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향등에 멈췄을 뿐인데… 제가 보복운전 가해자라니요?
상향등에 멈췄을 뿐인데… 제가 보복운전 가해자라니요?
야간 올림픽대로 위, 상향등 항의하려다 3중 추돌 유발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칠흑 같은 올림픽대로 위, 룸미러로 터져 들어오는 섬광에 A씨의 눈앞이 하얗게 변했다. 시야에 잔상이 어른거릴 정도의 반복적인 상향등 공격. 생명의 위협을 느낀 A씨는 결국 브레이크를 밟았다. 이 선택이 자신을 피의자로 만들 줄은 꿈에도 몰랐다.
사건은 지난 6월 13일 밤 11시 35분경, 올림픽대로에서 노들로로 향하는 합류 구간에서 벌어졌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B차량이 무리한 추월 시도에 실패하자 앙심을 품고 상향등을 번쩍였다. A씨가 멈추자 B차량도 30cm 간격을 두고 멈췄고, 바로 그 순간 뒤따르던 택시가 B차량을 들이받았다.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B차량 운전자는 A씨를 '보복운전' 혐의로 신고했고, A씨는 한순간에 가해자 신분으로 전락했다.
A씨의 정차, 법원은 '고의성'을 본다
이번 사건의 최대 쟁점은 A씨의 정차 행위에 고의적인 위협 의도가 있었는지다. 보복운전(특수협박)은 자동차를 이용한 중범죄다. A씨는 "반복된 상향등에 시야 방해와 심리적 위협을 느껴 안전을 위해 멈춘 방어 조치였다"고 항변한다.
변호사들은 B차량의 도발 행위를 객관적 자료로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유안의 조선규 변호사는 "B차량의 상향등 점등이 도로교통법상 난폭운전에 해당함을 블랙박스 영상으로 강력히 주장해야 처벌 수위를 낮추는 참작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 판례는 엇갈린다. 상향등을 비췄다는 이유로 급정거한 행위를 보복운전으로 본 판결(서울중앙지법 2022나43117)도 있지만, '상황 파악을 위한 정차'라는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한 사례(서울북부지법 2022고단1727)도 있다. 결국 A씨의 정차에 고의성과 위협성이 있었는지를 법원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유무죄가 갈린다.
"정신적 피해보상 400만원"…B씨의 요구, 다 들어줘야 하나
A씨를 더욱 옥죄는 것은 돈 문제다. B차량 운전자는 정신적 피해를 주장하며 합의금 400만 원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사고를 당한 택시 수리비까지 떠안을 위기다.
다수 변호사들은 합의금 400만 원이 과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창세 김정묵 변호사는 "피해가 정신적 불쾌감 정도에 그쳤다면 100~200만 원 수준에서 조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변호사들은 B차량의 난폭운전 혐의를 근거로 합의금을 낮추거나, 별도로 B차량을 고소하는 것을 압박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택시 배상 문제는 과실 비율에 따라 결정된다.
법률사무소 새율의 최성현 변호사는 "택시의 추돌은 안전거리 미확보가 주된 원인이므로, A씨 정차와의 직접적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합의 안 하면 징역?"…변호사들의 냉철한 분석
A씨는 합의가 불발될 경우 실형을 받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초범이고 인명 피해가 없는 점을 고려할 때 실형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신의 박지영 변호사는 "합의하지 않으면 특수협박죄로 약식기소(벌금형) 처분을, 원만히 합의하면 기소유예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결국 A씨의 운명은 몇 초짜리 블랙박스 영상에 달리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