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교주 고발하려 '음란물' 보냈다가…공익이냐, 범죄냐
사이비 교주 고발하려 '음란물' 보냈다가…공익이냐, 범죄냐
"정의 구현" 외쳤지만, 되레 '음란물 유포범' 될 위기

사이비 교주 범죄를 알리려던 제보자가 교단 관련 음란물을 타인에게 전달했다가 '음란물 유포' 혐의에 휘말렸다. / AI 생성 이미지
징역형이 확정된 사이비 교주의 범죄를 알리려다 '음란물 유포' 혐의에 휘말린 제보자의 사연이 알려졌다.
공익을 위한 행동이라 항변하지만 법조계는 선한 의도만으로 처벌을 피하긴 어렵다고 경고한다. 상대방의 요청이 있었다는 증거도 있지만 '스파이'로 의심되는 인물에게 건넨 행위의 대가는 무거울 수 있다. 법적 딜레마에 빠진 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교주 잡으려다 '유포자' 덫에…무엇이 문제였나
사건의 발단은 한 사이비 종교의 끔찍한 범죄였다. 교주가 여자 신도를 강간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자, 종교를 이탈한 A씨는 그의 만행을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교단을 반대하는 단체를 통해 충격적인 영상을 입수했다. 교단 관계자들이 교주를 위해 찍어 바친 음란물이었다. 얼마 뒤, 한 인물이 A씨에게 접근해 '파일을 보내달라'고 요청했고, A씨는 훗날을 대비해 이 대화를 녹음까지 해두었다.
하지만 상담글에 따르면 '파일을 받은 사람이 스파이짓을 해서 그쪽 종교에 일러 바친 것 같은' 정황이 드러나면서, A씨는 다른 사람의 유포 사건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앞두게 됐다.
교주의 범죄를 알리려던 제보자에서 '음란물 유포' 혐의의 피의자로 전환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공익' vs '불법'…변호사들의 엇갈린 시선
A씨의 행위가 '공익성'을 인정받아 처벌을 피할 수 있을까? 법조계의 의견은 대체로 신중론에 무게를 둔다.
법무법인 베테랑의 김재헌 변호사는 "해당 사건에서 A씨의 행위가 공익을 위한 행위로 인정될 가능성은 있지만, 음란물 유포와 관련된 법적 책임은 엄격히 적용되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합니다"라면서, 위법성 조각이 인정되기 위한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했다.
그는 "법적으로 위법성 조각 사유(공익성)로 주장하려면, A씨의 행위가 사회적으로 보호받을 만한 공익적 목적에 부합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음을 입증해야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새율의 최성현 변호사는 한층 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공익성을 이유로 한 위법성 조각은 매우 제한적으로 인정됩니다"라며 "해당 교주의 범죄 행위 고발이 목적이었다 하더라도, 이는 적법한 수사기관을 통해 이루어져야 했습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A씨가 가진 녹음 증거에 대해서도 "상대방의 요청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는 유포 행위의 위법성을 조각하는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라고 못 박았다.
반면 리라법률사무소 김현중 변호사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될 것으로 보입니다"라는 소수 의견을 내기도 했다.
참고인에서 피의자로?…'골든타임' 놓치지 않으려면
법률 전문가들은 A씨가 참고인 신분일 때가 대응의 '골든타임'이라고 입을 모은다. 법률사무소 장우의 이재성 변호사는 "현재 참고인 신분이지만 언제든지 피의자로 전환될 수 있는 만큼, 참고인 단계에서부터 적극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것을 권유드립니다"라고 강조했다.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범죄다.
법적 분석에 따르면, A씨의 행위는 형식적으로 음란물 유포에 해당하며, 수사기관 제보 등 다른 수단이 있었다는 점에서 '위법성 조각'을 통한 무혐의 처분은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범죄 고발이라는 공익적 목적이었고, 영리 목적이 없었다는 점, 상대방의 요청에 의한 소극적 전달이었다는 점 등은 향후 양형에서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변호사들은 조사 전 파일 전달 경위와 목적을 명확히 정리하고, 요청 녹음 등 증거를 확보해 변호인과 함께 조사에 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