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치기에 흥분해 밀쳤는데 '폭행' 고소…정당방위 인정될까?
칼치기에 흥분해 밀쳤는데 '폭행' 고소…정당방위 인정될까?
상대가 먼저 다가와 몸 밀착시켜, 3회 밀쳤다가 경찰 조사
억울한데 전과자 될 수도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최근 운전 중 위험하게 끼어드는 '칼치기'를 한 상대방 B씨와 시비가 붙은 A씨. 차를 세우고 언쟁을 벌이다 먼저 다가와 몸을 바짝 붙이는 B씨를 밀쳤다가 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상대방의 도발로 시작된 일인데, A씨는 폭행죄 처벌을 피할 수 있을까?
상대가 먼저 도발했는데…억울해도 폭행죄는 성립
어느 날 오전, A씨는 각자 법인 차량을 운전하던 중 B씨가 깜박이도 없이 칼치기를 하는 것을 봤다. A씨는 번호판과 음주운전 여부를 확인하려 나란히 주행했고, 이를 본 B씨가 창문을 내리고 욕설하며 차를 세우라고 했다.
두 사람은 차를 세우고 언쟁을 벌였다. B씨가 먼저 차에서 내려 A씨 쪽으로 걸어와 몸을 바짝 붙이며 위협적으로 행동했다. 이에 A씨는 B씨를 한 번 밀쳤고, 계속되는 B씨의 도발과 욕설에 흥분해 한 번 더 밀었다.
그렇게 상황은 마무리되는 듯했지만, 이틀 뒤 A씨는 경찰로부터 B씨를 어깨로 3회 밀친 혐의(폭행)로 고소당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B씨는 A씨가 자신을 밀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증거로 제출한 상태였다.
변호사들은 B씨가 먼저 도발했더라도 A씨가 B씨를 민 행위는 형법상 폭행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 폭행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범죄다.
무리한 '정당방위' 주장은 금물…'경위 설명'이 핵심
결론부터 말하면 A씨가 처벌을 피하기 위해 무리하게 정당방위를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변호사들은 첫 경찰 조사에서 어떻게 진술하는지가 사건의 결과를 가를 것이라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우선 이민철 변호사는 "억울한 마음에 정당방위를 강하게 주장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 법원은 상호 언쟁 중 발생한 물리적 충돌에 대해 정당방위를 매우 엄격하게 해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리한 정당방위 주장은 수사기관에 '반성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어, 충분히 노려볼 수 있는 '기소유예' 처분의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변호사들은 영상에 찍힌 사실을 부인하기보다, 폭행에 이르게 된 경위를 상세히 설명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에스엘 조승연 변호사는 "첫 번째 밀침은 상대방이 지나치게 접근해 거리를 확보하려는 행동이었다고 설명할 수 있지만, 이후 흥분하여 다시 밀친 부분까지 정당방위라고 주장하기는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흥분한 상태라 정확한 횟수는 기억나지 않지만 영상에 확인되는 행위는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식으로 객관적 증거와 충돌하지 않게 진술하는 편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검사 출신인 법무법인 해방 전우석 변호사 역시 "접근과 욕설만으로는 정당방위가 잘 인정되지 않는다"며 "첫 밀침은 방어행위로 볼 여지가 있지만, 도발에 흥분해 한 번 더 민 행위는 방어로 설명하기 어려우니 두 행위를 구분해서 진술하는 편이 낫다"고 설명했다.
최선은 '합의', 차선은 '기소유예'…전과 피하려면?
A씨가 폭행 전과를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B씨와의 '합의'다. 폭행죄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이다. 합의가 이뤄지면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된다.
법무법인 오른 백창협 변호사는 "폭행은 반의사불벌죄로 합의가 된다면 사건은 공소권없음으로 종결된다"며 "피해자 있는 범죄여서 현 상황에서 피해 회복의 노력이 없다면 기소유예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만약 합의가 어렵다면 '기소유예' 처분을 목표로 해야 한다. 기소유예는 혐의는 인정되지만 검사가 여러 사정을 고려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으로, 전과가 남지 않는다.
법무법인 도아 오수비 변호사는 "초범이고 상해가 없으며, 쌍방 시비 경위가 확인된다면 기소유예 가능성도 전혀 없지는 않다"고 봤다. 다만 "반복적인 밀침은 불리하게 평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기소유예 처분을 받기 위해서는 ▲B씨의 칼치기·욕설 등 선행 도발이 있었던 점 ▲상해를 입힐 의도는 없었던 점 ▲사건 이후 추가 충돌 없이 현장을 벗어난 점 등을 일관되게 진술하고, A씨의 회사 차량 블랙박스에 남은 영상 등 객관적 증거를 통해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변호사들은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