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때운' 헬스장, 폐업하니 '투자금 6천' 갚아라?
'몸으로 때운' 헬스장, 폐업하니 '투자금 6천' 갚아라?
1년 반 무급노동의 대가…변호사들 "차용증 서명은 절대 금물"

50:50 지분으로 헬스장을 공동 창업 후 폐업하자, 동업자가 투자금을 개인 채무로 전환하려 하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50대 50 지분으로 헬스장을 공동 창업했지만 1년 반 만에 폐업의 쓴맛을 본 A씨. 매일 12시간씩 무급으로 일하며 개인 빚으로 운영비를 메웠건만, 돌아온 것은 투자금 6천만 원을 갚으라는 동업자의 빚 독촉이었다.
신용카드까지 압류된 A씨의 사연에 법률 전문가들은 동업 실패의 손실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함정이라며, 차용증에 서명하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개인 채무가 된다고 한목소리로 경고했다.
"전부 투자할게, 몸만 와"…1년 반 뒤 빚더미 된 동업의 꿈
사건의 시작은 2023년, 한 지인의 달콤한 제안이었다. 지인은 A씨에게 "앞으로 헬스장을 차릴 건데 돈은 전부 투자할 테니, 당신은 몸으로 일을 하고 50대 50 공동대표로 사업을 하자"고 제안했다.
A씨는 고마운 마음에 매일 12시간씩 혼자 센터를 운영하며 땀 흘렸다. 하지만 늘어나는 적자를 감당하기는 어려웠다. 월세 350만 원, 관리비 150만 원, 인건비 200만 원 등 막대한 비용을 A씨는 개인 대출과 주변의 도움으로 1년 5개월간 홀로 버텨냈다.
결국 3개월치 월세와 관리비, 인건비가 밀리면서 헬스장은 문을 닫게 되었다. A씨와 그의 아내는 신용카드까지 압류당할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렸다.
"투자금 6천만원 갚아라"…'투자'를 '빚'으로 바꾸려는 차용증
폐업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동업자는 A씨에게 투자금 중 6천만 원을 갚으라며 차용증 작성을 요구했다. 동업자는 초기 투자금 1억 1천만 원(보증금 5천만 원, 인테리어 2천만 원, 기구 1천만 원 등)을 자신이 모두 부담했으니 손실은 A씨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 같은 요구에 법률 전문가들은 "절대 응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지금 제시된 6천만 원 차용증 요구는 매우 위험합니다. 이걸 작성하는 순간 동업 문제가 아니라 개인 채무로 확정됩니다"라고 단호하게 경고했다.
법무법인 창세 손권 변호사는 "차용증을 요구하는 것은 ‘처음부터 빌려준 돈이었다’는 구조로 바꾸려는 시도입니다"라며 차용증 서명의 숨은 의도를 지적했다.
"손실도 50대 50, 오히려 돈 받을 수도"…법적 해법은?
변호사들은 이 사건의 법적 성격을 '대여'가 아닌 '동업(조합)' 관계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더감 법률사무소 김경숙 변호사는 "동업계약에서 손익분배를 50:50으로 정하였다면, 이익뿐만 아니라 손실도 동일한 비율로 분담하는 것이 원칙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사업 실패로 인한 손실은 투자자 혼자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약속된 지분율에 따라 함께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다.
더 나아가 전문가들은 A씨가 오히려 돈을 받을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제로변호사 홍윤석 변호사는 "긍정적으로 보면, 오히려 A씨가 1년 5개월간 개인 대출로 감당한 운영 적자(월세, 인건비 등)의 절반을 상대방에게 청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밝혔다.
A씨의 1년 5개월간의 무급 노동 역시 '노무 출자'라는 기여분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정산 과정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차용증 거절'부터 '정산'까지…전문가들의 대응 전략
그렇다면 A씨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전문가들의 조언을 종합하면 대응 전략은 명확하다.
첫째, 차용증 작성 요구를 단호히 거절해야 한다.
둘째, 동업 관계와 각자의 기여를 입증할 증거(통화 녹음, 사업자등록증, 비용 지출 내역 등)를 확보해야 한다.
셋째, 이를 바탕으로 자산(남은 보증금 등)과 부채(밀린 월세 등), 각자의 기여분(투자금, 무급노동, 대신 낸 운영비)을 정리한 '정산표'를 작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 정산표를 근거로 합리적인 손실 분담액을 제시하며 협상에 나서야 한다.
법무법인 유안 조선규 변호사는 "현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차용증을 성급히 작성하지 않고, '공동사업(조합) 종료에 따른 청산' 틀에서 보증금·잔무·귀하 선지급 비용을 포함한 정산표를 확정한 뒤 금액을 합의하는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