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기소에서 집행유예까지, '실형 위기' 뒤집은 결정적 요인은
구속 기소에서 집행유예까지, '실형 위기' 뒤집은 결정적 요인은
중상해·공무집행방해·사기까지
구속 피고인들이 법정 구속을 피한 비결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두개골 골절의 중상해, 경찰관 폭행, 집행유예 기간 중 재범, 피해자 18명에 달하는 사기 범행. 죄질이 무겁거나 전과가 누적된 탓에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된 피고인들이다.
짧게는 2개월, 길게는 8개월 이상 구치소에서 재판을 받으며 실형 선고가 유력해 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을 뒤엎었다. 이들 대다수가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법정을 나섰다.
무엇이 판결을 갈랐을까.
피해자 합의, '유죄'를 '유예'로 바꾸다
구속 피고인들이 실형을 면한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피해자와의 합의, 그리고 처벌불원 의사 확보였다.
대법원 양형기준에서 처벌불원은 대부분의 범죄에서 주요 긍정적 양형 요소로 분류된다. 집행유예 선고를 이끌어내는 가장 강력한 지렛대인 셈이다.
대구지방법원이 2023년 2월 선고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피고인 A는 피해자에게 두개골과 얼굴뼈 골절이라는 중상해를 입혔다. 약 3개월간 구속 수감된 상태로 1심 재판을 받았고, 실형이 점쳐지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피해자에게 합의금 3천만 원을 지급하고 합의한 것이다. 법원은 "당심에서 피해자와 합의하고 피해자가 선처를 탄원한 점"을 집행유예의 핵심 근거로 삼았다.
폭행 후 목을 졸라 전신마취 수술이 필요한 상해를 입힌 사건에서도 같은 패턴이 나타났다. 수원지방법원은 2023년 5월, 항소심에서 피해자와 합의해 처벌불원 의사를 얻어낸 피고인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더 놀라운 사례도 있다. 폭력 전과가 다수 있고,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받은 전력까지 있는 피고인이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밀어 상해를 입힌 사건이다.
광주지방법원은 2023년 11월, 이 피고인에게도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항소심에서 피해 경찰관과 합의하고 처벌불원 의사를 받아낸 것이 결정적이었다. 불리한 전과와 구속이라는 악조건을 '합의'가 뒤집은 것이다.
합의가 어려운 경우에는 단계적 전략이 효과를 발휘했다. 1심에서 먼저 공탁으로 피해 회복 의지를 보인 뒤, 항소심에서 추가 합의를 이끌어내는 방식이다. 전주지방법원이 2023년 8월 선고한 상해 사건에서 피고인은 이 전략으로 피해자 전원과 합의에 성공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구속 기간, '반성의 시간'으로 인정받다
구속 수감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조건이다. 그러나 법원은 이 기간을 '반성의 시간'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약 2개월간 구속된 음주운전 치상 사건, 약 3개월간 구속된 준강제추행 초범 사건, 4개월 가까이 구속된 도주치상 사건 등에서 법원은 공통적으로 "상당 기간 구속되어 있으면서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는 점을 집행유예의 중요한 참작 사유로 언급했다.
다만 단순히 구속 기간이 길다고 해서 유리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 기간 동안 범행을 인정하고 진지하게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항소심에 이르러서야 범행을 인정한 경우에도, 구속 기간이 반성의 증거로 뒷받침되면서 집행유예의 문이 열리기도 했다.
변호 전략의 핵심, 세 가지 황금률
구속 기소 사건에서 집행유예를 받기 위한 변호 전략은 양형기준상 긍정적 요소를 최대한 확보하는 데 집중된다. 법조계에서는 크게 세 가지를 강조한다.
첫째, 피해 회복이 최우선이다. 합의서와 처벌불원 탄원서, 합의금 지급 증빙 자료를 신속하게 확보해야 한다. 합의가 어렵더라도 공탁을 통해 피해 회복 노력을 적극적으로 소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진정성 있는 반성을 보여야 한다. 형식적인 반성문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진솔한 내용이 담긴 반성문을 제출하고, 법정에서 일관되게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셋째, 개인적 사정을 극대화해야 한다. 초범이거나 벌금형을 초과하는 전과가 없는 점, 부양 가족의 존재, 건강 상태 불량 등 인도적 참작 사유를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특히 실형 선고 시 기존 집행유예가 실효되어 형량이 과도하게 가중되는 경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유효한 전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