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에 상급자 14명 이름 남기고…육군 대위, 총기 들고 부대 나온 그날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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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에 상급자 14명 이름 남기고…육군 대위, 총기 들고 부대 나온 그날의 진실

2025. 09. 22 10:24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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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괴롭힘 정황, 피해자 사망 후 처벌 가능할까

총기·실탄 반출 경위는 미스터리

육군 장교가 숨진채 발견된 대구 수성못 인근. /연합뉴스

대구 수성못 인근에서 육군 3사관학교 소속 대위가 총상으로 숨진 채 발견되면서 군 내부 가혹행위와 총기 관리 부실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고인이 남긴 유서에는 장기간의 괴롭힘을 암시하며 상급자 등 14명의 이름이 적혀있었고, 부대 밖으로 반출된 군용 소총의 행방은 군의 기강 해이가 심각한 수준임을 드러냈다.


“조문도 오지 말라” 14명의 이름이 적힌 유서

지난 9월 2일, 대구 수성못 산책로에서 한 남성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발견한 것은 총상을 입고 숨진 육군 3사관학교 소속 A대위였다. 그의 곁에는 군용 소총 한 정과 직접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유서가 놓여 있었다.


유서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부대 상급자와 동료 등 14명의 실명이 거론되며 이들로부터 장기간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A대위는 유서에 “이들은 조문도 오지 말라”는 말을 남겼고, 실제로 빈소를 찾은 일부 부대 간부들은 유가족 요청에 따라 조문을 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고인의 유가족은 유서에 언급된 14명을 고소하며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로엘 법무법인 김연준 변호사는 19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서 “고인이 남긴 유서 외에도 부대 생활 중 겪었던 일을 기록한 추가 메모와 폭언 등이 담긴 통화 녹음 파일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수사의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피해자는 사망했는데…가해자 처벌, 가능할까?

이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은 피해자가 이미 세상을 떠나 직접 증언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이 혐의를 부인할 경우, 유가족이 제출한 간접 증거만으로 유죄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가 직접 작성한 유서나 메모는 형사소송법 제314조에 따라 증거 능력이 인정될지가 주된 쟁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작성자가 사망해 법정에서 진술할 수 없는 경우,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작성되었다는 점이 인정되면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


만약 괴롭힘 정황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가해자들은 군형법상 직권남용가혹행위(제62조)나 상관모욕죄, 또는 일반 형법상의 여러 범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이번 사건은 군인이 군내 가혹행위 등으로 사망한 경우에 해당해, 개정된 군사법원법에 따라 군사경찰이 아닌 민간 경찰(경북경찰청)이 수사를 맡아 진행한다.


총기·실탄은 어떻게 부대를 빠져나갔나

A대위의 죽음은 군의 총기 및 실탄 관리 시스템에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는 사실도 여실히 보여줬다. A대위는 실탄을 소지해야 하는 보직이 아니었으며, 그가 사용한 총기 역시 본인 소유가 아닌 다른 사관생도의 것이었다.


군 수사단의 조사 결과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훈육 담당 장교였던 A대위가 당직 생도에게 “열쇠 보관함 열쇠를 달라”고 요구하자, 당직 생도는 별다른 의심 없이 열쇠를 건넸다. A대위는 이렇게 손에 넣은 열쇠로 무기고와 총기함에 접근해 소총을 반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 큰 문제는 실탄의 출처다. 김 변호사는 “부대 내 실탄과 탄피를 전수조사했지만, 없어진 것은 탄피 한 발뿐이었다”며 “실탄이 어떻게 부대 밖으로 나갔는지는 여전히 미궁에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군용물이 분실될 경우 군형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잇따른 군내 총기 사망 사건에 국방부는 전군 총기 관리 시스템에 대한 정밀 진단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복되는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시스템 점검을 넘어, 병영 내 인권 문제와 구조적 병폐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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