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떠난 뒤 남은 120마리 소…장녀 vs 동생들, 상속 갈등 불붙었다
아버지 떠난 뒤 남은 120마리 소…장녀 vs 동생들, 상속 갈등 불붙었다
40년 황무지 일궈 소 농장주 된 부모님
장녀 혼자 고향 지키며 소 돌봤는데 동생들은 "상속재산 나눠달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무일푼으로 시작한 결혼 생활. 4남매를 키우며 황무지를 일구어 내던 한 부부가 있다. 장녀 A씨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을 따라 농사일을 거들었다. 이웃집 밭일까지 도우며 받은 일당으로 살림에 보탰던 그 시절이 지금도 생생하다.
세월이 흘러 부모님은 꽤 큰 자산가가 되었다. 넓은 논밭과 함께 소 100마리를 키우는 농장주로 성장한 것이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 아버지가 지병으로 고생하시다가 작년 말 세상을 떠났다.
홀로 남은 장녀의 무거운 어깨
동생들은 모두 일찍 결혼해 타지로 나갔고, A씨만 고향에 남았다. 아버지가 편찮으신 후로는 어머니와 함께 농사일과 소 사육을 전담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축사 관리, 사료주기, 청소까지 모든 일을 도맡아 했다.
A씨와 어머니는 오랜 시간 정성껏 키워온 소들을 하나둘 팔아야 했다. 각각의 소마다 얽힌 추억과 애착을 뒤로 하고 현실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예상치 못한 소장, 충격적인 요구
그런데 얼마 전, 동생들로부터 소장이 날아왔다.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시점의 소 100마리와 그 이후 태어난 송아지 20마리, 총 120마리의 가치를 계산해서 상속분으로 나눠달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소를 키우고 관리한 것은 어머니와 저였는데, 동생들이 갑자기 상속재산이라며 나눠달라고 하니 너무 당황스럽고 억울했어요."
가축 및 축산물 식별대장에는 농장경영자가 아버지 이름으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실제 소 사육은 몇 년 전부터 A씨와 어머니가 전적으로 맡았고, 사료비와 축사 청소 비용도 모두 그들이 부담해왔다.
법적 쟁점, 그리고 A씨에게 남은 희망
과연 A씨의 주장이 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이 문제를 살펴보려면 먼저 '동산'의 소유권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이해해야 한다.
법무법인 신세계로의 류현주 변호사는 10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 "부동산과 달리 동산은 이를 점유하고 있는 자를 소유자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즉 A씨와 어머니가 수년간 독점적으로 소를 관리했다면, 소유자를 아버지가 아닌 그들로 판단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가축 식별대장에 아버지가 농장경영자로 등록되어 있고, 아버지가 소 사육에 일정 부분 관여했다면 상속재산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구체적인 소의 관리나 사육 상황을 잘 주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류 변호사의 조언이다.
그렇다면 이미 소를 처분한 상황에서는 어떻게 될까. 다행히 A씨가 무작정 손해만 보는 것은 아니다. 판례에 따르면 상속개시 당시 상속재산이 그 후 처분된 경우, 그 재산 자체는 분할 대상이 될 수 없지만 처분 대금은 분할 대상이 된다. 즉 소 자체가 아닌 판매 대금이 상속재산 분할 대상이 되는 것이다.
동생들이 요구한 송아지 20마리는 어떨까. 이 부분에서 A씨에게 유리한 소식이 있다. 아버지 사망 후 태어난 송아지들은 상속재산의 '과실'에 해당해 상속재산 분할 대상에 포함될 수 없다. 물론 동생들이 별도 민사소송을 통해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는 있지만, 당장 상속재산으로 나눠줄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A씨에게 가장 희망적인 부분은 관리비용 공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상속재산의 관리 및 청산에 필요한 비용은 상속재산에서 지급할 수 있다. 류 변호사는 "소의 유지, 관리를 위한 사료비, 축사 청소비용 등은 상속재산의 관리에 필요한 비용으로 볼 수 있다"며 "따라서 소 처분대금에서 사연자분이 지출한 금원을 공제한 돈만이 분할대상 상속재산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A씨가 지난 몇 년간 소를 키우며 들인 사료비, 관리비, 치료비 등을 모두 계산해서 판매 대금에서 빼고 나머지를 나눠달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