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누나 된다"며 막았던 조부모의 손주 입양, 대법원은 허락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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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누나 된다"며 막았던 조부모의 손주 입양, 대법원은 허락한 이유

2021. 12. 23 15:44 작성2021. 12. 23 17:14 수정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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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낳은 손주 입양하겠다" 조부모의 입양 허가 소송

"친족관계에 혼란 생긴다" 1심과 2심은 기각

대법원 "아이에게 더 이익이 된다면 입양 허가해야"

친부모가 있어도 아이의 복리에 더 부합할 경우, 조부모가 손주를 자녀로 입양할 수 있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해당 이미지는 기사와 관련 없는 참고용 이미지. /연합뉴스·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딸이 "못 키운다"며 남겨둔 손주를 친자식처럼 키운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 뒤로 자신들을 친부모로 알고 자란 손주를 입양하는 일이 가능할까.


23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아이에 도움이 된다면' 입양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는 조부모가 미성년자 손주를 입양하는 사안에 대한 첫 판단. 앞서 A씨 부부의 입양 신청에 "안 된다"는 답을 내놓은 1심과 2심의 입장을 뒤집는 결과이기도 하다.


"친족관계에 중대한 혼란 발생한다" 입양 불허한 법원

A씨 부부의 사연은 고등학생인 딸이 아기를 낳으면서 시작됐다. 딸은 상대 남성과 결혼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혼하고 집을 나갔다.


생후 7개월 된 손주를 외면할 수 없었던 A씨 부부는 그때부터 아이를 애지중지 키웠다. 손주는 이들을 친부모라고 생각하며 자랐다. 그런데 손주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부부에게는 고민이 생겼다. 손주가 초등학교에 입학해 가족관계의 내막을 알게 되면 충격을 받을 것 같아서였다. 부모 없이 학교를 다니다가 불이익을 당할까 걱정도 됐다.


이에 손주를 입양하기로 결정한 A씨 부부는 법원에 입양 허가를 요청했다. 민법 제867조는 '미성년자를 입양하려는 사람은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딸도 이 입양에 동의한 상태였다. 하지만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조부모가 부모가 되고 자신을 낳은 어머니는 누나가 되는 등 친족 관계에 중대한 혼란이 발생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또한 현재 상황에서도 A씨 부부가 손주를 기르는 데 문제가 없다고 봤다.


대법원 "아이에게 더 이익이 된다면 입양 허가해야"

이후 A씨 부부는 포기하기 않고 대법원의 문을 두드렸다. 대법원은 해당 사안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결정하기로 했다.


대법원은 가족 사이에 벌어질 혼란보다 입양될 아이의 복리에 초점을 맞춰 판단했다. 이에 "손주의 친모(A씨 부부의 딸)가 생존하고 있다고 해서 입양을 불허할 이유가 될 수 없다"며 "입양으로 가족 내부 질서나 친족관계에 혼란이 생길 수 있더라도 입양이 손주에게 더 이익이 된다면 입양을 허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조선시대에도 혈족을 입양하거나 외손자를 입양하는 예가 있었으므로 우리의 전통이나 관습에 배치된다고 할 수 없고, 비교법적으로 혈족의 입양을 허용하는 예가 많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이어 원심(2심)에서 이러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따져보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지적하며, 사건을 울산가정법원으로 보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정에 대한 심리나 고려 없이 가족 내부 질서나 정체성 혼란, 현재 양육에 지장이 없음만을 이유로 입양을 불허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라며 "조부모 입양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입양 허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과 고려 요소를 상세하게 제시한 것"이라며 판결 의의를 전했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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