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41회 연인 신체 불법촬영하고도 '집행유예'…법원은 왜 실형을 면해줬나
[단독] 141회 연인 신체 불법촬영하고도 '집행유예'…법원은 왜 실형을 면해줬나
교제 중이던 피해자 몰래 찍은 영상만 141개
총 166개 불법촬영물 소지 혐의
피해자 합의 없었지만 전과 유무와 재범 방지 가능성이 양형 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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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회에 달하는 연인 불법 촬영과 영상 소지 범행에도 불구하고, 초범이라는 점과 범행 자백이 유리한 양형으로 작용해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교제 중이던 전 연인의 신체를 수년간 141회에 걸쳐 불법으로 촬영하고,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한 불법 영상물까지 총 166개의 불법 촬영물을 소지한 피고인이 재판에 넘겨졌다.
범행 기간만 약 3년에 달하고 피해자의 용서도 받지 못했지만, 법원의 최종 판단은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였다.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 명령 역시 면제됐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재판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반포 및 소지)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과 3년간의 관련 기관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피해자와의 관계, 장기간 이어진 범행 수법, 그리고 압수된 USB 저장 매체에서 쏟아져 나온 증거들 속에서 법원이 선처를 내린 법적 근거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연인 사이의 믿음은 어떻게 산산조각 났는가?
피고인이 교제 중이던 전 연인의 신체를 장기간 몰래 촬영하고, 이를 외부에서 수집한 불법 영상과 함께 개인 저장 매체에 보관해 온 사실이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을 통해 적발되면서 신뢰가 완전히 파탄 났다.
피고인은 피해자와 연인 관계로 교제하던 사이였다.
피고인은 2018년 12월 22일 새벽 자신의 스마트폰 카메라 기능을 이용해 피해자의 노출된 가슴과 음부 등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하기 시작했다.
이 범행은 2021년 9월 5일까지 약 2년 9개월 동안 무려 141회에 걸쳐 반복됐다.
범행의 꼬리가 밟힌 것은 2023년 9월 초순경이다.
수사기관이 피고인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샌디스크 USB 저장 매체 2개가 발견됐다.
해당 USB에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직접 불법 촬영한 영상 141개뿐만 아니라,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한 여자 목욕탕 내부 영상 및 여성이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는 영상 등 25개가 추가로 들어 있었다.
총 166개의 불법 촬영물을 소지하고 있던 피고인은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 용서 못 받았는데 집행유예가 선고된 법적 근거는 무엇인가?
피고인이 범행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과거 동종 성범죄 전과가 전혀 없는 초범이라는 점이 재판부의 양형 결정에 결정적인 유리한 정상으로 작용했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24고단75 판결에 따르면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의 횟수가 141회에 달하고 내용 또한 성적 수치심을 강하게 유발하는 등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상 피해 회복이 어렵고,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끝내 용서를 받지 못한 점은 양형에 있어 매우 불리한 요소로 평가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실형을 피하게 해준 핵심 법리는 피고인의 형사처벌 전력과 재판에 임하는 태도에 있었다.
피고인은 이종 범죄로 벌금형을 1회 선고받은 것 외에는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상태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사 단계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범행을 순순히 자백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점, 피고인의 연령과 환경, 범행 동기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해 형법 제62조 제1항에 따라 징역 1년의 형벌 집행을 2년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신상정보 공개·고지 명령은 왜 면제되었나?
재판부는 취업 제한과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신상정보 등록 등 법원이 부과한 다른 보안처분만으로도 피고인의 재범을 방지하는 효과를 충분히 거둘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성폭력처벌법에 따라 유죄가 확정된 피고인은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가 되어 관할 기관에 자신의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일반 대중에게 신상을 공개하거나 고지하는 명령은 별개의 사안이다.
원칙적으로는 공개·고지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법원은 피고인이 입을 불이익의 정도와 범죄 예방 효과를 이익형량하여 예외를 둘 수 있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24고단75 판결에 따르면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동종 성범죄 전력이 없고 재범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신상정보를 대중에게 공개함으로써 피고인이 겪게 될 사회적 불이익과 예상되는 부작용이, 이를 통해 달성할 수 있는 성범죄 예방 및 피해자 보호 효과보다 지나치게 크다고 보았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를 면제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하여 해당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