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때린 혐의로 기소된 시어머니 “항소기각으로 무죄”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며느리 때린 혐의로 기소된 시어머니 “항소기각으로 무죄”

2019. 09. 16 16:03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법원 “불법적 폭행 의도 단정하기 어렵고, 사회상규에도 위배 되지 않는다”

한 여성이 시어머니에게 등을 돌리고 앉아 인상을 쓰고 있다. /이미지 출처: 셔터스톡

부부싸움 한 며느리를 훈계하다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시어머니에 대한 항소심(2심)에서 법원은 "폭행 의도를 단정하기 어렵고 사회상규에 위배 되지 않는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이로써 원심(1심)이 그대로 유지됐다.


A(61)씨는 2018년 3월 아들 부부 사이에 다툼이 일자 이를 중재하기 위해 아들 집에 가서 아들과 며느리 B(35)씨를 앉혀놓고 훈계했다. 이때 술에 취해 있던 B씨가 욕설을 하며 대들었고, A씨의 언성이 높아졌다. 그러자 B씨가 휴대전화로 경찰에 신고하려 했으며, A씨가 이를 제지하기 위해 B씨의 팔과 옷깃을 잡았다. 그럼에도 B씨는 집 밖으로 나가 경찰에 신고했다. 그렇게 재판이 시작됐지만 1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는 B씨의 진술을 근거로 “A씨가 B씨의 정당한 112신고를 저지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빼앗는 과정에서 B씨의 양쪽 팔을 여러 차례 잡아당겨서 폭행했고, 이 행위는 동기의 정당성, 수단의 상당성, 긴급성,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항소했다.


울산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김관구)는 항소심 판결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기재된 A씨의 행위가 폭행죄에서 말하는 불법적인 폭행의 범의를 가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나아가 A씨의 행위는 형법 제20조가 규정하고 있는 ‘사회상규에 위배 되지 않는 행위’의 범위 내에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원심의 결론(무죄)은 정당하며, 검사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판결했다.


형법 제20조의 ‘사회 상규에 위배 되지 않은 행위’란?

이번 항소심 판결에서 재판부가 제시한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 되지 아니하는 행위’ 규정은 A씨의 무죄 판결에 한 축을 이룬다. 재판부는 며느리 B씨가 술에 취해 욕을 하고 112에 신고하려 하자 A씨가 그녀의 팔과 옷깃을 붙잡고 만류한 것을 ‘사회 윤리나 사회 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정당행위’라고 본 것이다.


‘사회 상규에 위배 되지 아니하는 행위’란 법률의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 윤리, 사회 통념 등에 비춰볼 때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한다. 이런 행위에 해당하는지는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몇 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상당성, 법의 균형성, 긴급성, 보충성 등이 그것이다.


연립주택 아래층에 사는 D씨가 위층 C씨의 집으로 통하는 상수도관 밸브를 임의로 잠그고 이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이로 인해 하루 동안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 고통당하던 C씨가 상수도관 밸브를 열기 위해 D씨 집에 들어갔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C씨의 행위가 주거침입이 아닌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사례가 있다.


대법원 “검사의 범죄 사실 증명력 약할 땐 피고의 이익으로 판단”

A씨 재판에서 재판부는 또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A씨가 불법적인 폭행의 범의를 가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A씨에 대한 무죄선고의 주요 이유 중 하나로 들고, 대법원의 2012년 판결사례를 제시했다.


대법원은 당시 “형사재판에서 범죄 사실은 법관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만큼 확신하고 엄격한 증거로 증명해야 하며, 검사가 그만큼 확신할 정도로 증명하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어 유죄로 의심 가는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이다.


대법원은 또 2006년 ‘폭행’의 법적 의미에 대해 “(폭행죄에서 말하는) 폭행의 불법성은 행위의 목적과 의도, 행위 당시의 정황, 행위의 태양과 종류, 피해자에게 주는 고통의 유무와 정도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폭행의 불법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당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