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에게 다시 세 얻었는데…'진짜 계약서' 안 보여주는 그, 믿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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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에게 다시 세 얻었는데…'진짜 계약서' 안 보여주는 그, 믿어도 될까?

2025. 11. 06 15:02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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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와 전대차의 함정…집주인 동의 없는 '깜깜이 전대'는 전차인 권리 보호 못 받아

전대차 계약은 집주인(임대인)의 동의가 핵심이며, 동의가 없으면 전차인은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해 퇴거당할 수 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세입자에게 다시 세를 얻은 나, 계약서를 보여달라니 '묵묵부답'…내 보증금은 안전할까?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사는 공간의 법적 지위가 흔들린다면 어떨까. 임대인(집주인)과 계약한 임차인(세입자)에게 다시 세를 얻어 사는 전차인 A씨가 바로 그런 처지에 놓였다.


임차인 B씨에게 전대차 계약서를 요구했지만, B씨는 엉뚱하게 임대계약서 이야기만 할 뿐 정작 중요한 서류는 보여주지 않았다. A씨의 불안감은 커져만 간다. 과연 A씨는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까.


임대계약서와 전대차계약서, 이름만 비슷한 완전 다른 문서


결론부터 말하면 임대계약서와 전대차계약서는 완전히 다른 문서다. 여러 변호사들은 두 계약서가 계약의 당사자와 목적부터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임대계약서는 건물주인 '임대인'과 첫 세입자인 '임차인'이 맺는 계약이다. 반면 전대차계약서는 첫 세입자인 '임차인(전대인)'이 새로운 세입자인 '전차인'에게 다시 세를 주는 내용을 담는다. 즉, A씨는 B씨와 '전대차계약서'를 작성해야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장휘일 변호사(더신사 법무법인)는 "임대계약서는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 전대차계약서는 임차인과 전차인 간의 관계를 규정한다"며 "두 계약서는 목적이 다르고 내용도 다르게 작성된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따라서 B씨가 임대계약서를 근거로 전대차 관계를 증명하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계약서 안 보여주는 세입자, 불법은 아니지만 '위험 신호'


그렇다면 B씨가 A씨에게 임대계약서를 보여주지 않는 행위는 위법일까.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법적 의무는 없다"고 답한다. 현행법에 임차인이 전차인에게 원본 임대계약서를 보여줘야 한다는 명시적 조항은 없기 때문이다. 조기현 변호사(법무법인대한중앙) 역시 "임차인이 전차인에게 임대차계약서를 보여주지 않은 것만으로 위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법적 처벌이 어렵다는 의미일 뿐,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김우진 변호사(법무법인 대현)는 "전차인의 법률적 불안 상태를 방치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계약서 확인을 거부하는 행동 자체가 전대차 계약에 무언가 숨겨진 문제가 있다는 강력한 '위험 신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전차인으로서는 자신의 권리가 걸린 핵심 정보를 확인하지 못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모든 문제의 핵심, '집주인 동의' 받았습니까?


전대차 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열쇠는 바로 '임대인(집주인)의 동의' 여부다.


우리 민법 제629조는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 없이 그 권리를 양도하거나 임차물을 전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B씨가 집주인 몰래 A씨에게 세를 내준 것이라면, 이 전대차 계약은 집주인에게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


박영재 변호사(법무법인 창세)는 "임대인의 동의 없이 전대를 한 경우, 임대인은 계약 위반을 이유로 임차인과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며 "그로 인해 전차인도 불이익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악의 경우, 집주인이 B씨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A씨에게 퇴거를 요구하면 A씨는 길거리로 나앉아야 할 수도 있다. 내 보증금과 주거권이 B씨의 말 한마디에 좌우되는 아슬아슬한 상황인 것이다.


내 권리는 내가 지킨다… 전차인의 생존법


결국 전차인은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임차인에게 '전대차계약서' 작성을 정식으로 요구하라고 조언한다. 동시에 계약서에 '임대인의 전대차 동의' 사실을 명기하고 그 증빙을 요구해야 한다.


김경태 변호사는 "내용증명을 통해 전대차 계약서 제공을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법적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차인이 계속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면, 단순히 기다릴 것이 아니라 법적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A씨의 사례는 모든 전대차 계약의 이면을 보여준다. 편리해 보이는 계약 뒤에는 반드시 확인해야 할 법적 장치가 숨어있다. '집주인의 동의'와 '명확한 전대차계약서', 이 두 가지를 확보하지 못한 전차인의 권리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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