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렛 돌려달라" 320만 원 쏜 시청자들, 미성년자 성 착취 '공범' 낙인 찍힌 이유
"룰렛 돌려달라" 320만 원 쏜 시청자들, 미성년자 성 착취 '공범' 낙인 찍힌 이유
경찰, 후원금 보낸 시청자 161명 무더기 검찰 송치
범행 가능케 한 실질적 기여 인정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인터넷 방송의 '큰손'을 자처하며 수백만 원을 쾌척했던 시청자들이 한순간에 성범죄 방조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했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 착취 방송인 줄 알면서도 후원금을 보낸 행위가 범죄 실행의 결정적 도구가 됐다는 법적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인천 서부경찰서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성 착취물 제작 방조 혐의로 시청자 A씨 등 161명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13일 밝혔다. 당초 경찰은 후원금을 보낸 280명을 수사 선상에 올렸으나, 계좌 중복 사례와 형사 미성년자 등을 제외한 최종 161명의 혐의가 무겁다고 판단했다.
"돈 모이면 벌칙 수행"… 미성년자 앞세운 잔혹한 '룰렛 게임'
이번 사건의 중심에는 인터넷 방송 플랫폼에서 활동한 BJ 8명과 미성년자 B군이 있다. 지난해 7월 12일, 해당 BJ들은 방송 중 '룰렛 시스템'을 도입했다. 시청자들이 보낸 후원금이 일정 금액을 달성할 때마다 룰렛을 돌려, 그 결과에 적힌 성적 행위를 벌칙으로 수행하는 방식이었다.
피해자인 B군은 미성년자였음에도 불구하고 BJ들의 주도 아래 여러 차례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당해야 했다. 시청자들은 B군이 미성년자라는 사실과 후원금이 모여야만 이러한 성적 행위가 이뤄진다는 점을 사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조사 결과, 송치된 시청자들은 적게는 1천 원부터 많게는 320만 원에 달하는 거액을 BJ의 계좌로 직접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보낸 돈은 단순한 응원 자금을 넘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 착취 콘텐츠를 제작하게 만드는 직접적인 '동력'이 됐다.
"단순 시청 아니다"… 법조계가 주목한 '방조의 고의'와 인과관계
법조계는 이번 무더기 송치 사태를 두고 시청자들의 행위가 형법상 '방조'의 범주에 명확히 해당한다고 분석한다. 형법 제32조 제1항에 따르면 타인의 범죄를 방조한 자는 종범으로 처벌받는다. 방조는 범행을 가능하게 하거나 촉진하는 모든 원조 행위를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인과관계'에 주목한다. 이번 사건의 방송 구조상 시청자의 후원금이 없었다면 성적 행위를 결정하는 룰렛 자체가 돌아가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시청자들의 자금 지원이 성 착취물 제작이라는 결과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는 논리다.
또한, 미성년자임을 알고도 돈을 보냈다는 점에서 '방조의 고의' 역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판례에 따르면 방조범의 고의는 정범의 범행을 용이하게 한다는 인식만 있으면 충분하며, 미필적 인식으로도 성립한다.
대법원 "아동 성 착취물, 영혼 파괴하는 중범죄"… 엄정 처벌 예고
과거 대법원은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제작과 관련하여 "피해자에게 치유하기 어려운 정신적 상처를 남길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도 왜곡된 성 인식과 비정상적 가치관을 조장한다"며 엄중한 처벌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8도9340 판결).
이번 사건에서도 경찰은 "세부 벌칙 내용이 제시된 상황에서 돈을 후원한 행위가 미성년자 성 착취라는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을 송치의 핵심 근거로 삼았다. 이미 주범 격인 BJ 8명 중 1명은 구속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으며, 나머지 7명도 검찰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미성년자 대상 범죄에 자금을 지원하는 행위는 범죄의 판을 깔아주는 것과 다름없다"며 "앞으로도 아동·청소년 대상 범죄에 가담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