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성적인 고민이 박제됐다”…상담 유튜버의 위험한 동의
“내 성적인 고민이 박제됐다”…상담 유튜버의 위험한 동의
‘SNS에 올린다’는 문구, 실명과 직장 공개 면죄부 될까?

고민 상담 유튜버가 제보자의 실명 등 개인정보를 무단 공개해 논란이다. / AI 생성 이미지
“회사 사람이 보면 어쩌죠?” 익명인 줄 믿고 보낸 성적 고민이 실명과 함께 유튜브에 공개됐다. ‘SNS에 올린다’는 작은 고지 문구 하나가 개인의 민감한 사생활을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할 권리까지 부여한 것일까.
법조계는 “동의 범위를 명백히 초과한 위법 행위”라며, 피해자가 취할 수 있는 긴급 법적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실명, 직장, 카톡까지…통째로 노출된 사생활
“제 이름은 박○○, 상대는 원△△과장.” 고민 상담 유튜버에게 보낸 사적인 사연이 하루아침에 공개적인 ‘콘텐츠’가 되어 버렸다. 피해자 A씨가 보낸 카카오톡 대화 캡처는 롱폼 영상, 라이브 다시보기, 별도 링크 영상 등 무려 3가지 형태로 유통됐다.
영상에는 A씨의 실명 '박○○'와 상대방의 저장명 '원△△'이 그대로 노출됐다. 특히 상대방은 흔치 않은 '원'씨 성을 가진 같은 회사 과장. 회사 동료라면 누구든 사연의 주인공들을 특정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A씨는 “성적인 내용의 사연이라 회사 사람들이 알게 될까 봐 너무 불안하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1초간 실명 노출…유튜버의 무책임한 ‘부분 블러’
A씨가 문제 제기에 나서자 유튜버는 3시간 분량의 라이브 영상 일부를 블러 처리했다. 하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편집된 롱폼 영상과 링크 영상에는 A씨의 이름과 상대방의 저장명이 '중간 글자'만 가려진 채 남아 있었고, 카카오톡 대화 원문도 그대로였다.
심지어 A씨는 링크 영상 후반부에서 약 1초간 실명과 상대방명이 그대로 노출되는 장면까지 발견해 녹화해 두었다. A씨는 영상 전체 삭제가 아닌, 개인정보만 제대로 가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유튜버는 더 이상 응답하지 않고 있다.
법조계 “포괄적 동의? 식별 가능하면 명백한 위법”
법률 전문가들은 '사연이 SNS에 올라간다'는 문구가 유튜버의 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는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민감 정보 공개까지 허락한 '만능 동의'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한강의 고용준 변호사는 “사연 제출에 대한 포괄적 동의가 있었다고 보더라도, 실명과 직장 맥락, 카카오톡 원문이 결합되어 특정 가능한 수준이면 동의 범위를 넘어선 처리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일부만 가림 처리되어도 동일 회사 지인이 식별할 수 있다면 법원은 식별 가능성을 넓게 인정하는 경향이 있어, 유튜버 측에 불리한 요소가 존재합니다”라고 강조하며, 불완전한 조치의 법적 위험성을 경고했다.
‘내용증명’부터 ‘가처분’까지…“즉각적 조치 가능”
변호사들은 A씨가 즉시 취할 수 있는 구체적인 법적 조치를 제시했다. 가장 먼저, 변호사 명의의 내용증명 발송이다.
홍대범 변호사는 “변호사 명의의 직인이 찍힌 내용증명은 상대방에게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준다”며, 이를 통해 ‘기한 내 시정조치 불이행 시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만약 유튜버가 계속해서 무대응으로 일관할 경우, 법원에 '게시물 삭제 및 편집 가처분'을 신청해 피해 확산을 긴급하게 막을 수 있다.
법무법인 쉴드의 이승현 변호사 역시 “불응 시 게시물 삭제·비식별 조치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할 수 있고, 재게시 금지까지 포함한 임시보호를 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씨가 확보한 영상과 캡처 자료들은 이러한 법적 절차에서 유튜버의 위법성을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로 활용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