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중 산모 사망' 부른 경찰 순찰차. 긴급차 양보 의무 위반, '고의성'이 처벌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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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중 산모 사망' 부른 경찰 순찰차. 긴급차 양보 의무 위반, '고의성'이 처벌 가른다

2025. 11. 06 09:39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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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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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 있어요!" 외면한 경찰

구급차 지나가던 당시 순찰차 영상 / 연합뉴스

지난 10월 30일 오후 9시경, 부산 서구 구덕운동장 인근 구덕사거리에서 위중한 산모를 태운 사설 구급차의 긴박한 이송 상황이 발생했다. 차량에 배가 깔리는 교통사고를 당해 위중한 상태였던 산모는 부산대병원으로 급히 향하고 있었다.


긴급 상황에서 구급차는 신호가 빨간불로 바뀌자 1차로에 정차해 있던 경찰 순찰차 바로 뒤에 멈춰 섰다.


구급차는 즉시 사이렌을 울리며 "안에 산모 있어요"라고 양보를 요청하는 방송까지 했으나, 순찰차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결국 2차로의 관광버스가 먼저 길을 비켜준 후에야 구급차는 겨우 병원으로 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산모는 병원으로 옮겨진 뒤 아이와 산모 모두 숨진 것으로 알려져 국민적 공분을 샀다. 긴급 상황에서 찰나의 시간도 아까운 구급차의 진로를 막아선 경찰 순찰차의 행동은 곧바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경찰 "2~3초 만에 벌어진 일, 인지 어려웠다"…법적 의무 회피 가능할까?

경찰은 당시 순찰차 운전자가 뒤에서 접근하는 구급차를 인지하고 움직이기에 시간이 너무 짧았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구급차의 존재를 인지했을 때는 이미 버스가 자리를 비켜 구급차가 2차로로 빠져나가던 중이었는데 이 모든 것이 2~3초 찰나에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구급차를 알았다면 오히려 에스코트하거나 신호를 통제하는 등 지원했을 것이라며 고의성이 없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사건의 핵심 법적 쟁점은 순찰차 운전자의 '긴급자동차 진로 양보 의무 위반' 여부다.


도로교통법 제29조는 긴급자동차의 우선 통행을 규정하며, 모든 차의 운전자는 긴급자동차가 접근하면 진로를 양보하고 교차로를 피하여 일시정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제4항, 제5항).


구급차는 사이렌을 울려 긴급자동차로서의 요건을 충족했다. 이를 위반하면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해질 수 있다(도로교통법 제156조 제1항 제3호).


법리 분석: 순찰차 운전자 처벌 가능성을 가르는 두 가지 쟁점

법률 전문가들은 순찰차 운전자의 처벌 가능성이 '구급차를 인지할 수 있었는지'와 '인지 후 조치를 취할 시간이 충분했는지' 두 가지 쟁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분석한다.


1. 인지 가능성: 경찰관은 사이렌을 듣지 못했는가

  • 불리한 사정: 구급차가 사이렌을 울렸다면 청각적으로 긴급자동차의 접근을 인지할 수 있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 순찰차에는 백미러와 사이드미러가 있어 후방 확인도 가능했다. 특히 경찰관은 일반 운전자보다 긴급자동차에 대한 양보 의무를 더 잘 알고 있어야 할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더욱 엄격한 주의의무가 요구된다.


  • 유리한 사정: 신호대기 중 정차 상태였으므로 후방 주시가 제한적일 수 있고, 야간 상황이었다는 점 등은 인지에 제약이 될 수 있다. 법원 판례 역시 긴급자동차의 사이렌 소리나 경광등을 통해 그 접근을 인지할 수 있었는지를 중요하게 고려한다.


2. 조치 가능 시간: 경찰 주장대로 2~3초는 찰나였나

  • 불리한 사정: 구급차가 바로 뒤에 정차하여 양보를 요청한 상황 자체가 운전자의 적극적인 확인과 조치를 요구한다.


  • 유리한 사정: 경찰 측 해명대로 구급차를 인지한 시점부터 2차로 버스가 길을 비켜주기까지 2~3초의 짧은 시간이었다면, 물리적으로 순찰차가 움직여 진로를 양보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 어려웠다고 판단할 여지가 있다.


결국, 현장의 블랙박스 영상, 사이렌 소리의 크기와 주변 소음 정도에 대한 음향 분석, 그리고 목격자들의 진술 등을 통해 순찰차 운전자가 고의로 양보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인지하지 못했거나 인지 후 조치할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실무상 처리 전망: 처벌 수위는 어떻게 결정될까?

법률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처벌 여부가 나뉠 것으로 보고 있다.


불기소 또는 기소유예 가능성


경찰 해명처럼 실제로 모든 상황이 2~3초 만에 발생했고, 구급차를 인지했을 때 이미 다른 차량이 길을 비켜줘 구급차가 빠져나가던 중이었다면, 운전자에게 진로 양보 의무를 이행할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불기소 처분이나 기소유예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약식명령 또는 정식재판 가능성


반면, 사이렌 소리를 충분히 듣고도 후방을 확인하지 않았거나, 인지 후에도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인정된다면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약식명령 또는 정식재판에 회부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긴급자동차에 대한 국민의 양보 의무와 공무 수행자의 책임 범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인 만큼, 사법당국이 어떠한 판단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종 판단은 당시의 구체적인 교통 상황과 운전자의 인지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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