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동인 줄 알고 다운받았는데 아청물이었습니다
야동인 줄 알고 다운받았는데 아청물이었습니다
다운로드 즉시 삭제했다면 무죄 가능할까
오현종 변호사 "핵심은 고의성과 객관적 증거"

성인 영상물로 오인해 파일을 내려받았다가 아청물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2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로톡뉴스
성인 영상물인 줄 알고 무심코 다운로드한 파일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아청물)이라면 어떻게 될까.
1심에서 꼼짝없이 아청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피고인이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범죄자와 무고한 시민을 가른 핵심은 파일을 열어본 직후의 즉각적인 행동에 있었다.
사건은 지난 2020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피고인은 인터넷을 검색하다 일반적인 성인 영상물로 생각되는 파일을 다운로드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영상이 아동·청소년의 성적 행위가 담긴 성착취물이라고 봤다.
설상가상으로 피고인이 사용한 파일 공유 프로그램은 다운로드와 동시에 자동으로 다른 이용자에게 해당 파일을 업로드하는 기능이 작동하는 구조였다. 이에 검찰은 피고인에게 아청물 소지는 물론 배포 혐의까지 묶어 재판에 넘겼다.
1심 "미필적 고의 인정돼 유죄" vs 2심 "미리보기 불가, 즉시 삭제해 무죄"
1심 재판부의 판단은 유죄였다. 재판부는 해당 파일 공유 프로그램이 정상적인 경로로는 취득할 수 없는 불법 영상물들을 쉽게 다운로드하는 데 쓰인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파일 제목 등을 미루어 볼 때, 피고인이 적어도 "아동·청소년이 등장할 수 있다"는 점을 미필적 고의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프로그램 구조상 다운로드와 동시에 배포가 이루어지므로 이를 몰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벼랑 끝에 몰렸던 피고인의 운명은 2심(항소심)에서 무죄로 대반전을 맞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전에 아청물임을 알 수 없었다는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해당 프로그램에는 다운로드 전 파일 내용을 미리 보여주는 '썸네일(미리보기)' 기능이 없어 영상을 재생하기 전까지는 실제 내용을 알 수 없었다. 영상 제목에 '어린'이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긴 했으나, 재판부는 이 단어만으로 꼭 아동·청소년을 지칭한다고 단정할 수 없는 자의적 표현이라고 보았다.
무엇보다 재판부가 주목한 것은 피고인의 대처였다. 피고인은 영상을 재생한 직후 아청물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자마자 곧바로 영상을 삭제했다. 나아가 해당 파일 공유 프로그램 자체까지 컴퓨터에서 지워버렸는데, 재판부는 이를 "애초에 소지 의도가 없었음을 보여주는 정황"으로 판단했다.
오현종 변호사 "무죄 주장 가능하지만, 로그 기록 등 객관적 증거 필수"
이번 사례에 대해 법률사무소 다감의 오현종 변호사는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사건에서 (처벌) 기준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오현종 변호사는 "단순히 영상을 다운로드했다고 해서 모두 처벌되는 것은 아니다. 알면서 소지하였는가가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연히 다운로드했거나, 내용을 확인하자마자 삭제한 경우에는 무죄 주장이 가능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반드시 로그 기록, 다운로드 시점, 포렌식 자료 등 객관적 증거로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말로만 "몰랐다", "바로 지웠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미다.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사건은 사회적으로 파장이 크고 법원도 매우 엄격하게 다루는 사안이다. 한순간의 실수로 기소되어 큰 낙인이 찍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오 변호사는 "모든 사건이 유죄로 끝나는 것은 아니며, 사실관계와 증거를 어떻게 입증하고 반박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비슷한 상황으로 수사를 받게 되었다면 혼자 고민하지 말고 초기부터 형사 전문 변호사와 상의하여 정확한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