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뒷담화 참다 인스타 실명 저격…피해자에서 사이버폭력 가해자로?
반년 뒷담화 참다 인스타 실명 저격…피해자에서 사이버폭력 가해자로?
친구에게 외모 비하 듣던 자녀, 실명 거론하며 '욕설 제보' 요청
상대방은 '사이버폭력' 주장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자녀가 반년 동안 친구의 뒷담화와 외모 비하에 시달리다 인스타그램에 상대의 실명을 공개적으로 올린 A씨. 그는 자녀가 피해자임에도 되레 사이버폭력 가해자로 몰릴까 봐 걱정이다.
A씨의 자녀 B양은 친구 C양으로부터 반년 가까이 언어폭력을 당했다.
C양은 뒤에서는 B양을 욕하고, 앞에서는 사과하기를 반복했다. 그 과정에는 외모를 비하하는 발언도 포함됐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도 같은 일이 벌어지자 B양은 결국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C양의 실명을 거론하며 “C양이 저에 대해 뭐라고 욕했는지 들은 사람은 다이렉트 메시지(DM)를 달라”는 글을 올렸다.
이 일이 계기가 되어 양측 부모까지 문제를 알게 됐다. 상대 측은 B양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문제 삼으며 ‘사이버폭력’을 주장하는 상황이다. A씨는 그간의 피해를 입증하고 자녀를 방어할 수 있을까?
반년간의 언어폭력…'사과 카톡' 있다면 학폭·형사 신고 가능
C양의 반복적인 뒷담화와 외모 비하는 학교폭력 및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변호사들은 A씨가 가진 증거들이 신고에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고 봤다.
A씨는 C양이 직접 외모 비하를 사과하는 내용의 카카오톡 대화 캡처본, C양이 다른 친구에게 뒷담화 사실을 말하지 말라고 입단속하는 내용의 대화, 담임교사와의 통화 녹음 파일 등을 가지고 있다.
경찰 출신인 법률사무소 새율 최성현 변호사는 “상대방이 직접 외모비하 발언을 사과한 카카오톡 캡처본은 매우 중요한 직접 증거로, 학교폭력예방법상 언어폭력에 해당하는 행위가 실제로 있었음을 입증하는 핵심 자료가 된다”고 설명했다.
학교폭력 신고는 형사 고소와 별개로 진행할 수 있다.
법무법인 쉴드 조재황 변호사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절차에서는 형사소송보다 완화된 기준으로 사실관계를 판단하기 때문에 친구들의 진술서가 실질적인 증거로 채택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짚었다.
형사적으로는 공연히(불특정 다수가 알 수 있도록) 이뤄진 외모 비하 발언은 모욕죄, 구체적인 사실을 퍼뜨렸다면 명예훼손죄로 고소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
문제는 '인스타 실명 저격'…사이버폭력으로 역공당할 수도
하지만 변호사들은 B양의 인스타그램 스토리 게시물이 ‘아픈 손가락’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C양 측이 이를 근거로 사이버폭력이나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할 경우, B양 역시 가해자로 조사를 받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라미 법률사무소 이희범 변호사는 “자녀가 인스타그램에 상대 학생의 실명을 공개한 부분은 별도의 사이버폭력 사안으로 역신고될 수 있다”며 “기존 피해에 대응하기 위한 행동이었다는 사정은 설명할 수 있지만 그 자체로 정당화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도모 김강희 변호사 역시 “지금 가장 조심할 부분은 인스타 스토리의 실명 거론”이라며 “추가 게시나 공개 언급은 멈추고, 학폭 절차에서는 먼저 지속적 피해와 반복성을 중심으로 주장하는 방향이 낫다”고 조언했다.
다만 B양의 행동이 처벌을 피할 여지도 있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입증돼야 한다.
변호사들은 B양의 글이 비방이 아닌, 반년간 이어진 피해 사실을 알리고 증거를 모으기 위한 공익적 목적이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한다고 봤다.
중립 어긴 담임교사…처벌보다 '교육청 민원'이 현실적
A씨는 담임교사가 사안 처리 과정에서 중립을 지키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 변호사들은 형사처벌 같은 직접적인 ‘벌’을 주기는 어렵다고 봤다.
법무법인 도아 오수비 변호사는 “단순히 중립을 지키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법적 처벌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편파적 지도나 방치가 있었다면 학교나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거나 감사 요청을 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베테랑 나상호 변호사는 B양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비공개로 전환하고, 학교폭력 신고와 경찰 신고의 순서를 전략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스토리를 그대로 두면 상대방의 사이버폭력 신고가 먼저 접수돼 B양이 먼저 조사를 받는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취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