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달콤한 속삭임 "출근한 것처럼 해줄게, 수당도 줄게⋯우리 '산재처리'는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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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달콤한 속삭임 "출근한 것처럼 해줄게, 수당도 줄게⋯우리 '산재처리'는 하지 말자"

2020. 04. 16 15:03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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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 중 사고당한 근로자에 '산업 재해' 처리 대신 '공상 처리' 제안

보험료 상승 등 불이익 우려해 산재 발생 사실 자체를 은폐

회사의 위법 행위 묵인한 근로자⋯법원 "공범으로 보기엔 너무 가혹"

일을 마치고 퇴근 준비를 하던 근로자를 트럭 한 대가 밀어붙였다. 미처 피할 틈도 없었다. 그렇게 발생한 산업재해를 회사는 숨기기 위해 근로자에게 공상 처리를 제안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울산에 있는 한 청소업체에 근무하는 A씨(46). 2018년 11월 어느 날, 그는 황당한 사고를 당했다. 일을 마치고 퇴근 준비를 하던 그를 트럭 한 대가 밀어붙였다. 미처 피할 틈도 없었다.


트럭과 휴게실 벽 사이에 그대로 끼어버린 A씨. 이 사고로 심한 타박상을 온몸에 입었고, 약 2주가 넘게 출근하지 못하게 됐다. 산업재해가 발생한 것이다.


사고의 원인은 사업장 안에 세워져 있던 11t 청소 트럭. 사이드브레이크가 채워져 있지 않아 저절로 움직이게 됐고, 그 뒤에 주차돼 있던 트럭을 밀면서 발생한 연쇄 사고였다.


산업재해로 처리했어야 하는 이번 사고. 그러나 사업주는 A씨의 부상을 산업재해가 아닌 공상(公傷)으로 처리했다. 향후 발생할 산재보험료 인상 등 불이익을 피하기 위한 '꼼수'였다.


실무적으로 공상은 사업주와 근로자가 합의해 사용자가 산재법상 보상을 받지 않고 직접 비용처리를 하는 것을 말한다.


산재 발생 '은폐'한 회사⋯결국 벌금 300만원

A씨의 산재를 공상으로 처리한 회사. 대신 법인 비용으로 A씨의 치료비를 지급했다. 또한, 그가 정상 출근한 것처럼 꾸며 급여를 지급하고 시간 외 수당과 야근 수당도 챙겨줬다.


하지만 이후 노동 당국의 조사에 적발됐고, 결국 산업안전보건법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울산지방법원 형사3단독 김주옥 판사는 지난 2월, 사업주와 회사에 대한 재판을 열고 "산업재해가 발생했음에도 그 사실을 은폐해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했다"며 각각 3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그 사실을 은폐해서는 안 되며(제57조), 이를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170조)'고 규정하고 있다.


김주옥 판사는 재판에서 "피해 근로자에 대한 공상처리 그리고 노동청 보고 의무 위반 등은 전체적으로 산업재해 은폐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즉, 단순히 산재 발생 보고 의무를 어긴 것에 그치지 않고, 산재 발생 사실이 외부로 드러나지 않도록 적극적인 조치(급여 및 수당 지급)를 취한 행동은 산업 재해 은폐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의 '공상 처리' 제안에 동의한 근로자, 산업 재해 '은폐' 공범?

그렇다면 회사의 '공상 처리'에 동의해 산업 재해 은폐를 도왔다고 볼 수 있는 근로자 A씨는 어떻게 됐을까.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재 발생 사실을 은폐한 자 뿐만 아니라, 그 발생 사실을 은폐하도록 교사(敎唆)하거나 공모(共謀)한 자에 대해서도 '위법'의 책임을 묻고 있어 A씨가 이에 해당할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사건을 담당했던 울산지법의 박현진 공보판사는 "공모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며 "사업주와 대등한 지위가 아닌 약자라는 근로자 입장을 고려한다면, A씨를 회사와 공범으로 보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산업재해 발생에 대한 보고 의무 주체도 사업주이지 근로자가 아니다"라며 "지금까지 산재 발생을 은폐해 열린 재판에서 근로자를 공범으로 기소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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