀에게 위해를 가하겠다는 구체적인 해악을 고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사진 몰래 얻었냐" 질문에 거짓말…그래도 협박은 아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딸 사진을 B씨로부터 예전에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거짓말 탐지기 조사 결과, A씨가 몰래 SNS 등에서 사진을 구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거짓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역시 유죄의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설령 사진 입수 경위에 대해 거짓말을 했거나 과거 과격한 언행을 했더라도, 이번 공소사실인 딸 사진 전송 행위 자체가 협박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참고] 전주지방법원 제3-3형사부 2023노1556 판결문 (2025. 1. 23.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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