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도 없는데 돈을 '펑펑' 쓰는 어머니, 한정후견인 신청하면 막을 수 있나요?"
"재산도 없는데 돈을 '펑펑' 쓰는 어머니, 한정후견인 신청하면 막을 수 있나요?"
단순히 습관이 아닌 정신 문제에서 비롯됐다면, 한정후견인 지정 가능

어머니의 씀씀이를 감당하기 어려워, 아예 경제 활동을 원천적으로 제한하려는 가족들. 어머니도 "충동 조절이 안 된다"며 이에 동의했는데 한정후견인을 신청할 수 있을까. /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A씨는 어머니의 쇼핑이 정말 두렵다. 필요한 물건을 사는 게 아니었다. 어머니는 그야말로 그냥 사고 싶은 물건을 닥치는 대로 사들였다.
형편이 넉넉한 편도 아니었다. 어머니는 정기적인 수입도 없는 상황에서 돈 쓰는 걸 무서워하지 않았다. 신용카드 할부와 현금서비스부터 제2금융권 대출까지 손을 댔다.
지금까지는 A씨와 형제들이 대신 이를 알음알음 수습해왔다. 하지만, 올해 또 큰 금액의 빚을 발견한 이후 두손 두발 다 들었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A씨와 형제들. 그러다 '한정후견인 제도'를 알게 됐다.
어머니의 경제 활동을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것. 어머니도 "충동 조절이 안 된다"며 이에 동의했다.
A씨는 이런 한정후견인 신청을 할 수 있는지, 하기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 변호사에게 물었다.
한정후견인 제도는 질병⋅장애⋅노령, 그 밖의 사유로 '정신적 제약'을 가져 사무처리 능력이 떨어지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다.
지난 2013년 민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낭비벽이 심하다'는 이유만으로도 한정치산자(현재의 피한정후견인)로 지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단순히 낭비벽을 이유로 '피(被)한정후견인'으로 지정할 수는 없다. 한정후견 여부를 결정하는 가정법원의 판단 기준도 경제 관념이나 소비 습관, 낭비의 정도 보다는 정신과 진단 등에 더 중점을 둔다.
즉, 낭비벽이 지속적이고 극심한 우울증이나 정신질환 등에 의한 것이라야 후견인 신청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A씨 어머니를 피한정후견인으로 지정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법무법인 안심의 권희영 변호사는 "어머니 낭비벽과 정신적 제약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풍부할수록 좋다"고 했다.
공동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는 "어머니 낭비벽의 원인을 입증하는 진단서, 과거 어머니의 채무 및 변제기록, 최근 지출 내역 등을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효현의 박수진 변호사도 "만약 가족 간에 합의가 되어 있고, 본인도 원한다면 법원 결정을 더 쉽게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정후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행위의 범위 또한 지정할 수 있다고 했다. 민법 제13조에 따른 것이다.
'김기윤 법률사무소'의 김기윤 변호사는 "가정법원은 피한정후견인이 한정후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행위의 범위를 정할 수 있고, 이는 배우자나 4촌 이내의 친족에 의해 그 범위를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법무법인 주한의 송득범 변호사는 "한정후견인이 지정된 후에 만약 A씨의 어머니가 후견인 동의가 필요한 일을 독자적으로 처리한다면, 그 행위를 취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용품 구매와 같이 일상생활에 필요하고 금액이 적은 소비행위는 예외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