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만기 전 집주인의 '집 점검' 요구, 거부해도 될까?
전세 만기 전 집주인의 '집 점검' 요구, 거부해도 될까?
보증금 볼모 삼은 갑질? 변호사들 "거절은 정당한 권리"

전세 만기 시, 집주인이 보증금 반환을 미루며 사전 점검을 요구해도 법적 의무는 없으며, 이를 거절해도 소송에 불리하지 않다. / AI 생성 이미지
전세 만기일은 다가오는데, 집주인은 "다음 세입자 없인 보증금 못 준다"며 버틴다. 심지어 "계약 전 집을 점검하겠다"며 막무가내 방문을 요구하는 상황.
보증금을 무사히 돌려받기 위해 억울함을 참고 집주인의 요구에 응해야만 하는 걸까? 변호사들의 답변은 단호했다.
"보증금 돌려받으려면… 불편해도 참아야 하나요?"
전세 만기일인 5월 29일을 앞둔 임차인 A씨는 속이 타들어 간다. 집주인이 “다음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으면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정작 시세 조정은 거부하고 부동산 한 곳에만 매물을 내놓는 등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답답한 마음에 A씨가 직접 여러 부동산에 매물을 내놓고 집을 보여주며 새 임차인을 찾아 나섰다.
그런데 최근 집주인이 돌연 “다음 세입자와 계약하기 전에 집 점검을 해야겠다”며 방문 날짜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A씨가 “만기 전 집주인의 점검에는 응할 의무가 없다”고 거절하자, 집주인은 “부동산에서 손님 모시고 집 보러 갈 때 본인도 동행하여 점검하겠다”며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A씨는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고 집주인의 요구에 응해야 할지, 만약 거절했다가 소송에서 불리해지는 것은 아닐지 고민에 빠졌다.
법조계 한목소리 "사전 점검 강요, 응할 의무 없다"
이러한 A씨의 고민에 대해 변호사들은 한목소리로 “임대인의 사전 점검 요구에 응할 법적 의무가 없으며, 이를 거절해도 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불리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법무법인 도모 김상훈 변호사는 “임대차 계약이 종료되기 전 임대인이라 하더라도 임차인의 의사에 반해 무단으로 주거지에 출입할 권한은 없다”며 “현재 임대인이 요구하는 만기 전 사전점검은 법률상 의무 사항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로버스 법률사무소 신은정 변호사 역시 “임대인의 사전 점검 요구를 거절하더라도 추후 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A씨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특히 임대인이 새 임차인을 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보증금 반환을 미루는 것 자체가 법적 근거가 약하다는 지적이다. HB & Partners 이충호 변호사는 “보증금 반환 의무는 임대차 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당연히 발생하는 것이며,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명확히 했다.
만약 임대인이 임차인의 의사에 반해 집에 들어갈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협조'와 '굴복'은 다르다…현실적 대응법은?
다만 변호사들은 법적 권리와는 별개로, 원만한 해결을 위한 '현실적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핵심은 임대인의 부당한 요구에는 선을 긋되, 새 임차인을 구하기 위한 '합리적인 수준의 협조'는 보여주는 것이다.
제이디종합법률사무소 전종득 변호사는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임대인에게 문자로 “방문은 ‘중개사 동행 + 사전 24시간 통지 + 주 ○회/시간대(예: 19~21시) + 촬영 금지’ 조건으로만 허용하며, 임대인 단독 또는 점검 목적의 방문은 불가하다”고 명확히 통지하라고 조언했다.
이는 임차인의 주거 평온권을 지키면서도 '집 보여주기를 현저히 방해했다'는 식의 억지 주장을 차단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김상훈 변호사는 “중개 목적의 방문에는 충분히 협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문자나 녹취 등의 형태로 객관적인 증거로 남겨두시기 바랍니다”라며, 이러한 기록이 향후 분쟁에서 결정적인 방어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악의 경우, '이것'만은 준비해야
만약 임대인이 만기일까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변호사들은 법적 절차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확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만기 전 내용증명을 보내 계약 만료 사실과 보증금 반환을 공식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좋다. 이후 만기일이 지나도 보증금을 받지 못했다면, 이사를 가더라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할 수 있는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야 한다.
이충호 변호사는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여 대항력을 유지한 상태로 대응할 수 있으며, 이후 소송을 통해 보증금 반환과 지연손해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임대인의 비상식적인 태도가 계속된다면, 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이라는 법적 절차를 통해 자신의 권리를 찾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