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우회 처벌' 방법으로 지적된 주거침입…대법원은 무죄로 볼까, 유죄로 볼까
'불륜 우회 처벌' 방법으로 지적된 주거침입…대법원은 무죄로 볼까, 유죄로 볼까
대법원 전원합의체, 16일 공개변론 열고 40여년 만에 주거침입죄 법리 검토
검찰 측 "부부 함께 사는 집에서 불법행위⋯주거평온 깨뜨린 격"
변호인 측 "도덕적 책임은 몰라도 처벌은 과도⋯국가 형벌권 제한해야"

16일 법조계의 시선이 대법원으로 쏠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마련한 주거침입 성립요건에 대한 공개변론 때문이다. /유튜브 '대한민국 대법원'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16일 법조계의 시선이 대법원으로 쏠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마련한 공개변론 때문이다. 대법관뿐만 아니라 검찰, 변호사, 형사법학전문가 등 각계 전문가들이 총출동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공개변론을 시작하는 모두발언에서 "곧 있을 상고심 결과에 따라 40여년 만에 판례가 바뀔 수 있다"고 운을 뗐다. 그만큼 중요한 사건. 바로 주거침입의 성립 요건에 대해서였다.
아내가 남편이 집을 비운 틈을 타 내연남을 집으로 초대했다. 부부가 살고 있는 집에서 두 사람은 세 차례나 불륜을 저질렀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남편이 아내의 내연남을 주거침입죄로 고소했다.
종전 판례대로라면 이 남성은 '유죄'였다.
지난 1984년 우리 대법원은 동일한 사건에 대해 주거침입죄를 인정했다(83도685). ① 남편이 잠시 집을 비운 사이 ② 성관계를 목적으로 ③ 아내의 승낙을 받고 집 안으로 들어간 남자. 40여년 전 그는 주거침입죄로 처벌을 받았다. 당시 대법원은 "공동생활을 하고 있는 모든 구성원이 주거 안에서 평온을 누릴 권리가 있다"며 "주거권자 한 사람에게서만 승낙을 받고, 다른 거주자 의사에는 직·간접으로 반했다면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해왔다.
그런데 이 '사실상의 평온'이라는 가치를 두고 법조계에선 논란이 계속돼 왔다. 거주자 한쪽의 승낙을 받았고, 물리적인 침입도 아니었는데 집에 없던 사람의 주거의 평온을 침해받았다고 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었다. 오히려 폐지된 간통죄의 우회적 처벌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그런 가운데, 지난해 8월 이 사건 항소심(2심)을 맡은 울산지법이 오랜 법리 다툼에 불을 지폈다. 주거침입으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무죄로 뒤집었기 때문이다.
공개변론에 나선 검찰 측은 "동일한 사건에서 그간 주거침입죄를 인정했던 대법원 기조가 유지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헌법이 보장하는 주거의 자유는 공동거주자 전원에게 보장돼야 한다"며 "출입을 승낙할 자유보다 공동거주자 개개인의 주거평온이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검찰 측 참고인으로 참석한 김재현 오산대 경찰행정과 교수는 "이 사건처럼 민사상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행동을 했거나, 범죄를 목적으로 출입했다면 주거침입죄로 처벌하는 게 맞다"고 의견을 냈다.
반면 변호인은 "이는 가족 내부의 문제로 국가형벌권을 최대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거침입죄 보호법익은 사생활을 영위하는 장소적 권리를 지키는 것"이라며 "현행 판례대로라면, 현재 집에 머무는 거주자보다 부재중인 거주자의 권리를 우선 고려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변호인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성규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동거주자 모든 사람의 승낙 의사를 확인하는 건 비현실적"이라며 "이미 공동주거자 중 1인의 승낙을 받아 집에 들어간 상황에서 주거침입죄를 적용해선 안 된다"고 의견을 냈다.
팽팽한 양측 주장에 대법관들의 고민도 깊었다. 이날 변론에서 가장 많은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한 건 바로 대법관들이었다.
첫 질문을 받은 건 검찰 측이었다. 안철상, 민유숙 대법관은 이 사건 피고인이 불륜 상대방의 허락을 받고 집에 들어온 이상, '집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에 범죄가 없었는데 어떻게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지를 물었다.
검찰 측은 "자물쇠 등을 따고 강제로 집에 들어온 경우와 같이 범죄행위를 저지르지 않고서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민사상 불법행위가 있는 주거침입'이라고 검찰은 범주화했다.
검찰이 "형사적으로 범죄까지는 아니지만, 민사적으로 불법행위에 이르는 행위"라는 애매한 개념을 쓴 이유가 있었다.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더 이상 불륜 자체를 형사적으로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간통은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대상이 되는 민사상 불법행위다.
검찰은 '형사적으로는 죄가 되지 않지만, 민사적으로는 배상책임이 있는 행위'를 발라내서,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을 삼은 것이다.
대법관들은 이런 구성 자체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범죄가 아닌, 민사상 불법행위를 목적으로 집에 들어왔다고 해서 그 행위 자체로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이렇게 되면 "주거침입죄 적용 범위가 과도하게 늘어날 우려가 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민사상 불법행위를 주거침입죄로 처벌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 행위로 인해 주거의 평온을 해쳤다면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해석을 내놨다.
이날 공개변론은 예정된 2시간을 훌쩍 넘기며 열띤 토론이 계속됐다. 대법원은 공개변론 결과를 바탕으로 주거침입죄에 관한 판결을 추후 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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