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지키려 임차권등기 했더니…'등기 때문에 돈 못 준다'는 집주인, 어쩌죠?
'보증금 지키려 임차권등기 했더니…'등기 때문에 돈 못 준다'는 집주인, 어쩌죠?
계약 끝나고 이사까지 했는데 "새 임차인 안 구해지면 못 줘" 버티기…지급명령과 소송, 어느 쪽이 더 빠를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이사한 임차인이, 보증금 전액을 받기 전에 임차권 등기를 말소하는 것은 위험하다. / AI 생성 이미지
2년 전세 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된 뒤, A씨는 최근 집을 비우기로 하고 임대인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약속한 날짜에 맞춰 이사까지 마쳤지만, 집주인 B씨는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B씨는 "돈이 없다. 새 임차인이 구해지지 않으면 보증금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부동산 중개인은 "임차권등기가 설정돼 대출이 안 나와, 새 임차인을 구하기 힘들다"며 A씨를 압박했다.
A씨는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법적 절차인 임차권 등기까지 마쳤지만, 오히려 이것이 발목을 잡는 듯한 상황에 놓였다.
답답한 마음에 "보증금 절반이라도 먼저 주면 등기를 말소해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B씨는 묵묵부답이다. A씨는 이 상황에서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보증금을 돌려받을 방법을 찾고 있다. '지급명령'을 신청하는 게 최선일까?
'새 임차인 구해야 돈 준다'는 집주인 주장, 법적으로는?
결론부터 말하면, B씨의 주장은 법적 근거가 없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묵시적으로 갱신된 계약은 임차인이 해지를 통보하고 3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한다.
A씨는 이미 계약 해지 통보 후 3개월이 지나 이사까지 마친 상황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임대차계약은 법적으로 완전히 해지됐으며, 임대인은 즉시 보증금을 반환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 역시 "새 임차인이 구해져야만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다는 주장은 법적 근거가 없으며, 임차권등기 때문에 대출이 어렵다는 사정도 반환의무를 미루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급명령', 2주 내 이의신청하면 효력 잃는다는데…
A씨가 고민하는 지급명령은 소송보다 절차가 간편하고 비용이 저렴해 많이 활용된다. 하지만 상대방이 작정하고 돈을 주지 않으려 한다면 시간만 낭비할 수 있다는 게 변호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A씨의 우려대로 임대인이 지급명령을 받은 날부터 2주 안에 이의신청을 하면 지급명령은 효력을 잃고, 사건은 자동으로 일반 민사소송으로 넘어간다. 이때 임대인은 특별한 이유 없이도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제로변호사 홍윤석 변호사는 "임대인이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협의를 거부하는 상황이라면 이의신청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다만 "지급명령 신청이 임대인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수단이 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한강 허은석 변호사는 "이의신청 시 지급명령 신청이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니고 소송 절차로 전환되어 계속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시간 끌 바엔 '소송' 직행?…변호사들이 '이것' 병행하라는 이유
이 때문에 변호사들은 B씨처럼 명백히 반환을 거부하는 임대인을 상대로는 처음부터 '전세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더 빠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급명령 절차를 거치며 허비할 수 있는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소송과 함께 '가압류'를 신청해 임대인의 다른 재산을 묶어두는 조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B씨 명의의 재산이 없으면 보증금을 회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쉴드 이진훈 변호사는 "임대인 명의의 재산(부동산, 예금 등)을 미리 파악하고 판결 전이라도 가압류 등 보전처분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재산이 없거나 은닉될 경우 판결을 받아도 회수가 어려울 수 있다"고 짚었다.
법률사무소 명중 임승빈 변호사도 "지급명령만 믿고 시간을 끌다 임대인 재산이 빠져나가는 경우가 흔하다"며 "처음부터 보증금 반환 소송을 제기하며 임대인 재산에 대한 가압류를 병행하는 것이 실무상 더 안전하다"고 분석했다.
"보증금 절반이라도 주면 등기 말소" 제안, 절대 안 되는 이유
변호사들은 A씨가 B씨에게 제안한 '보증금 일부 반환 시 임차권 등기 말소' 조건에 대해서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임차권 등기는 보증금을 돌려받을 때까지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해 주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법적으로도 임대인의 보증금 전액 반환 의무는 임차인의 임차권 등기 말소 의무보다 먼저 이행돼야 하는 '선이행관계'에 있다.
조기현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상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의무가 임차인의 임차권등기 말소 의무보다 먼저 이행되어야 한다"며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기 전까지는 임차권등기를 절대 말소해주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