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 집 비냐?" 옥상서 '공포의 스파링' 강요한 동급생들... 법원 "장난 아니다"
"할매 집 비냐?" 옥상서 '공포의 스파링' 강요한 동급생들... 법원 "장난 아니다"
인스타그램 욕설부터 가족 협박까지 일삼은 가해자들
징계 취소 소송 '패소'

옥상 강제 스파링과 가족 협박을 '장난'이라 주장하며 징계 취소 소송을 낸 가해 중학생들이 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2024년 4월 18일, 경기도의 한 중학교 3학년 단체 채팅방은 지옥으로 변했다. A군을 포함한 두 명의 학생이 개설한 이 방에서는 동급생 B군과 그의 부모를 향한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이 쏟아졌다.
단순히 말로만 그치지 않았다. 채팅방에는 B군이 A군에게 맞아 울고 있는 동영상이 공유되었고, 침묵하는 B군에게는 "활동 안 하면 관자놀이를 때리겠다"는 섬뜩한 예고가 뒤따랐다.
가해자들의 요구는 갈수록 대담해졌다. B군의 조부모 집이 비어있는지 확인하며 그곳을 자신들의 아지트로 쓰겠다고 협박하는가 하면,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B군에게 도리어 "미쳤냐, 나가라"며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였다. 급기야 5월 말에는 B군을 조부모 집 옥상으로 강제로 불러내 이른바 '복싱 스파링'을 강요했다.
B군은 멈춰달라고 호소했지만, A군은 이를 무시하고 비좁은 옥상에서 B군의 얼굴과 머리를 일방적으로 가격했다.
하교길 멱살은 일상, 부모와 동생까지 겨냥한 '압박'
이들의 괴롭힘은 학교 안팎을 가리지 않았다. 하교 시간에는 B군의 멱살을 잡고 끌고 다니며 주변 친구들 앞에서 공개적인 망신을 줬고, 돈을 빌린 뒤 갚지 않는 등 금전적인 갈취도 이어졌다.
B군이 참다못해 다른 친구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놓고 교사의 경고 조치가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들의 보복은 멈추지 않았다.
신고를 막기 위해 B군에게 수십 차례 전화를 걸고, 전화를 받지 않자 B군의 어린 동생에게까지 연락을 시도했다. 심지어 B군의 어머니에게 자신들이 직접 사정을 설명하겠다며 통화 연결을 강요하는 등 가족 전체를 심리적 공포로 몰아넣었다. 결국 2024년 8월, 법원은 가해자들에게 B군에 대한 100m 이내 접근 금지 등의 잠정 조치를 결정했다.
"친해서 친 장난일 뿐" 주장한 가해자들, 법원의 준엄한 꾸짖음
관할 교육지원청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열어 가해 학생들에게 서면 사과, 출석 정지 3일, 18시간의 특별교육 이수라는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A군 등은 이 처분이 지나치게 무겁다며 교육지원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들의 논리는 단순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한 사이여서 다소 격한 장난을 쳤을 뿐"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인천지법 행정1-1부(김성수 부장판사)는 2026년 2월 9일, 가해자들의 청구를 기각하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들의 행위가 결코 '장난'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가해자들이 피해 학생을 동등한 친구로 존중한 것이 아니라, 관계의 우위를 점해 일방적으로 괴롭히는 위치에 있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 판단 요지 "원고들은 용인될 수 없는 수준의 욕설과 협박, 신체적 폭력을 가해 피해 학생이 극심한 불안에 시달리게 했다. 가해 학생들이 입을 불이익보다 피해 학생을 보호하고 학생을 건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육성해야 할 공익적 필요성이 훨씬 크다."
학교 폭력 재발 방지, '장난'이라는 변명에 가둘 수 없는 이유
이번 판결은 학교 폭력을 단순한 '아이들 싸움'이나 '과한 장난'으로 치부하려는 가해자들의 전략에 경종을 울렸다. 특히 사이버 폭력과 실제 신체 폭력, 그리고 피해자 가족을 향한 2차 가해까지 결합된 복합적인 폭력 양상을 법원이 얼마나 엄중하게 바라보는지 보여준다.
실질적인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학교폭력예방법 제15조에 따른 형식적인 예방 교육을 넘어,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실질적인 인성 교육이 절실하다. 또한, 이번 사건처럼 신고 이후 보복 행위가 이어지는 경우를 대비해 법 제16조 제1항에 명시된 즉각적인 분리 조치와 긴급 보호 조치가 더욱 강력하게 실행되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가해 학생에 대한 징계가 단순한 처벌로 끝나지 않고, 법 제17조 제3항에 따른 특별교육을 통해 자신의 행위를 진심으로 반성하게 하는 교육적 접근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장난이었다"는 변명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와 법적 기준이 확립될 때, 비로소 학교는 다시 안전한 배움의 터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