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냈는데 잔고 0원" 지주택의 배짱, 법의 심판은?
"1억 냈는데 잔고 0원" 지주택의 배짱, 법의 심판은?
미서명 계약서로 '6850만 원 위약금' 폭탄 예고… 법조계 "명백한 무효, 즉각 소송해야"

7년간 1억 원을 납입받은 지역주택조합이 자금 고갈을 이유로 환불을 거부하며 서명도 없는 계약서로 거액의 위약금을 통보했다. / AI 생성 이미지
2017년 가입 후 7년간 1억 원을 납입했지만 돌아온 것은 "돈이 없어 환불 불가"라는 지역주택조합의 답변과 서명도 안 한 계약서에 근거한 6,850만 원의 위약금 통보였다.
내 집 마련의 꿈이 악몽으로 변한 순간, 법률 전문가들은 "명백한 이행불능 상태로, 즉각 가압류와 소송을 병행해 돈을 되찾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조언했다.
"직원 월급도 못 줘"…배 째라는 조합, 희망은 있는가
평택 ○○○지역주택조합에 2017년 가입한 A씨는 최근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7년간 업무추진비를 포함해 1억 원이라는 거금을 쏟아부었지만, 사업은 여전히 착공 전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지난 4월 조합 이사를 직접 만난 A씨는 더 큰 충격에 빠졌다. 조합 이사는 "현재 잔고가 전혀 없어 환불해 줄 돈이 없다. 조합 직원 급여조차 주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라고 자금 고갈 상태를 실토했기 때문이다.
조합의 재정 파탄을 확인한 A씨에게 조합 측은 황당한 요구를 덧붙였다. A씨가 동의하거나 서명한 적도 없는 '변경 계약'을 기준으로 위약금 약 6,850만 원과 업무추진비를 공제해야만 극히 일부 금액만 돌려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A씨는 "사업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납입금 전액을 돌려받고 싶지만, 돈이 없다는 조합을 상대로 이길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서명도 안 한 계약서로 '6850만 원' 위약금?
법률 전문가들은 조합의 '미서명 변경 계약서 기준 위약금' 주장은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더신사 법무법인의 정준현 변호사는 "본인이 동의하거나 체결하지 않은 변경 계약을 기준으로 위약금을 산정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며 "원래 계약 기준으로 다투거나 애초에 위약금 조항의 효력을 다투는 방향이 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법무법인 유안의 조선규 변호사 역시 "조합원에게 비용·공제를 하려면 규약, 총회 결의 또는 조합과 조합원 사이의 약정에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합이 일방적으로 제시한 변경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은 이상, 이를 근거로 한 위약금 부과는 원천적으로 무효라는 분석이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의 정진열 변호사는 한발 더 나아가 "지금 변경 계약에 사인하면 조합의 새로운 조건(상승된 위약금 등)에 동의하는 셈이 되어 기존의 유리한 입장을 포기하는 꼴이 된다"며 섣부른 합의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잔고 0원' 조합 상대, 돈 돌려받을 묘수는?
그렇다면 "돈이 없다"고 버티는 조합을 상대로 A씨가 1억 원을 되찾을 방법은 무엇일까?
변호사들은 조합이 스스로 '자금 고갈'과 '직원 급여 체불'을 인정한 것이 결정적 증거라고 지적한다. 법무법인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단순 변심 탈퇴가 아니라 사업 수행 가능성 결여, 중요 사정 은폐, 계약 목적 달성 곤란을 이유로 계약 취소 또는 해제와 납입금 반환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법무법인(유) 효성의 서동민 변호사도 "조합의 발언이 조합 측의 귀책에 기한 채무불이행(이행불능)에 해당한다"며 계약 해제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승소하더라도 집행이 문제되는 상황에 대해선 '가압류'가 핵심 해법으로 제시됐다. 로버스 법률사무소 신은정 변호사는 "조합 자체 계좌에 잔액이 없더라도 조합이 신탁사에 대해 가지는 자금 교부청구권이나 수익권 등을 가압류하는 것은 향후 집행을 보전하고 상대를 압박하는 수단으로서 충분한 실효성을 가진다"고 조언했다.
PF 대출금이나 신탁사 예치금 등 숨겨진 조합의 재산을 묶어두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의미다.
'변경 계약'은 독배…승소 사례가 희망의 불씨
A씨의 사례와 관련해 다수의 변호사들은 '변경 계약 거부'와 '신속한 법적 대응'을 공통된 전략으로 제시했다. 조합이 내미는 변경 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 기존 계약의 문제점을 문제 삼기 어려워지고 불리한 조건에 묶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용증명을 통해 계약 해제 의사를 명확히 하고, 곧바로 가압류 신청과 납입금 반환 청구 소송을 병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으로 꼽혔다.
희망적인 소식도 있다. A씨가 언급했듯이 같은 '평택 ○○○지역주택조합'을 상대로 전액 승소하고 강제집행까지 성공한 사례가 실제로 존재한다.
벼랑 끝에 몰린 A씨에게, 먼저 길을 간 승소자의 발자취가 한 줄기 빛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