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프리미엄 대신 8천원대…한국만 '라이트' 버전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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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프리미엄 대신 8천원대…한국만 '라이트' 버전 출시

2025. 12. 05 13:26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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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제재 칼날 앞에 '동의의결' 선택한 구글

세계 최초 '슈퍼 라이트' 출시

유튜브 프리미엄과 유튜브 뮤직 /연합뉴스

"유튜브 광고 보기 싫어서 결제했는데, 듣지도 않는 뮤직 앱 가격은 왜 내야 하죠?"


수년 전부터 국내 이용자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던 불만이 마침내 해소될 전망이다. 구글이 전 세계 최초로 한국 시장에만 특화된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이하 라이트)' 요금제를 전격 출시한다.



기존 프리미엄 요금제보다 최대 6,400원 저렴해진 이번 요금제는 단순한 신상품 출시가 아니다. 이는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끼워팔기'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목전에 둔 구글이 내놓은 자구책이자, 법적 타협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광고 제거에 백그라운드 재생까지"… 한국형 라이트의 정체

27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월 8,500원(안드로이드·웹 기준, iOS는 10,900원)에 이용할 수 있는 라이트 요금제를 한국에 정식 도입한다. 기존 유튜브 프리미엄(14,900원) 대비 약 40% 저렴한 가격이다.


주목할 점은 이 요금제의 '스펙'이다. 현재 구글은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 라이트 요금제를 시범 운영 중이지만, 해당 국가의 상품은 단순히 '광고 제거' 기능만 제공한다. 화면을 끄면 소리가 끊기는 '백그라운드 재생'이나 데이터 없이 보는 '오프라인 저장' 기능은 빠져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한국에 출시되는 라이트는 이 모든 핵심 기능을 포함했다. 뮤직비디오 등 음악 콘텐츠를 제외한 일반 영상에 대해서는 프리미엄과 동일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구글이 한국 시장에만 이례적으로 '기능 제한 없는' 저가형 요금제를 내놓은 것이다.


여기에 더해 구글은 라이트 요금제 가격을 출시 후 최소 1년 이상 동결하고, 이후에도 4년간은 프리미엄 요금제 대비 일정 비율 이하로 가격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국내 음악 산업 지원을 위해 EBS에 300억 원 규모의 상생 기금을 출연하기로 했다.


공정위의 압박과 구글의 '동의의결' 승부수

글로벌 공룡 기업인 구글이 한국 시장에만 이런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배경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강력한 법적 압박이 있었다.


그동안 구글은 유튜브의 막강한 동영상 시장 지배력을 앞세워, 자사의 음원 서비스인 '유튜브 뮤직'을 프리미엄 요금제에 강제로 결합해 판매해 왔다. 소비자로서는 동영상 광고만 없애고 싶어도 울며 겨자 먹기로 뮤직 서비스 비용까지 지불해야 했던 셈이다. 이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멜론이나 지니뮤직 등 국내 경쟁 음원 사업자들의 설 자리를 잃게 만든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공정위가 이를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및 '불공정거래행위(끼워팔기)'로 보고 제재 수위를 높이자, 구글은 '동의의결' 카드를 꺼어들었다. 동의의결이란 사업자가 스스로 원상회복이나 소비자 피해 구제 등 타당한 시정 방안을 제안하면, 공정위가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구글 입장에서는 법 위반이라는 낙인과 거액의 과징금을 피하면서 사건을 조기에 마무리할 수 있고, 공정위 입장에서는 긴 법정 공방 없이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선택권 확대 및 가격 인하)을 즉각적으로 돌려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끼워팔기'의 위법성과 동의의결의 법적 의미

이번 사안은 거대 플랫폼 기업의 영업 방식이 법적으로 어떤 제동을 걸 수 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법리적으로 크게 두 가지 쟁점이 얽혀 있다.


1. 불공정거래행위 중 '끼워팔기'의 성립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45조 제1항 제4호 및 동법 시행령 별표 2는 '거래강제'의 한 유형으로 '끼워팔기'를 금지하고 있다. 이는 거래상대방에게 주된 상품(유튜브 동영상)을 판매하면서 부당하게 종된 상품(유튜브 뮤직)까지 구매하도록 강제하는 행위를 말한다.


법조계에서는 구글의 행위가 전형적인 시장지배력 전이 전략에 해당한다고 본다.


시장지배력의 전이: 동영상 시장에서의 압도적인 독점력을 이용해, 경쟁이 치열한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서도 손쉽게 점유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소비자 선택권 침해: 소비자기본법 제4조에 명시된 '물품 등을 선택할 권리'를 침해하여,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서비스에 대한 비용 지불을 강제했다는 점이 위법성의 핵심이다.


2. '동의의결' 제도의 효용과 한계

이번 사건은 공정거래법 제89조에 따른 동의의결 절차로 마무리되었다.


신속한 구제: 통상 공정위의 제재와 이후 이어지는 행정소송은 확정 판결까지 수년이 걸린다. 반면 동의의결은 사업자의 자발적 시정을 전제로 사건을 종결하므로, 소비자는 즉각적으로 저렴한 요금제(라이트)라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위법성 판단의 유보: 일각에서는 구글이 법적 처벌(과징금 등)을 피하는 '면죄부'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동의의결은 해당 행위가 법을 위반했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공정위는 구글이 약속한 시정 방안(가격 유지, 기능 제공 등)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동법 제92조에 따라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거나 동의의결을 취소하고 다시 제재 절차를 밟을 수 있다.


결국 이번 사안은 법적 강제력과 기업의 자율적 시정 사이에서, 실질적인 소비자 후생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결과로 해석된다. 한국 소비자는 이제 '음악 없는 유튜브'를 선택할 법적 권리를 사실상 되찾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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