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 형제 살인의 시작⋯줬던 돈 돌려받을 순 없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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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 형제 살인의 시작⋯줬던 돈 돌려받을 순 없었을까?

2019. 10. 13 16:23 작성
엄보운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eom@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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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전통시장서 50대 흉기 휘둘러 40대 친동생 살해

로또 8억 당첨 후 동생에게 1억 증여, 이후 형 궁핍해지며 동생 집 담보로 대출

대출금 못 갚자 갈등시작⋯형이 줬던 1억 돌려받을 순 없었을까

로또에 당첨된 형은 동생에게 1억원을 줬다. 이후 경제사정이 나빠진 형은 동생에게 준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이 이미지는 해당 기사와 직접 관련 없다.] /연합뉴스

전북 전주의 한 전통시장에서 50대 형이 40대 동생을 살해한 사건은 10년 전 형의 '로또 1등 당첨'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형은 로또 1등 직후 당첨금 8억원 중 1억원을 동생에게 주었지만, 이후 사업이 기울면서 동생 주택을 담보로 은행에서 4600만원을 빌렸다. 이 돈을 제때 갚지 못하면서 형제간의 갈등이 시작됐고, 결국 살인으로 이어졌다.

전주 완산구 전통시장에서 벌어진 칼부림 사건

전주 완산경찰서는 13일 "동생을 살해한 혐의로 A씨(58)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1일 오후 4시 10분쯤 전주시 완산구의 한 전통시장에서 동생 B씨(49)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범행 직후 주변 상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됐다. A씨는 "내가 동생을 죽였다"며 자백했다고 한다.


경찰조사 결과 A씨 형제는 돈 문제로 다툼이 잦았다. A씨가 동생 B씨의 주택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렸는데, 이를 갚지 않아 갈등이 심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10년 전 로또 1등, 당첨금 8억원 중 3억원을 남매 셋에 1억원씩 증여

경찰에 따르면 A씨는 10년 전 로또 1등에 당첨됐다. 세금을 떼고 8억원 정도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A씨는 그중 3억원을 누나와 B씨 등 남동생 2명에게 각각 1억원씩 나눠줬다. B씨는 이 돈에 자기 돈을 보태서 집을 샀다고 한다.


A씨는 자신의 몫 5억원으로 전라북도 정읍에 식당을 열었지만 장사가 잘 되지 않았다고 한다. 영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B씨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렸다. B씨는 그 집을 살 때 형의 도움을 받았던 터라 담보를 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로도 A씨의 가게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최근 식당이 폐업 위기까지 가면서 최근 몇 달은 대출이자 20만원도 못낼 상황에 몰렸다.

은행 빚 독촉에 깨진 형제간 우애

은행에서 빚 독촉이 지속되면서 동생 B씨 집이 경매에 넘어갈 위기에 처하자 형제간 다툼이 심해졌다. 살인 사건이 벌어진 지난 11일에도 두 사람은 대출이자 연체 문제로 전화통화를 하다 심하게 다툰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통화 직후 정읍에 있던 A씨가 전주 동생 가게를 찾았다"고 했다.


동생 B씨 가게에 도착했을 당시 A씨는 만취 상태였다고 한다. 두 사람의 말싸움은 몸싸움으로 번졌고, 결국 A씨가 흉기로 B씨를 찌르는 비극이 발생했다. 목과 등을 여러 차례 찔린 B씨는 119 구급대 의해 병원에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동생에게 증여한 '로또 당첨금' 돌려받을 수 없었을까?

경제 사정이 궁핍했던 A씨가 10년전 동생 B씨에게 증여한 1억원을 돌려받을 수는 없었을까. 이 사건이 전해지자 "만일 그랬다면 이런 비극은 없었을 텐데"라고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준 돈을 돌려받을 수는 없었을 것"고 분석했다. 민법 558조에 "증여의 이행이 완료된 후에는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돈이 이미 전달됐다면 준 돈을 다시 돌려받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법무법인 이담의 윤소평 변호사는 "'앞으로 증여를 하겠다'는 계약은 몇 가지 사유가 인정되면 해제할 수 있지만, 이미 증여가 이뤄진 부분에 대해서는 해제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윤 변호사는 "증여계약 후 증여가 이뤄지기 전에 증여자(돈을 준다고 한 사람)의 재산 상태가 현저히 악화됐다면 증여를 해제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건 돈이 건너가기 전에 취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했다.

A씨가 돈 주면서 '조건' 내걸었다면 돈 돌려받을 수 있었다

다만 A씨가 증여하면서 "'어떤 일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조건을 걸었을 경우엔 돌려받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한다.


법무법인 평화 박현우 변호사는 "특정한 조건으로 증여한 이후 그 조건을 지키지 않는 경우 증여계약 해제가 가능하다"며 "단 A씨가 그런 증여(부담부증여)라는 점을 증거로 입증해야 한다"고 했다.


부담부증여(負擔附贈與)란 증여자(돈을 주는 사람)가 수증자(돈 받는 사람)에게 어떠한 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증여를 말한다(민법 제561조). 대표적으로 어떤 사람이 자신의 자식에게 재산을 주면서 자신의 부양과 조상의 제사를 지내는 것을 부담하는 것을 조건으로 걸고 재산을 증여하는 경우다.


법률사무소 명재의 이재희 변호사는 "우리 민법 561조는 상대부담(조건)이 있는 증여에 대하여 (일방계약이 아닌) 쌍무계약에 관한 규정을 적용한다"며 "그 부담을 이행하지 않았다면 그것을 원인으로 하는 해제권 행사를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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