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서 써줬더니 기소유예 받자마자 먹튀" 피해자의 눈물
"합의서 써줬더니 기소유예 받자마자 먹튀" 피해자의 눈물
'선처'가 부른 배신…전문가들 "형사처벌 어렵지만, 민사로 받아내야"

특수상해 피해자가 가해자를 선처해 합의서를 먼저 써줬으나,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가해자는 합의금 지급을 중단했다./ AI 생성 이미지
특수상해 가해자의 "돈이 없다"는 호소에 피해자가 선처의 의미로 합의서를 먼저 써 줬지만, 가해자는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자마자 약속을 뒤집고 합의금 지급을 중단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미 종결된 형사 사건을 다시 문제 삼기는 어렵다면서도, 차용증과 녹취 등 명확한 증거를 바탕으로 민사 절차를 통해 떼인 돈을 받아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선처해줬더니…" 믿음이 배신으로 돌아온 순간
특수상해 피해자 A씨는 최근 황망한 일을 겪었다. 가해자는 평소 알던 사이였지만, 검찰 송치 후 "경제적 상황이 힘들다"며 눈물로 선처를 호소했다.
A씨는 결국 합의금 200만 원을 4개월에 걸쳐 나눠 받기로 하고 합의서를 먼저 써 주는 선의를 베풀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매달 50만 원씩 갚는다'는 내용의 차용증을 받고, 통화 내용은 녹음까지 해 두었다.
하지만 가해자는 A씨의 합의서 덕분에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으로 사건이 종결되자마자 돌변했다. 약속한 돈은 한 푼도 입금되지 않았고, A씨는 법률 상담 게시판에 "이때 제가 할 수 있는 형사·민사 고소는 따로 없는 걸까요?"라고 질문했습니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다시 처벌은 어렵다"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
A씨의 안타까운 사연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형사 처벌은 어렵다'고 진단했다. 가해자가 A씨의 합의서를 근거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만큼, 종결된 사건을 다시 형사 절차의 테이블 위로 올리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일신 최동원 변호사는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졌다면 형사 절차에서 이 사건을 다시 문제 삼기는 어렵습니다"라고 단언했다.
법무법인 선의 김민후 변호사 역시 "기소유예 되었을 때 사실 합의금 문제 때문에 고소인이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습니다"라며, 결국 남은 것은 민사 소송을 통해 받지 못한 돈을 받아내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떼인 돈 받는 법, '차용증' 들고 '지급명령' 신청이 최선
형사처벌의 길이 막혔다고 해서 돈을 받아낼 방법까지 없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A씨가 받아둔 차용증과 음성 녹음 파일이 결정적 증거가 될 것이라며,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지급명령' 신청을 추천했다.
법률사무소 조이 윤관열 변호사는 "지급명령은 간소화된 민사 절차로, 차용증과 녹음 파일 같은 명확한 증거를 제출하면 법원이 가해자에게 특정 금액을 지급하도록 명령하는 절차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지급명령은 가해자가 2주 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확정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된다. 이를 근거로 가해자의 급여나 예금 등 재산을 압류하는 강제집행 절차를 밟아 떼인 돈을 회수할 수 있다.
최후의 카드 '사기죄' 고소, "다툼 여지 있어" 신중해야
일부 변호사들은 '사기죄' 고소라는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합의금을 줄 의사나 능력도 없이 기소유예 처분을 받기 위해 합의서를 받아낸 행위 자체를 별도의 범죄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김경태 변호사는 "처음부터 합의금을 지급할 의사 없이 단순히 형사처벌을 면하기 위해 허위로 합의한 것이라면 형사고소가 가능합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가해자의 '기망 행위', 즉 '애초부터 갚을 생각이 없었다'는 점을 명확히 입증해야 하는 어려운 싸움이다.
캡틴법률사무소 박상호 변호사 또한 "합의금을 지급할 것을 기망하여 의뢰인께 합의서를 작성하게 한 행위를 추가적인 사기행위로 평가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다툼의 여지는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라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섣불리 고소했다가 증거가 부족할 경우, 오히려 무고죄로 역공을 당할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