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2와 성적 대화' 후 2000만원 보냈는데…'사촌오빠'의 1000만원 추가 요구
'고2와 성적 대화' 후 2000만원 보냈는데…'사촌오빠'의 1000만원 추가 요구
'통매음' 합의금이라더니 '성착취' 덧씌워 3000만원 요구…변호사들 "전형적 공갈, 추가 지급 절대 금물"

채팅 앱에서 만난 고등학생과 성적인 대화를 나눈 남성이 사촌 오빠를 사칭한 이에게 협박당해 2000만 원을 갈취당했다. / AI 생성 이미지
채팅 앱에서 만난 고등학생과 성적인 대화를 나눈 A씨. 그는 다음 날 등장한 상대의 '사촌 오빠'에게 2000만 원을 보냈다.
하지만 요구는 끝나지 않았다. 죄명을 바꿔가며 1000만 원을 더 보내라는 협박에 A씨는 법률 상담을 구했다.
A씨는 이 돈을 보내야만 하는 걸까, 아니면 A씨 역시 범죄의 피해자가 된 걸까?
"위아래 만져줘" 한마디에 시작된 협박…3000만원까지 불어난 합의금
성인 남성 A씨는 채팅 앱에서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 B씨와 알게 됐다. 대화가 잘 통한다고 생각한 A씨는 B씨에게 3만 원 상당의 기프티콘 등을 보내며 호감을 표시했다.
며칠 뒤 A씨는 만남을 제안했고, B씨가 "만나서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묻자 덜컥 겁이 났다. 이대로 연락이 끊길 수 있다는 생각에 그는 B씨에게 "한 번 안아 봐도 되냐"고 물었다.
이후 대화에서 B씨가 "난 솔직한 남자가 좋다"고 말하자, A씨는 결국 선을 넘는 발언을 하고 말았다. 그는 B씨에게 "만나서 위아래 만져줘", "난 리드당하는 게 좋아"와 같은 성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문제는 바로 다음 날 터졌다. 자신을 B씨의 사촌 오빠라고 밝힌 C씨가 나타나 A씨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문제 삼으며 합의를 요구한 것이다. 처음 수십만 원이었던 합의금은 반년 사이 '성희롱', '성착취' 등 새로운 죄명이 추가되며 총 3000만 원까지 불어났다. A씨는 이미 2000만 원을 보낸 상태였다.
변호사들 "전형적인 공갈 범죄, 추가 지급은 절대 금물"
결론부터 말하면 변호사들은 A씨가 더 이상 돈을 보내서는 안 된다고 한목소리로 조언했다. 상대방의 행위가 정당한 합의 요구가 아닌 '공갈' 범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쉴드 조재황 변호사는 "A씨가 보낸 2000만원은 명백한 공갈 범죄의 피해금액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며 "합의금을 명목으로 반복적으로 금전을 요구하고 죄명을 추가하는 방식은 전형적인 공갈 수법"이라고 분석했다.
법률사무소 필승 김준환 변호사 역시 "상대방이 사촌 오빠 등을 사칭하며 지속적으로 죄명을 추가하고 금액을 증액하는 것은, 전형적인 '통매음 기획 공갈 사기' 조직의 범행"이라며 "추가 1000만원 지급 요구에 절대 응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오른 백창협 변호사는 "헌터로 추정된다"며 "지속적인 금전 요구는 헌터의 패턴이므로 우선 무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 잘못은 '통매음', 상대는 '공갈죄'…역고소도 가능해
물론 A씨의 행위에도 법적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성적 욕망을 유발할 목적으로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말을 보냈다면 통신매체 이용음란죄(성폭력처벌법 제13조)가 성립할 수 있다. 이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A씨의 혐의와는 별개로, 상대방의 행위는 더 무거운 '공갈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률사무소 편율 신상의 변호사는 "상대방이 죄목을 임의로 변경·추가하며 처벌 수위를 부풀리는 주장에 무작정 휘둘릴 필요는 없다"며 "통상적인 합의금 수준을 현저히 초과한 금액을 요구하는 것은, 공갈죄에 해당하는 명백한 범죄 행위"라고 설명했다.
김준환 변호사는 "A씨의 가벼운 통매음 혐의보다 상대방 조직의 조직적 공갈 범죄가 훨씬 무겁다"며 "상대방을 공갈 혐의로 처벌할 강력한 무기"라고 말했다. 그는 통화 녹음, 이체 내역, 대화 캡처본 등을 확보해 역으로 고소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클리어 법률사무소 김동훈 변호사 역시 "공갈죄 및 사기죄로 형사 고소를 진행해 피해금을 회수하는 선제적 대응이 주요 쟁점"이라며 이미 지급한 2000만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 청구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