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날짜도 안 잡았는데 성혼비 내라"…결혼정보회사의 협박, 죄가 될까?
"결혼 날짜도 안 잡았는데 성혼비 내라"…결혼정보회사의 협박, 죄가 될까?
"회사로 찾아오겠다" 지인까지 동원한 압박…법조계 "명백한 공갈죄"

결혼정보회사 중매인이 1년 교제한 여성에게 성혼비를 요구하며 협박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 AI 생성 이미지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만난 남성과 1년간 교제했다는 이유로 “성혼비를 내지 않으면 회사로 찾아가겠다”는 뚜쟁이의 협박에 시달린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법률 전문가들은 아직 결혼 날짜도 잡지 않은 상황에서 성혼비를 요구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으며, 회사 방문 등을 언급하며 돈을 요구하는 행위는 명백한 공갈 및 협박죄에 해당한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섣불리 돈을 보내는 것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라고 경고했다.
"회사로 찾아오겠다"…1년 교제의 대가는 '지옥'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소개받은 남성과 1년째 교제 중인 A씨. 하지만 아직 양가 상견례나 결혼식 날짜를 잡는 등 구체적인 혼인 절차는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10월부터 결혼정보회사의 중매인으로부터 악몽 같은 연락이 시작됐다. 중매인은 "사귄 지 1년이 됐고 여행도 많이 다녔으니 성혼한 것으로 간주한다"며 성혼비 입금을 요구했다.
A씨가 계약서에 명시된 "성혼합의 시 택일 후 15일이내 사례금 지급한다"는 조항을 들어 거절하자, 중매인의 압박은 더욱 거세졌다. "입금안하면 회사로 찾아온다고 협박까지 받고있습니다." A씨와 겹치는 지인에게까지 연락해 A씨를 압박하도록 종용했고, 겹지인을 통해 "각서 공증이라도 서명할테니 돈입금하라"는 말까지 전해왔다.
계속되는 협박에 A씨와 지인 모두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결국 A씨는 각서를 쓰고 돈을 먼저 보낼 생각까지 하게 됐다.
법조계 "명백한 범죄 행위"…지급 의무 없는 '유령 채무'
A씨의 사연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성혼비 지급 의무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계약서에 결혼 날짜를 정하는 '택일'이 조건으로 명시된 이상, 해당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돈을 낼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박현철 변호사는 "성혼은 혼인이 이루어졌음을 의미하는 것이 명백한데, 1년여간의 교제를 성혼합의로 간주한다는 상대방의 일방적 해석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전문가들은 중매인의 행위가 채권 독촉을 넘어선 명백한 범죄 행위라고 평가했다.
신선우 변호사는 실제 판례를 언급하며 "‘돈 안 보내면 회사로 찾아가겠다. 회사앞에서 1인 시위 하겠다’ 같은 유형은 실제로 공갈 판단에서 문제된 사례가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돈을 받을 권리가 있는지와 무관하게 협박을 수단으로 삼았다면 그 자체로 공갈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선입금 각서'는 구제책 아닌 '덫' 될 수도
그렇다면 A씨가 고통을 끝내기 위해 고려했던 '각서 작성 후 선입금' 방법은 안전할까? 전문가들은 이 선택이 오히려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덫'이라고 경고했다.
윤준기 변호사는 "지금 각서를 쓰고 성혼비를 선입금하시는 것은 권장드리지 않습니다"라고 단호하게 조언했다. 각서를 쓰는 순간 지급 의무를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되어, 나중에 결혼이 무산되더라도 돈을 돌려받기 매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정찬 변호사 역시 공증을 받더라도 문서의 존재만 확인할 뿐, 내용의 공정성까지 보장해주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부득이하게 각서를 써야 한다면, "'본 금원은 계약서상 성혼(결혼식 또는 상견례 등)이 최종 확정될 것을 조건으로 미리 지급하는 것이며, 만약 어떠한 사유로든 성혼이 무산될 경우 즉시 전액 반환한다'는 조건부 반환 조항을 넣어야 합니다"라고 이성직 변호사는 강조했다. 이처럼 환급 조건을 명확히 하지 않은 어설픈 각서는 아무런 보호 장치가 될 수 없다.
"돈부터 보내면 끝"…전문가들이 제시한 '최선의 방어책'은?
전문가들은 A씨가 협박에 굴복해 돈을 보내는 대신, 적극적인 법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중매인의 협박성 발언이 담긴 문자, 메신저 대화, 통화 녹음 등 증거를 철저히 확보하는 것이다. 이후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재성 변호사는 "법적으로 지급 의무가 발생하지 않은 시점이므로, 섣불리 돈을 입금하기보다는 내용증명을 발송하여 계약 위반 및 업무방해, 협박에 대한 법적 대응을 강력히 예고함으로써 상대방의 불법적인 행위를 즉시 중단시키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라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만약 협박이 계속된다면 형사 고소와 함께 민사상 접근금지 조치를 고려할 수 있다. 김준성 변호사는 "접근금지가처분 신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됩니다"라고 강조하며, 법원의 결정이 내려지면 상대방이 주거지나 직장으로 찾아오는 것은 물론 전화나 메시지로 연락하는 것까지 막을 수 있어 실효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결국 법률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은, 부당한 협박을 돈으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자신과 주변 사람을 지키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