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당했는데 계약기간 남았다면? '이것'부터 보내세요
전세사기 당했는데 계약기간 남았다면? '이것'부터 보내세요
내용증명으로 종료 선언 후 임차권등기 신청해야

전세 계약이 남았어도 집주인의 사기 혐의로 신뢰가 무너졌다면, 세입자가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선언할 수 있다. /셔터스톡
전세 계약 기간이 1년 넘게 남았는데, 집주인이 다른 세입자들의 보증금을 떼먹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장 이사 갈 수도, 보증금을 돌려달라 할 수도 없는 막막한 상황. 변호사들은 이 경우 임대인의 동의 없이도 계약을 끝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조언했다.
"계약기간 남았는데..." 발 묶인 전세사기 피해자
A씨는 작년 5월 경찰로부터 '전세사기 위험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미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10명이 넘고 집주인은 재판에 넘겨진 상태였다.
계약 만료일은 2026년 1월. 당장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고 싶지만, 이 제도는 원칙적으로 '임대차가 종료된 후'에만 가능하다. 집주인이 순순히 계약 중도 해지에 합의해 줄 리도 만무한 상황이다.
이처럼 계약 기간에 발이 묶인 A씨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법적 사각지대에 놓인 듯 보인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계약의 기초가 무너졌다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변호사들의 해법 "사기 자체가 계약 파탄 사유"
다수의 변호사들은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 능력이 없음을 알면서도 계약한 행위 자체가 사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임대차 계약의 가장 기본이 되는 신뢰 관계를 파탄 낸 중대한 사유라는 것이다.
대법원 역시 "계약의 존속 중에 당사자 일방이 계약상 의무를 위반하여 신뢰관계가 파괴된 경우 상대방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대법원 2002두5948 판결)고 판시한 바 있다.
정재영 변호사(법무법인 태강)는 "임대인이 애초부터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면 명백한 사기적 기망행위"라며 "임차인이 일방적으로라도 계약을 해지할 정당한 사유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즉, 임대인의 동의가 없더라도 세입자가 먼저 계약 종료를 선언할 수 있다는 의미다.
내용증명 한 통이 모든 것의 시작
그렇다면 구체적인 실행 방법은 무엇일까? 변호사들은 3단계 해법을 제시했다.
첫째, '내용증명'을 발송해 계약 해지를 공식 통보하는 것이다. 내용증명은 우체국을 통해 어떤 내용의 문서를 언제 누구에게 발송했는지를 증명하는 제도로, 법적 분쟁에서 중요한 증거가 된다.
이 내용증명에 '임대인의 사기 행위와 신뢰관계 파탄으로 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이 통보가 임대인에게 도달하는 순간, 법적으로 계약은 종료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둘째, 내용증명 발송 후 즉시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는 것이다. 계약이 종료되었으므로 임차권등기명령의 요건을 갖추게 된다.
유형빈 변호사(법률사무소 명안)는 "내용증명을 통해 해지 의사와 사유를 명확히 통지한 후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이를 통해 세입자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더라도 보증금에 대한 우선적인 권리를 지킬 수 있다.
셋째, 진행 중인 형사재판에 '배상명령'을 신청하는 것이다. 배상명령은 형사사건 판사가 가해자에게 피해 보상을 직접 명령하는 제도로, 별도의 민사소송 없이도 빠르고 간편하게 집행권원(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권리)을 확보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