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가 낸 사고, 수갑은 누가 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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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가 낸 사고, 수갑은 누가 찰까?

2025. 12. 10 13:12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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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운전 안 했는데요?" 운전자 변명, 법정에선 통할까

현행법상 차주가 1차 책임

결함 입증해야 제조사에 '구상권' 청구 가능

자율주행차 사고가 나면 운전자가 조작하지 않았더라도 현행법상 기본 책임은 차주에게 있으며, 기술 단계에 따라 제조사 책임 여부가 달라진다. /셔터스톡

"판사님, 저는 핸들을 잡지도 않았습니다. 차가 알아서 가다가 사고를 낸 건데 왜 제가 책임을 져야 합니까?"


가까운 미래, 법정에서 흔히 볼 수 있게 될 풍경일지도 모른다. 운전석에 앉아 책을 읽거나 잠을 자는 사이,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냈다면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 기술은 '운전자 없는 세상'을 향해 질주하고 있지만, 법의 시계는 여전히 인간의 책임을 묻고 있다. 현행법을 기준으로 자율주행차 사고의 복잡한 책임 방정식을 풀어봤다.


"그래도 주인 책임"… 민사상 손해배상의 원칙

결론부터 말하면, 자율주행 모드였다 해도 사고가 나면 일차적인 책임은 차주(보유자)가 진다. 내가 운전하지 않았더라도 내 차가 움직여서(운행지배), 내가 편익을 얻었기(운행이익) 때문이다.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자배법)은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는 그 운행으로 다른 사람을 사상케 한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 역시 운행지배와 이익이 상실되지 않는 한 보유자의 책임을 인정한다.


따라서 자율주행 시스템이 운전했다 하더라도, 피해자에 대한 보상 책임은 원칙적으로 차주에게 있다. 억울하다면? 차주는 자동차의 구조상 결함이나 기능 장해가 있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서 면책받아야 하는데, 일반인이 이를 입증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레벨3 vs 레벨4… 기술 수준이 운명 가른다

책임의 무게추는 자율주행 기술 단계에 따라 달라진다. 현행법은 자율주행차를 '부분 자율주행(레벨3)'과 '완전 자율주행(레벨4 이상)'으로 구분한다.


현재 상용화 단계인 레벨3(부분 자율주행)는 위급 시 운전자가 개입해야 한다. 도로교통법은 운전자에게 "시스템의 직접 운전 요구에 지체 없이 대응하여 직접 조작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즉, 차가 "위험해요, 운전대 잡으세요"라고 신호를 보냈는데 딴짓하다 사고를 냈다면, 운전자는 꼼짝없이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처벌을 받게 된다.


반면 운전자가 필요 없는 레벨4(완전 자율주행)라면 상황이 다르다. 운전자의 개입 의무가 없으므로 형사상 과실을 묻기 어렵다. 이때는 시스템 오작동을 일으킨 제조사가 형사 책임을 질 가능성이 열린다.


제조사 심판대에 세우려면? '기록장치'가 스모킹건

그렇다면 차주는 무조건 독박을 써야 할까? 아니다. 사고 원인이 명백한 기계 결함이라면 제조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우리 법은 '제조물 책임법'을 통해 제조물의 결함으로 발생한 손해를 제조업자가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제조사가 결함을 알면서도 조치하지 않아 중대 사고가 났다면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물어내야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도 가능하다.


실무적으로는 보험사가 먼저 피해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뒤, 사고 조사를 통해 기계 결함이 밝혀지면 제조사에 돈을 청구(구상권 행사)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이때 핵심 증거가 되는 것이 비행기의 블랙박스 같은 '자율주행정보 기록장치'다. 법은 자율주행차에 이 장치 부착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여기에 기록된 시스템 작동 정보가 사고 원인을 밝히는 열쇠가 된다.


현행법은 여전히 차주에게 책임을 묻는 구조다. 자율주행차의 편안함 뒤에는 복잡한 법적 책임이 도사리고 있다. 운전대를 놓는 그날까지, 안전벨트는 단단히 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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