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 썼다고 '영업비밀 유출'? 권고사직 개발자, 처벌될까요?
ChatGPT 썼다고 '영업비밀 유출'? 권고사직 개발자, 처벌될까요?
회사에 돈 벌어준 외주활동엔 '배임' 혐의…대형 로펌 동원한 전 대표, 처벌 가능할까

권고사직 후 배임 등으로 고소당한 개발자에 대해 법조계는 범용 AI 활용, 회사에 이익을 준 외주 활동은 혐의 성립이 어렵다고 봤다. / AI 생성 이미지
개발자 A씨는 회사로부터 폐업을 이유로 권고사직을 통보받았다. 그런데 얼마 뒤, 전 회사 대표는 대형 로펌을 선임해 A씨를 업무상 배임과 영업비밀 유출 등 혐의로 고소했다.
회사에 독점적인 AI 기술이나 데이터베이스(DB)가 없었는데도, A씨가 범용 AI 툴을 사용한 개인 역량까지 문제 삼은 것이다. 심지어 회사 매출에 기여한 활동까지 '배임'이라고 주장했다.
갑작스러운 해고에 이어 형사고소까지 당한 A씨. 과연 처벌을 피할 수 있을까?
회사 매출 올려 준 외주가 '배임'? 판매 0건 게시물은 '영업비밀 유출'?
A씨의 전 회사 대표가 제기한 혐의는 업무상 배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 유출), 무단 겸업 및 AI 노하우를 이용한 부정이득 취득 등이다.
A씨는 재직 중 프리랜서로 외주 활동을 한 것은 맞지만, 이는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항변한다. 소규모 외주로 신뢰를 쌓아 회사에 더 큰 프로젝트를 연결하기 위한 영업 활동의 일환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A씨는 이런 방식으로 '키오스크 구축 사업'을 회사에 연결해 매출을 발생시킨 실적이 있었다.
당시 대표는 A씨의 이런 활동을 인지하고 구두로 “화이팅입니다!”라고 응원하는 등 묵시적으로 용인했다고 A씨는 주장했다. A씨는 대표가 겸업을 인지했다는 내용의 녹취록도 보유하고 있다.
영업비밀 유출 혐의도 A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프리랜서 마켓에 서비스 등록을 하며 경력 예시로 라이브 URL을 첨부했지만, 실제 문의나 결제는 단 1건도 없어 부당이득이 0원이었다. 회사 소스코드나 파일이 제3자에게 넘어간 사실도 없었다.
"ChatGPT는 영업비밀 아냐"…변호사들 "혐의 성립 어려워"
결론부터 말하면, 변호사들은 A씨가 받는 혐의 대부분이 법적으로 성립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봤다. 특히 'AI 노하우 유출' 주장은 근거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로 인정되려면 비공지성(공공연히 알려지지 않음), 경제적 유용성, 비밀관리성이라는 세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한다.
누구나 쓸 수 있는 ChatGPT 같은 범용 AI 툴이나 공개된 검색 엔진 최적화(SEO) 지식은 '비공지성' 요건부터 충족하기 어렵다.
법무법인 한설 조민성 변호사는 "범용 AI 툴과 공개된 지식을 개인 역량으로 활용한 것이라면 영업비밀성 자체를 다퉈 볼 여지가 큰 구조"라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성진 김진아 변호사도 "ChatGPT 등 범용 AI 도구나 공개된 SEO 지식 자체는 곧바로 회사의 영업비밀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로티피 법률사무소(LAWTP) 최광희 변호사는 "ChatGPT 등 공개된 AI와 일반적인 SEO 지식이라면 영업비밀성이 부정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마켓 게시물 역시 실제 판매나 파일 전달이 없었다면 부정이득 주장이 성립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회사에 손해는커녕 이익 줬다면…'배임'도 성립 안 돼
겸업을 문제 삼은 업무상 배임 혐의 역시 성립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많았다. 업무상 배임죄는 단순히 회사 몰래 다른 일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로 회사에 '실질적인 손해'를 끼쳐야 하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도결 이환진 변호사는 "겸업 자체만으로 바로 배임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외주를 통해 실제로 회사 매출로 연결된 정황이 있다면 방어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A씨의 경우 외주 활동으로 '키오스크 구축 사업'을 회사에 연결해 오히려 이익을 줬고, 대표가 이를 알고도 묵인한 정황(녹취록)까지 있다. 법률사무소 평정 이시완 변호사는 "외주 활동이 오히려 회사 매출로 연결되었고, 대표가 이를 인지하고 구두로 응원까지 했다면, 임무 위배의 고의와 손해 발생 요건 모두를 다툴 수 있는 유력한 근거가 된다"고 짚었다.
단, 'PC 초기화'는 불리한 정황…'증거인멸' 오해 살 수도
다만 변호사들은 A씨가 퇴사 당일 PC를 초기화한 점은 수사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위험 요소라고 경고했다. 개인정보 삭제 목적이었더라도 수사기관은 이를 '증거인멸' 시도로 의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명중 임승빈 변호사는 "PC 초기화가 있었던 점은 정황상 불리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어 이 부분 설명이 특히 중요하다"며 "조사에서 즉흥적으로 해명하려다 오히려 진술이 꼬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한강 이주한 변호사 역시 "PC 초기화는 퇴사 당시 회사 자료를 삭제하거나 증거를 없애려는 목적이었다고 의심받을 수 있다"며 "단순히 개인정보 삭제 목적이었다고 주장하기보다 장비 소유관계, 백업한 자료의 내용 등을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론적으로 변호사들은 상대방이 대형 로펌을 선임했더라도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은 사건인 만큼, 고소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녹취록 등 유리한 증거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경찰 첫 조사부터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