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상무이면서, 국회출입 기자입니다" 그의 이상한 이중생활 결말은
"삼성전자 상무이면서, 국회출입 기자입니다" 그의 이상한 이중생활 결말은
삼성전자 "부적절한 방법 국회 출입, 다시 한번 사과"

대관업무를 위해 삼성전자 임원이 기자 출입증을 이용해 국회에 출입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셔터스톡
A씨는 4년째 국회를 출입하는 기자다. 최소한 서류상으로는 그랬다. 1년 내내 국회 건물 어디든 출입할 수 있는 녹색 테두리의 '장기 출입증'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의아했던 건 그가 쓴 기사를 읽었다는 동료 기자를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점이다.
그의 정체는 이번 국정감사 시즌에 드러났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삼성전자 부사장을 국감 증인으로 신청하자, A씨가 류 의원실을 찾아오면서다. A씨가 류 의원실 관계자들을 만나 내민 명함에는 '삼성전자 대외협력팀 상무'라고 적혀 있었다.
매일 찾아와 "증인 신청을 다시 생각해달라"고 말했던 A씨. 어떻게 매일 의원회관에 들어올 수 있는지를 의아하게 생각한 의원실에서 확인한 결과, 그가 기자 출입증을 이용해 들어온 뒤 대관(對官) 업무를 본 점이 확인된 것이다.
A씨는 지난 2016년부터 '코리아뉴스팩토리'라는 인터넷 언론사의 기자로 국회에 등록한 상태였다. 하지만 8일 오후 기준으로 이 언론사 홈페이지에는 접속할 수도, 기사를 확인할 수도 없었다.
기자를 사칭해서 대관 업무를 했다는 사실이 들통난 A씨는 곧장 삼성전자에 사표를 냈고, 즉각 수리됐다. 삼성전자는 사과문을 통해 "부적절한 방법으로 국회를 출입한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대로 끝날 사안으로 보이진 않는다. 국회사무처는 A씨에 대해 "필요한 경우 법적 조치도 취할 수 있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사안을 접한 변호사들도 "A씨 혐의가 작아 보이지 않는다"며 "최소한 두 가지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국회 출입기자로 등록하기 위해선 조건이 있다.
① 해당 언론사가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올바르게 등록된 언론사여야 하고, ② 국회를 출입하고자 하는 기자가 3개월 동안 월평균 10건의 기사를 작성했어야 한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로톡뉴스와의 통화에서 "인터넷 언론사의 경우 문화체육관광부의 정기간행물 등록을 마쳐야 하고, 등록 후 1년 이상이 지나야 국회 출입기자 신청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언론사 코리아뉴스팩토리는 2013년 정기간행물로 등록했다는 점에서 첫 번째 요건(①)은 성립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두 번째 요건(②)은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 임원으로 있으면서 정상적인 기자 활동을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A씨는 '국회 출입기자로 인정될 요건'에 미달하면서도 국회 출입기자증을 받은 것이 되므로, 형법 제228조(공정증서원본등의 부실기재죄) 위반 소지가 생긴다. 최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범죄다.

이 죄는 공무원에게 허위신고를 해서 공정증서원본 또는 이와 동일한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 기록, 허가증, 등록증에 '부실의 사실'을 기재⋅기록하게 하면 성립하는 범죄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반대 의견도 있었다. 대한변호사협회 형사법 전문 분야 인증을 획득한 주영글 변호사(법무법인 숭인)는 "국회 출입기자 명부는 공정증서 원본으로 보기가 어렵고, 기자 출입증 역시 '공공의 신용을 보장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려워 해당 조항으로 처벌될 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기자 사칭'은 국회에 대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도 연결될 수 있다. 기자가 아님에도 '삼성전자 간부'라는 본인의 위치를 이용해 기자인 것처럼 국회에 출입해, 공무원인 국회 직원들의 업무를 방해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익명의 변호사는 "국회는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성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영글 변호사 역시 "A씨에게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또는 '건조물 침입죄'에도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