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가 한 줌이시네요” 칭찬인가 성희롱인가⋯법원은 ‘이것’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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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가 한 줌이시네요” 칭찬인가 성희롱인가⋯법원은 ‘이것’을 본다

2025. 08. 20 11:46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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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 감정보다 중요한 판단 기준은?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허리가 한 줌이시네요."


후배가 티셔츠를 치마 안에 넣어 입은 모습을 본 직장 선배 A씨. 무심코 한마디를 건넸다. 하지만 분위기는 순간 싸늘해졌다. 옆에 있던 다른 선배가 "말 조심해주세요. 성희롱으로 신고하기 전에요"라며 A씨에게 핀잔을 줬기 때문이다.


깜짝 놀란 A씨는 곧바로 후배에게 "혹시 기분 나빴다면 죄송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다행히 후배는 "아니에요, 기분이 왜 나빠요"라며 웃어넘겼다. A씨는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찜찜한 기분은 가시지 않는다. 칭찬으로 건넨 말이 정말 ‘성희롱’이 될 수 있었을까?


성희롱 판단의 첫 번째 기준, ‘성적 언동’

A씨의 발언이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따져보려면, 먼저 직장 내 성희롱의 법적 정의부터 살펴야 한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직장 내 성희롱을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로 규정한다.


여기서 핵심은 ‘성적 언동’이다. 법원은 ‘성적 언동’을 ‘남녀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 본다. A씨의 “허리가 한 줌”이라는 발언은 여성의 신체 특징을 직접 언급한 것이므로, 일단 성적 언동의 범주에는 포함될 수 있다.


“기분 나빠요”가 전부가 아니다⋯법원의 ‘객관적 잣대’

그렇다면 후배가 “기분 나쁘지 않다”고 했으니 무조건 괜찮은 걸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성희롱 판단에서 피해자의 주관적인 감정은 중요한 요소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법원은 ‘객관성’이라는 또 다른 잣대를 들이댄다.


대법원 판례는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인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2005두6461 판결). 즉, ‘나만 괜찮으면 끝’이 아니라, 비슷한 직급과 상황에 놓인 보통의 사람이라면 불쾌감을 느꼈을지를 사회 통념에 비추어 판단하는 것이다.


이번 사례에서 다른 선배가 A씨의 발언을 듣고 즉시 ‘성희롱’이라고 지적한 점은 객관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성희롱은 아니지만 ‘위험한 칭찬’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의 발언이 실제 법적 분쟁으로 갔을 때 성희롱으로 인정되기는 어렵다.


결정적으로 피해 당사자인 후배가 불쾌감을 표현하지 않았고, 발언이 단 한 번에 그쳤으며, A씨가 즉시 사과했기 때문이다. 또한 발언의 전체적인 맥락이 성적인 동기나 의도를 가졌다기보다는, 후배의 옷차림에 대한 감상평에 가까웠다는 점도 고려될 수 있다.


하지만 법적 책임을 피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신체에 대한 평가는, 설령 칭찬 의도였더라도 듣는 사람이나 주변 상황에 따라 충분히 성적 굴욕감을 유발할 수 있다. 직장 내 건강한 소통은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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