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없는 수술실, 간호사가 마취”…‘유령수술’ 공포, CCTV 확보 골든타임은?
“의사 없는 수술실, 간호사가 마취”…‘유령수술’ 공포, CCTV 확보 골든타임은?
법률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유령수술' 대응 전략…CCTV 확보부터 법적 책임까지 총정리

의사 없는 마취는 명백한 불법이며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지만 병원은 벽 같았다”…수술대 위 공포, 내 몸에 무슨 일이?
수술 후 찾아온 통증보다 더 큰 공포가 A씨를 덮쳤다. 수술대에 누워 집도의를 기다렸지만, 의사는 보이지 않았다.
낯선 간호사가 다가와 “수액 들어갑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정신을 잃었다. 마취에 대한 어떤 설명도, 동의 절차도 없었다. ‘혹시 유령수술을 당한 건 아닐까.’
불안감에 떨리는 목소리로 수술실 CCTV 영상 공개를 요청했지만, 돌아온 것은 “법적 절차에 따르라”는 벽과 같은 답변뿐이었다. 이처럼 고통보다 더 큰 공포와 마주했을 때, 환자는 자신의 권리를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의사 없는 마취는 명백한 불법”…단계별로 쌓아 올린 법의 심판
법률 전문가들은 의사 없는 마취는 논쟁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불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법률사무소 한해의 구환옥 변호사는 “마취는 의료법상 의사만이 할 수 있는 행위”라며 “2010년대 초중반 판례와 행정 해석을 통해 마취는 의사가 직접 집도해야 한다는 법리가 확정됐다”고 기본 원칙을 설명했다. 이는 단순히 법 조문에 그치지 않는, 오랜 사회적 논의 끝에 확립된 대원칙이다.
나아가 법무법인 휘명의 김민경 변호사는 더 깊은 쟁점을 짚었다. 그는 “설령 의사의 명시적인 지시가 있었더라도, 마취 중 응급상황 발생 시 즉시 대처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면 위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의사가 수술실 안에 함께하며 환자를 직접 감독하지 않았다면, 그 지시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의미다.
법률사무소 새율의 강민기 변호사 역시 “의사 없이 간호사들끼리 수면마취를 진행하는 것은 의료법 제27조(무면허 의료행위 금지) 위반”이라고 단언하며 이러한 법리를 뒷받침했다.
“설명도 동의도 없었다”…짓밟힌 환자의 자기결정권
불법 마취 행위는 또 다른 법 위반으로 이어진다. 바로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다. 의료법 제24조의2는 의사가 수술 전 환자에게 내용을 상세히 설명하고 서면 동의를 받도록 규정한다. 이는 환자가 자신의 몸에 가해지는 의료행위를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함이다.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는 “수술 전 의사와의 충분한 상담 없이 갑작스러운 마취가 진행된 것은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설명 의무를 중대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수액’이라는 단 한마디로 모든 절차를 생략한 행위는 그 자체만으로도 병원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가 된다.
‘판도라의 상자’ CCTV, 어떻게 열까?…‘30일’ 골든타임 사수 전략
진실을 밝힐 열쇠인 수술실 CCTV 영상. 병원이 거부할 때 이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정보의 우선순위와 긴급성을 고려해 다음의 방법을 제시했다.
첫째,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통하는 것이다. 환자가 의료분쟁 조정을 신청하면, 중재원은 병원 측에 CCTV 영상 제출을 공식 요청할 수 있다. 개정된 의료법에 따라 병원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할 수 없어 비교적 신속하게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둘째, 더 강력한 조치로 ‘형사 고소’가 있다. 강민기 변호사는 “관할 보건소에 민원을 제기하거나 경찰에 무면허 의료행위 혐의로 고소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수사기관은 범죄 수사를 위해 병원에 영상 제출을 요구하거나 압수수색을 통해 직접 확보할 수 있다.
셋째, 법적 절차의 시작을 알리는 ‘증거보전 신청’이다. 법무법인 엘에프(LF)의 박성민 변호사는 “민사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면 증거보전 신청을 통해 CCTV 영상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의료법상 CCTV 영상 보관 기간은 ‘30일 이상’에 불과하므로, 영상이 삭제되기 전 신속하게 법적 조치에 착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분쟁의 첫걸음, ‘기록’을 손에 쥐고 ‘권리’를 외쳐라
이 모든 법적 절차에 앞서 환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기록’을 확보하는 것이다. 김경태 변호사는 “의무기록 사본을 발급받아 마취 기록과 수술 기록을 확인하는 것이 분쟁의 첫걸음”이라고 조언했다. 객관적인 기록은 흔들리지 않는 증거가 된다.
A씨의 사례는 단순히 한 개인의 불운이 아니다. 이는 ‘기록’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되찾는 싸움의 시작을 보여준다. 내 몸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권리, 그리고 안전하게 치료받을 권리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환자의 기본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