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연인이 남긴 반려견, 내 이름으로 등록됐다면…파양해도 될까?
헤어진 연인이 남긴 반려견, 내 이름으로 등록됐다면…파양해도 될까?
동물등록 명의자≠소유자?…전문가들 '일방적 파양은 위험, 내용증명 등 절차 밟아야'

전 연인이 남기고 간 반려견을 함부로 파양하면 동물 유기죄로 처벌될 수 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전 연인의 반려견, 홧김에 파양했다간 '동물유기' 전과자 됩니다
전 남자친구가 남기고 간 강아지 한 마리. 동물등록증에 적힌 이름은 내 이름인데, 이별 후 4개월째 전 남자친구는 감감무소식이다.
더는 키울 수 없어 파양을 고민하는 A씨, 홧김에 강아지를 내보냈다간 '동물 유기'로 처벌받을 수 있다.
"내 이름 등록됐으니 내 강아지?"…엇갈린 전문가 의견
A씨의 사연에 변호사들은 먼저 동물등록의 법적 효력을 살폈다. 법률사무소 조이의 윤관열 변호사는 "동물등록이 본인 명의로 되어 있다면, 현재 강아지의 법적 소유자는 본인으로 볼 가능성이 높다"며 A씨가 소유권을 가질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전 남자친구가 4개월간 책임을 다하지 않은 점을 들어 사실상 소유권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김경태 변호사 역시 "법적으로 동물 소유권이 귀하에게 있는 만큼, 충분한 고지 후 적절한 방법으로 파양을 진행하더라도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두 변호사 모두 전 남자친구에게 파양 의사를 명확히 통보하는 '사전 고지' 절차를 거칠 것을 공통적으로 권했다.
"등록은 소유권 증명 안돼"…법원의 냉정한 판단
하지만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동물등록 명의자라는 사실만으로 소유권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법률사무소 HY의 황미옥 변호사는 "동물등록한 사정이 있기는 하나, 그것만으로 사법상(개인 간의 법률관계) 동물의 소유자라 인정받기에는 부족함 있다"고 선을 그었다. 최초 소유자가 누구인지, 두 사람 사이에 소유권 이전에 대한 합의가 있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법원의 판단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한 판결(2024가단5195924, 민사 단독사건)에서 "동물등록제도는 동물의 보호 등을 위한 제도일 뿐 소유관계를 공시하거나 결정짓는 제도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만약 실제 소유주가 전 남자친구로 인정될 경우, A씨가 임의로 강아지를 파양하면 동물보호법상 '유기' 행위로 처벌받을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폭탄' 피하려면 '내용증명'이 첫걸음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해결책은 '공식적인 통지' 절차를 밟는 것이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내용증명 우편을 보내는 것이다. 내용증명은 누가, 언제, 어떤 내용의 문서를 누구에게 보냈는지 우체국이 증명해주는 제도로, 훗날 법적 분쟁이 발생했을 때 중요한 증거가 된다.
내용증명에는 '일정 기한(예: 2주) 내에 반려견을 데려가지 않으면 소유권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하고, 동물보호센터 인도나 제3자 분양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을 명확히 담아야 한다. 이 통지에도 상대방이 응하지 않는다면, A씨는 동물 유기라는 법적 책임에서 상당 부분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이별의 상처가 법적 분쟁으로…'양육비 청구'로 맞서라
만약 뒤늦게 전 연인이 나타나 소유권을 주장하며 문제를 제기해도 방법은 있다. 오히려 그동안 강아지를 돌보는 데 들어간 사료비, 병원비 등 '양육비'를 청구하며 맞설 수 있다. 황미옥 변호사는 "의무 없이 타인을 위해 사무를 처리한 '사무관리(민법상 제도)'가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감정에 휩쓸린 섣부른 판단이 '동물 유기'라는 형사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별의 아픔이 법적 분쟁으로 번지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면, '내용증명'이라는 최소한의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현명한 첫걸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