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72시간 일하고 월 140만원 받은 교회 전도사…법원은 봉사 아닌 '노동'이라 판결했다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주 72시간 일하고 월 140만원 받은 교회 전도사…법원은 봉사 아닌 '노동'이라 판결했다

2026. 01. 13 10:35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월급 140만 원에 '무한 봉사' 강요된 전도사, 6년 소송 끝 승소

법원 "구체적 지휘·감독 받았다면 종교인 아닌 근로자"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매일 새벽 4시, 전도사 A씨의 하루는 신도들을 태울 승합차 운전대를 잡는 것으로 시작됐다. 예배와 심방은 기본, 교구 관리 자료 작성과 각종 행정 업무까지 그의 몫이었다. 주 6일, 매주 72시간을 교회에 쏟아부었지만, 손에 쥐어진 돈은 월 140만 원 남짓. 교회는 이를 사명과 헌신이라 불렀지만, 법원은 노동이라 판결했다.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는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됐던 종교인들의 노동권 문제를 다뤘다. 6년이라는 긴 법정 다툼 끝에 밀린 수당과 퇴직금을 인정받은 전도사 A씨의 사례는 '신앙 페이'가 만연한 종교계에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하나님 일이니 참아라?… 깨진 성역

사건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학교를 갓 졸업하고 서울의 한 교회에 채용된 A씨는 "담임목사의 선교 방침에 순복하고 어떤 임무가 주어지더라도 따르겠다"는 서약서에 서명했다.


하지만 현실은 가혹했다. 새벽 운전부터 행정 업무까지 도맡으며 주 72시간을 일했지만, 임금은 초기 월 110만 원에서 6년 뒤 140만 원 수준에 그쳤다. 결국 교회를 떠난 A씨는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과 퇴직금 등 총 6870만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교회의 손을 들어줬다. 전도사의 활동을 근로가 아닌 봉사로 본 것이다. 그러나 2심과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씨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했고, 민사 소송에서도 A씨의 청구를 받아들이는 확정판결을 내렸다.


법원이 주목한 건 '종속 관계'와 '구체적 지시'

법원이 A씨를 근로자로 인정한 결정적 근거는 무엇일까. 대법원은 2006년 판례를 기준으로 지휘·감독을 받는 종속적인 지위 여부를 따졌다.


A씨는 예배 인도 외에도 차량 운전, 교구 관리 등 구체적인 행정 업무를 수행했다. 특히 매주 작성해 제출한 보고서는 그가 교회의 상당한 지휘·감독 아래 있었음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가 됐다.


방송에 출연한 유승민 작가는 "이번 판결은 봉사나 헌신이라는 이름 아래 여전히 종속 관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해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승소는 했지만… 여전한 '입증의 벽'

하지만 모든 종교인이 노동자로 인정받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근로계약서가 없는 경우가 태반이고, 업무 지시가 구두로 이뤄져 입증이 어렵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마중의 권규보 변호사는 방송 인터뷰에서 "교회에서 구두로 업무 지시하는 경우가 많고 소규모 교회는 문서화되어 있지 않다"며 "취업 규칙 대신 '교인 관리 규정' 같은 명칭을 사용해 입증이 어렵다는 점에서 여전히 사각지대"라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또한 "노동청에서 체불 결론이 나면 보통 합의로 마무리하는데, 이 사건의 경우 교회가 대법원까지 가며 치열하게 다퉜다"며 "답변을 받기까지 당사자가 겪었을 고통이 컸을 것"이라고 전했다.


신앙심을 담보로 한 무임금 노동 관행에 법원이 제동을 걸기 시작했지만, 현장의 변화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