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km 질주, 연인 덮친 마세라티… 도로 위 살인자는 870억 도박 총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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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km 질주, 연인 덮친 마세라티… 도로 위 살인자는 870억 도박 총책이었다

2025. 10. 20 16:15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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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범인도피교사 무죄로 2심서 감형

수사 과정서 드러난 거대 범죄 네트워크의 실체

2024년 10월 4일, 광주 서구 서부경찰서에서 '뺑소니 사망사고' 마세라티 운전자 김모(33) 씨가 검찰로 송치되는 모습. /연합뉴스

2024년 9월, 스무 살을 갓 넘긴 젊은 연인의 평범한 퇴근길은 한순간에 비극으로 끝났다. 새벽 배달 일을 마친 남자친구가 운전하는 오토바이 뒤에 타고 있던 여자친구는 그날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시속 128km로 질주한 흰색 마세라티 차량이 이들의 오토바이를 덮쳤고, 가해 운전자는 쓰러진 피해자들을 외면한 채 달아났다. 분노한 여론 속에 붙잡힌 가해자는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일부 혐의가 무죄로 뒤집히며 감형됐다.


하지만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뺑소니범의 행적을 쫓던 경찰의 수사망에 상상도 못 했던 거대한 범죄의 실체가 포착됐다.


광란의 질주, 꺾인 청춘의 꿈

사건은 2024년 9월 24일 새벽 3시 11분경, 광주광역시 서구의 한 도로에서 발생했다.


로엘법무법인 남채은 변호사는 20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서 "결혼을 약속했던 두 젊은 연인이 함께 퇴근하던 길이었다"며 "마세라티 차량이 신호를 무시하고 오토바이 뒷부분을 그대로 들이받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제한속도 시속 50km 도로에서 가해 차량은 브레이크 흔적조차 없이 시속 128km로 폭주했다. 이 충격으로 뒷좌석의 여자친구는 숨졌고, 남자친구는 골반과 턱뼈가 으스러지는 전치 24주의 중상을 입었다.


경찰 수사 결과, 이 사고는 단순 과속이 아닌 마세라티와 벤츠, 두 대의 차량이 벌인 위험천만한 도심 추격전 와중에 발생한 참사였다.


계획된 도주, 그리고 67시간의 추적

가해자의 범행 후 태도는 대중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남채은 변호사는 "가해자는 최소한의 구호 조치는커녕 자신의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도주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고 현장에서 500m 떨어진 곳에 수억 원짜리 마세라티 차량을 버리고, 함께 질주하던 벤츠 운전자에게 연락해 현장을 벗어났다. 버려진 차량은 소유주와 보험 가입자가 전혀 다른 이른바 '대포차'였다.


경찰은 끈질긴 CCTV 추적 끝에 사고 발생 67시간 만에 서울 강남의 한 유흥가에서 가해자를 긴급 체포했다. 그의 도주 과정에는 여러 조력자가 있었다.


서울로 도망친 그에게 고등학교 동창은 경찰 추적을 피할 수 있도록 대포폰을 구해줬고, 심지어 태국행 항공권까지 예매해줬다. 하지만 그는 공항에 두 번이나 갔으면서도 "이미 출국금지가 내려졌을 것"이라 지레 겁을 먹고 탑승을 포기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출국금지 조치는 아직 처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법의 심판, 그러나 뒤집힌 항소심

음주운전, 도주치사상(뺑소니), 범인도피 교사 등 여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해자에게 1심 재판부는 검찰 구형량과 같은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원심을 깨고 징역 7년 6개월로 감형했다.


결정적 이유는 두 가지 혐의가 무죄로 뒤집혔기 때문이다. 남채은 변호사는 "2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위드마크 공식(혈중알코올농도 역추산)의 증명력을 문제 삼아 음주운전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술을 마신 사실은 인정되나, 사고 당시의 정확한 수치를 법적으로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한, 친구들에게 도피를 도와달라고 요청한 '범인도피 교사'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남 변호사는 "자신의 도피를 위해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의 일환에 해당해 처벌할 수 없다는 법리가 적용됐다"고 밝혔다. 여기에 피해자 유족 측과의 합의도 감형에 영향을 미쳤다.


뺑소니범의 두 얼굴, 870억 불법 도박사이트 총책

사건은 이대로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경찰은 수사 초기부터 무직 상태인 가해자가 고가의 외제차를 몰고 동남아에 장기 체류한 점을 수상히 여겨왔다. 뺑소니 사건과 별개로 내사를 진행한 경찰은 거대한 범죄 네트워크의 실체를 밝혀냈다.


광주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따르면, 가해자와 그 일당은 2022년부터 해외에 서버를 두고 총 4개의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왔다. 이 사이트에서 오고 간 도박 자금만 총 870억 달했다.


마세라티 뺑소니범은 이 범죄 조직의 단순 가담자가 아닌, 사이트 운영을 주도한 핵심 인물이었다. 이 수사를 통해 경찰은 공범 60명과 도박 행위자 440여 명 등 총 500명이 넘는 관련자를 입건했다.


가해자는 현재 뺑소니 사건에 대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으며, 이와 별개로 도피를 도운 공범들에 대한 '범인도피 교사' 혐의 재판도 앞두고 있어 그의 총 형량은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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