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빠진 아이 4시간 방치한 어린이집…검찰의 '합의' 제안에 부모는 피눈물
팔 빠진 아이 4시간 방치한 어린이집…검찰의 '합의' 제안에 부모는 피눈물
합의하면 '없던 일', 거부하면 '긴 싸움'… 아동학대 처벌, 갈림길에 선 부모의 고뇌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팔이 빠진 채 장시간 방치된 사건이 발생했는데, 검찰은 가해자와 합의를 제안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팔 빠진 아이 4시간 방치, 검찰의 '합의' 제안…당신이라면?
어린이집에서 아이 팔이 빠진 채 4시간이나 방치됐다. 부모가 교사와 원장을 아동학대로 고소하자, 검찰은 뜻밖에도 가해자와의 '합의'를 제안했다. 용서와 처벌, 두 갈래 길 앞에서 부모의 가슴은 타들어 간다.
사건은 경찰이 교사 2명과 원장의 신체적 학대 및 의료적 방임 혐의를 인정해 검찰로 넘기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당연히 법의 심판이 뒤따를 것이라 믿었던 부모에게 검찰이 내민 것은 '형사조정'이라는 생소한 카드였다. 가해자들과 한 테이블에 앉아 합의를 보라는 것이다.
합의서에 도장 찍으면… ‘없던 일’이 될까
부모의 가장 큰 두려움은 합의가 곧 '면죄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점이다. 형사조정은 검사가 가해자를 재판에 넘기기 전, 당사자 간 합의를 주선하는 절차다. 여기서 합의가 성사되면 가해자는 처벌 수위를 크게 낮출 수 있다.
이주한 변호사(법무법인 한별)는 "형사조정이 성립하면 검사가 '기소유예' 처분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기소유예란 죄는 인정되지만 재판 없이 사건을 종결하는 것으로, 범죄 기록이 남지 않는 '선처'를 의미한다.
하지만 모든 법률가가 '없던 일'이 될 것이라 장담하지는 않는다. 백지은 변호사(법률사무소 가온길)는 "피해 정도를 볼 때 합의하더라도 최소한 벌금형을 받는 약식기소는 이뤄질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아동학대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합의만으로 사건이 완전히 덮이지는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합의서 한 장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오롯이 검사의 손에 달린 셈이다.
변호사 대동한 가해자… 기울어진 협상 테이블
조정 절차 자체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 법률 지식이 없는 부모가 가해자 측 변호사와 마주 앉아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민규 변호사(법률사무소 태린)는 "형사 조정에 변호인 참석은 자유"라며 가해자 측의 법률 조력은 당연한 권리라고 말했다.
이는 피해자에게 상당한 심리적 압박이다. 하지만 피해자에게도 방패는 있다. 권준성 변호사(법무법인 베테랑)는 "아동학대 사건 피해 아동은 특례법에 따라 국선변호사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택권이 피해자에게 있다는 사실이다. 백지은 변호사는 "형사조정은 강제 절차가 아니므로 피해자가 거부할 수 있고, 이에 따른 불이익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끝까지 간다’… 법정 향하면 기다리는 것들
만약 부모가 조정을 거부하고 정식 재판을 통한 처벌을 택한다면, 길고 힘든 싸움을 각오해야 한다. 1심 판결까지만 통상 6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하지만 법의 엄중한 심판을 기대할 수 있다. 의료적 방임 등 아동학대는 아동복지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특히 원장에게 유죄가 확정될 경우 파급력은 막대하다. 김경태 변호사(김경태 법률사무소)는 "아동학대 범죄로 형이 확정되면 최대 10년간 아동 관련 기관 운영이나 취업이 제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사실상 어린이집 원장 자격의 박탈을 의미할 수 있다.
물론 재판의 끝이 반드시 유죄는 아니다. 이주한 변호사는 "고의가 없었다는 점 등이 인정될 경우 무죄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민경 변호사(법무법인 휘명)는 "경찰이 이미 혐의를 인정해 송치한 사건이라면, 새로운 증거가 없는 한 무죄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분석했다.
결국 부모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형사조정이라는 현실적 보상과 빠른 종결이냐, 재판이라는 길고 험난한 길을 통한 정의 구현이냐. 아이의 고통에 대한 '정의'의 무게를 어디에 둘 것인지, 그 무거운 선택은 온전히 부모의 몫으로 남았다.
