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상태 복구' 특약의 덫…10년 된 창문도 철거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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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상태 복구' 특약의 덫…10년 된 창문도 철거 대상?

2026. 03. 24 15:49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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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인은 '시멘트까지' 요구, 임차인은 '내가 설치한 것만'…수천만 원 분쟁

상가 임대차 '원상 복구' 특약과 관련해 임대인이 전 임차인 시설까지 철거를 요구하나, 판례는 임차인이 직접 변경한 부분만 복구 의무가 있다고 본다. / AI 생성 이미지

상가 임대차 계약서에 적힌 '분양 상태로 원상복구'라는 단 한 줄의 특약 때문에 수천만 원의 철거비를 물게 될 위기에 처했다는 한 임차인의 사연이 전해졌다.


임대인은 이를 근거로 임차인이 설치하지 않은 10년 넘은 시설물까지 전부 철거해 '시멘트 상태'로 만들라고 요구하고 있다. 계약 종료를 앞두고 시작된 이 분쟁은 결국 내용증명이 오가는 법적 다툼으로 번졌다.


전임차인 시설 인수했는데…돌아온 건 '수천만 원' 철거 요구


사건의 발단은 3년 전, 임차인 A씨가 전임차인의 인테리어를 철거하지 않는 조건으로 월세 일부를 지원받으며 상가 계약을 맺으면서 시작됐다. 평온했던 계약은 상가 주인이 바뀌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새 임대인은 계약 만료 시점이 다가오자 계약서에 명시된 '현 시설물 상태에서 계약·분양 상태로 원상복구' 특약을 문제 삼았다.


임대인은 A씨가 입점하기 전부터 10년 이상 자리를 지킨 외부 통창은 물론, 전임차인이 설치한 조명 레일과 바닥 타일 밑 나무 바닥까지 모두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임대인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려면 철거비만 수천만 원에 달하는 상황. A씨는 자신이 설치한 부분만 철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임대인은 막무가내다.


법조계 “임차인이 변경한 부분만 책임지는 게 원칙”


법률 전문가들은 임대인의 요구가 법의 기본 원칙을 벗어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법원 판례(90다카12035) 역시 임차인의 원상복구 의무는 '임차인이 임차받았을 때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와이에이치 법률사무소 김영호 변호사는 “임차인의 원상복구 의무는 '임차인이 변경한 부분'에 한정됩니다. 임차 당시 이미 존재하던 시설까지 철거할 의무는 원칙적으로 없습니다”라고 명확히 설명했다.


즉, A씨가 입점할 당시 이미 존재했던 외부 통창이나 전임차인이 설치한 시설물까지 철거할 책임은 A씨에게 없다는 해석이다.


모호한 특약, 법원의 판단은?


이번 분쟁의 핵심은 '현 시설물 상태에서 계약·분양 상태로 원상복구'라는 모호한 특약 문구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상충하는 내용이 병기된 경우, 임차인에게 불리하게 해석될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한다.


법률사무소 조이 윤관열 변호사는 “계약서에 ‘분양상태로 원상복구’라는 문구가 있더라도 통상적으로는 임차인이 직접 설치하거나 변경한 부분에 한해 원상회복 의무가 인정되는 것이 원칙이며, 기존 시설이나 전임차인이 설치한 구조물까지 모두 철거하여 시멘트 상태로 복구해야 할 의무가 당연히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라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랜드로 신지수 변호사는 “법원은 이를 ‘임차인이 인도받은 당시의 상태(현 상태)를 기준으로 하되, 그 범위 내에서 원상복구를 한다’고 제한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매우 크다”고 내다봤다.


결국 법원은 계약서 문구 하나에 얽매이기보다 계약 체결 경위, 실제 변경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인 복구 범위를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보증금 지키려면 증거 확보가 최우선


전문가들은 A씨가 내용증명을 통해 임대인의 요구에 이의를 제기한 것은 시의적절한 대응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제부터는 보증금을 온전히 지키기 위한 법적 대응 준비가 필요하다.


와이에이치 법률사무소 김영호 변호사는 “임대인이 보증금에서 과도한 복구비를 공제하려 한다면, 보증금반환청구 소송을 통해 공제 항목의 정당성을 다툴 수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소송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계약서·사진·전임차인과의 협의 내용 등 증거를 미리 정리해 두시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대법원은 임대인이 원상복구 없이 해당 시설을 그대로 사용해 다음 임차인을 구하려 할 경우, 보증금에서 원상복구 비용을 공제할 수 없다(2002다52657)고 판시한 바 있어, 임대인의 향후 계획에 따라 A씨에게 유리한 국면이 펼쳐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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