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부모님이 물려주신 땅, 44년 산 남편에게도 줘야 하나요?"
"내 부모님이 물려주신 땅, 44년 산 남편에게도 줘야 하나요?"
법원, 장기 혼인 시 재산 유지 기여 인정 추세
44년 함께 산 70대 부부, 아내 상속 토지 3억 원 놓고 황혼이혼 법정 대립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44년간 함께 산 70대 부부가 황혼이혼 법정에서 아내의 상속 재산을 두고 맞섰다.
남편 A씨(70대)와 아내 B씨(70대)는 1981년 결혼해 슬하에 자녀 2명을 두고 44년간 혼인생활을 유지해왔다. A씨는 직장생활로 가계 수입을 책임졌고, B씨는 전업주부로 가사와 육아를 전담했다.
B씨는 결혼 6년 차인 1987년, 친정 부모로부터 토지를 상속받았다. 현재 시가 약 3억 원으로 평가되는 이 토지는 B씨 단독 명의로 등기되어 있다. A씨는 상속 이후 38년간 자신의 수입으로 해당 토지의 재산세를 꾸준히 납부해왔다.
최근 부부 관계가 악화되면서 이혼 절차가 진행 중이다. A씨는 재산분할 과정에서 해당 토지도 분할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자녀들은 "어머니가 상속받은 재산인데 아버지가 나눠 가질 수 있느냐"며 당혹감을 표했다.
'특유재산'도 나눌 수 있나… 44년 세월이 만든 예외
민법 제830조 제1항은 "부부의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 특유재산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통상 상속이나 증여로 취득한 재산은 특유재산으로 분류되어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판례는 "특유재산일지라도 다른 일방이 적극적으로 그 특유재산의 유지에 협력하여 그 감소를 방지하였거나 그 증식에 협력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본다(대법원 1998. 2. 13. 선고 97므1486, 1493 판결 이혼및위자료등·이혼등).
법률 전문가들은 이 사건에서 44년이라는 긴 혼인 기간과 남편의 재산세 납부 사실이 예외를 인정할 핵심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재산세 납부, '유지 기여'로 인정될까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남편이 수입으로 토지의 재산세를 38년간 납부한 것은 그 토지의 가치를 '유지'하는 데 명백하고 직접적인 기여에 해당한다"며 "재산세를 납부하지 못했다면 체납으로 인한 압류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심 심규덕 변호사도 "장기간의 혼인 기간과 남편의 재산세 납부를 통한 기여도를 고려할 때 해당 토지는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판례는 특유재산의 유지 기여를 폭넓게 인정하는 경향이다. 대법원은 "부부 중 일방이 상속받은 재산이거나 이미 처분한 상속재산을 기초로 형성된 부동산이더라도 이를 취득하고 유지함에 있어 상대방의 가사노동 등이 직·간접으로 기여한 것이라면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1998. 4. 10. 선고 96므1434 판결 이혼및위자료등).
분할 비율은 어떻게 정해지나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된다면, 다음 문제는 분할 비율이다. 전문가들은 44년의 혼인 기간을 고려할 때 5:5에 가까운 분할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법무법인 한일 이재희 변호사는 "어머니가 전업주부로 가사와 육아를 전담했다면, 이는 남편의 경제활동을 가능하게 한 동등한 기여로 평가된다"며 "전체 순자산의 분할 비율이 5: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고순례 변호사도 "결혼 기간이 44년 정도면 부부의 기여도는 50:50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며 "어머니가 가사와 육아, 남편 내조를 한 덕에 아버지가 안정적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상속 재산의 특성을 고려해 아내가 5~10% 정도 더 받는 수준에서 조정될 여지는 있다고 덧붙였다.
실무상 혼인 기간이 10년 또는 20년을 초과하면 처가 소득활동을 하지 않은 경우에도 50%를 분할받은 예가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윤진수, 『주해친족법[제2판] 제1권』, 박영사(2025년), 478-479면).
신중론도 존재… "적극적 기여 입증이 관건"
다만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법무법인 명륜 오지영 변호사는 "단순히 결혼 기간이 길다는 이유만으로 상속재산이 자동으로 재산분할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특유재산의 '유지' 또는 '증식'에 대한 적극적 기여가 구체적으로 입증되어야 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만약 해당 토지가 특별한 관리나 개발 없이 방치되었고, 재산세 납부 외에 남편의 다른 기여를 찾기 어렵다면 법원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소송보다 합의 우선 고려해야"
법률 전문가들은 소송의 불확실성과 비용을 고려할 때 합의를 우선 시도할 것을 권고한다.
한대섭 변호사는 "재산분할 소송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고, 소송 과정에서 가족 간 갈등이 깊어질 수 있다"며 "44년 함께한 세월과 서로의 기여를 인정하는 선에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