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받은 상가에 거대한 기둥이 떡하니⋯"계약 무를 방법은 없나요?"
분양받은 상가에 거대한 기둥이 떡하니⋯"계약 무를 방법은 없나요?"
계약 때 평면도에서 보긴 했지만, 별도 설명 못 들었는데⋯
완공 후 보니⋯약 10평 상가에 가로 1m x 세로 2m 거대 기둥 자리 잡아
분양사무소도 "이렇게 클 줄 몰랐다"는데⋯계약 취소할 방법 있을까

분양받은 상가 입구에 떡하니 자리 잡은 기둥. 분양사무소조차 "이렇게 클 줄 몰랐다"고 하는데, 이대로 가게 운영을 할 수 있을지도 고민이다. 아예 계약을 무를 방법은 없을까. /셔터스톡
몇 년 전 새로 지어지는 작은 상가 하나를 분양받은 A씨. 약 10평 정도로 작지만, 나만의 가게를 열겠다는 오랜 꿈을 드디어 이룰 수 있게 된 사실만으로 기다림은 설레기만 했다. 건물이 완공됐다는 소식에 부푼 마음으로 자신의 상가를 찾은 그는 제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자신의 상가 입구 쪽에 커다란 기둥이 버티고 있던 것이다. 가로세로폭만 최소 1m, 최대 2m였다.
A씨도 상가 안에 기둥이 하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기둥의 크기에 관한 내용은 안내받지 못했다. 분양사무소에서조차 "기둥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고 했다. 이때의 대화를 녹음한 파일도 가지고 있다.
동선이 불편해지고 시야를 차단하는 기둥. A씨는 이곳에서 장사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된다. 지금이라도 분양을 취소하거나 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A씨가 변호사에게 도움을 구했다.
변호사들은 A씨에게 우선 계약 당시 받은 분양계약서를 확인해보라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오른의 백창협 변호사는 "손해배상청구에 앞서 분양계약서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가 면적에서 기둥이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면, 분양업체가 이를 명시하고 설명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공동법률사무소 인도 안병찬 변호사도 일단 분양계약서 내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만약 계약서에 기둥과 관련된 내용이 없다면, 이를 바탕으로 문제를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안 변호사는 "(상가 안에) 해당 기둥이 있었다는 사실을 안 경우라면 분양계약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단순히 '완공 후에 보니 기둥이 커 보인다'는 사정만으로는 분양계약 취소는 어렵다"고 안 변호사는 말했다.
만약, 계약서에 해당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면 A씨는 포기할 수밖에 없는 걸까. 아니다.
명 산 법률사무소의 명현호 변호사는 "계약 당시 A씨가 기둥의 위치를 알고 있었다 해도, 시공 후 기둥 때문에 상가 사용에 제약이 발생한 상황이라면 소송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더프렌즈 법률사무소의 이동찬 변호사도 "기둥이 상가 영업에 지장을 준다면 그 영향의 정도에 따라 계약의 해제나 분양대금 감액할 것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했다.
법무법인 선린의 이학민 변호사는 "기둥의 크기 문제로 발생하게 될 실질적인 불이익을 어떻게 입증하느냐가 소송의 쟁점이 될 것"이라며 "도면 등 계약 당시의 자료와 분양사무소의 녹취가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변호사들은 A씨가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데 이견이 없다. 그 금액은 어느 정도가 될까.
법무법인 인화의 김명수 변호사는 "기둥이 서 있는 위치와 크기로 인해 상가의 가치가 어느 정도 떨어지는지 측정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찬 변호사는 "아직 기둥이 영업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를 판단하고 평가할만한 객관적 수치가 나온 게 아니므로, 감정을 통해 평가받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했다.
강앤드강 법률사무소의 강인혁 변호사는 "기둥이 시야를 차단할 뿐 아니라 고객과 영업주의 동선에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는 경우, 분양을 통해 계획했던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었다면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본 대법원 판례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07년 대법원은 "사정변경으로 인한 계약 해제는 계약 때는 예견할 수 없었던 현저한 사정의 변경이 발생했고, 그것이 해제권을 취득하는 당사자(이 경우 A씨)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생긴 것으로서, 계약 내용대로 구속력을 인정한다면 신의칙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생기는 경우 계약준수 원칙의 예외로서 인정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