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차보험 자기부담금도 '손해'인가... 대법원 공개변론, 쌍방과실 사고 기준 바뀐다
자차보험 자기부담금도 '손해'인가... 대법원 공개변론, 쌍방과실 사고 기준 바뀐다
"보험금으로 전보되지 않은 손해" 대 "보험계약상 약정 비용" 치열한 법적 공방
대법원 공개변론으로 해답 찾는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쌍방과실로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자신의 차량 수리비를 자기차량손해(자차보험)로 처리한 운전자들이 있다. 이들은 보험계약에 따라 수리비 중 자기부담금(약 50만 원 상당)을 보험사로부터 보상받지 못하고, 본인이 부담한다.
이런 운전자들은 "자기부담금도 명백히 사고로 발생한 손해"라고 주장하며, 교통사고 상대 차량의 보험사들을 상대로 자기부담금 상당액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해왔다. 타인의 과실로 인해 발생한 사고인데, 왜 내가 그 중 50만원 상당의 부담을 자기부담금으로 내야 하느냐는 것이다.
이렇게 내 보험이 아닌 상대방 보험사에게 내 부담금을 돌려달라는 민사 소송이 1심부터 진행돼 현재는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피고는 국내 대형 손해보험사 6곳이다.
이 사건의 핵심은 운전자가 부담한 자기부담금이 '손해'로 인정되어 상대방에게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권리(미전보 손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이 쟁점에 대한 법적 판단을 구하기 위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오는 12월 4일 오후 2시 공개변론을 열고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미전보 손해'란 무엇인가?
이번 사건의 핵심 개념인 '미전보(未塡補) 손해'는 한자어 그대로 풀이하면 '아직(未) 메우지(塡) 못하고 보충하지(補) 못한 손해'를 의미한다.
법적으로는 사고로 인해 발생한 실제 손해 중에서 보험금으로 보상받지 못하고 피해자가 직접 부담하게 된 부분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교통사고로 500만 원의 수리비가 발생했는데 보험사로부터 450만 원만 받았다면, 피해자가 직접 부담한 나머지 50만 원이 바로 '미전보 손해'다.
보험법 이론에 따르면, 이러한 미전보 손해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가해자 측에 직접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된다. 대법원 2015. 1. 22. 선고 2014다46211 전원합의체 판결도 이를 명확히 했다.
'미전보 손해'인가? '보험료 할인'의 대가인가?
이 사건의 법적 쟁점은 상법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5년)의 법리 해석에 달려있다.
내 손해라는 원고(운전자) 측 주장 논리
- 사실관계: 사고로 인한 총 손해액(수리비)에서 자차보험으로 받은 보험금을 빼고 남은 금액이 바로 운전자가 직접 지출한 자기부담금이다.
- 법적 근거: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손해보험에서 보험금을 일부만 지급받은 피보험자가 미전보 손해에 관해서는 제3자(상대방 운전자 또는 보험사)에게 배상책임 이행을 우선하여 구할 수 있다고 확립했다.
- 핵심 주장: 운전자가 실제로 지출한 자기부담금은 보험금으로 전보되지 않고 남은 손해, 즉 '미전보 손해'에 해당한다. 따라서 상법상 피보험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상대방에게 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논리다. 일부 하급심 법원(서울중앙지법 등)은 이러한 입장을 취하며 운전자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청구할 수 없다는 피고(보험사) 측 주장 논리
- 사실관계: 운전자가 자차보험에 가입하며 자기부담금 설정을 스스로 정했고, 그 대가로 보험료 할인이라는 혜택을 받았다.
- 핵심 주장: 자기부담금은 교통사고로 인한 '손해'가 아니라, 보험계약자 스스로 "내가 일정 부분 부담하겠다"고 약정한 계약상의 비용이다. 즉, 보험료 절감을 위해 자기 과실에 대한 손해를 스스로 감수하기로 한 것이기 때문에 '미전보 손해'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이를 상대방에게 청구하도록 허용한다면, 자기부담금 제도의 본래 취지(보험금 누수 방지, 보험료 인상 억제)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부 하급심 법원(대전지법 등)은 이 주장을 받아들여 자기부담금을 손해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판단, 수많은 운전자와 보험업계의 지침이 된다
이번 대법원 공개변론은 자기부담금의 법적 성격을 명확히 하고, 쌍방과실 사고 처리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 자기부담금의 법적 성격: 자기부담금이 ①교통사고로 인한 손해인지, 아니면 ②보험계약에 따른 면책 비용인지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내려진다.
- 보험자대위 법리의 적용: 보험사가 상대방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때, 피보험자의 권리(자기부담금 청구권)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확정된다.
- 실무적 영향: 대법원이 운전자들의 청구권을 인정할 경우, 수많은 쌍방과실 사고 피해자들이 지출한 자기부담금을 상대방 보험사로부터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반면, 청구권을 부정할 경우 운전자들의 자기부담금 부담은 유지된다.
재판부는 이번 공개변론에 보험업 관련 교수 2명과 현장 실무자 2명 등 전문가 4명을 참고인으로 출석시켜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측의 의견을 진술하게 한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분쟁심의위원회 등 관련 기관의 전문적 의견도 제출받을 예정이어서, 단순히 법리뿐만 아니라 보험업계의 실무 관행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올 경우, 쌍방과실 사고 피해 운전자들의 권익 보호와 보험 제도의 건전성이라는 두 가치가 어떻게 조화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